파리의 풍경 2 파리의 풍경 2
루이세바스티앵 메르시에 지음, 송기형 외 옮김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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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취미는 최상위 계층에서 최하위 계층까지 널리 퍼져 있다. 때로는 그것이 교육을 완성시키거나 잘못된 교육을 바로잡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억양과 몸가짐 그리고 교육을 동시에 교정해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여흥은 대도시에만 적합하다. 어느 정도의 사치와 그다지 엄격하지 않은 풍습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자상하고 사려 깊은 사람들이여, 연극 공연에 주의하라. 연극을 두려워하라. 당신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바로 극작가이다. _ 루이세바스티앵 메르시에, <파리의 풍경 2> , p25


 루이세바스티앵 메르시에 (Louis-Sebastien Mercier, 1740 ~ 1814)의 <파리의 풍경 2 Tableau de Paris> 역시 전편에 이어 파리의 여러 풍경 모습이 담겨있다. 절대왕정의 정체(政體)가 새로운 시대의 변화를 더이상 담아내지 못하는 앙시앵 레짐(Ancien Regime)의 한계 상황은 2권에서도 계속 이어지는 것은 1권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이러한 문제가 2권 전반에 걸쳐 서술되는 극장, 작품, 작가 등의 주제를 통해 보다 생생하게 독자에게 다가온다.


 입법자로서의 진정한 천재성을 갖고 있는 토스카나 대공은 사려 깊게 고안된 많은 규범들 가운데 작품 선택의 절대적 자유권을 모든 극장에 주었다. 경합과 경쟁심이 연극이라는 아름다운 예술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편협한 분류 풍조가 연극의 비약적 발전과 위대함을 손상시키기 위해 만들어낸 모든 규칙보다도 경합과 경쟁심이 이 아름다운 예술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했던 것이다. _ 루이세바스티앵 메르시에, <파리의 풍경 2> , p31


 높이 평가되는 모든 미덕도 우스꽝스러운 신흥귀족도 공격할 수 없는 희극은 필연적으로 말재주로 전락하게 되어 있었다. 이는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p401)... 희극작가는 최근의 본보기를 그려내야 하므로, 풍속에 대한 관심을 자신의 예술에 대한 관심과 양립시키는 것이 금지되어 있고, 거의 미덕을 묘사함으로써만 악덕을 공격할 수 있을 뿐이고, 악덕의 머리털을 잡고 악덕을 무대 위로 질질 끌고나와 악덕의 추한 얼굴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대신, 따분한 훈계의 장광성을 늘어놓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정치체제 아래에서는 결코 실감나는 희극이 진작될 수 없다. _ 루이세바스티앵 메르시에, <파리의 풍경 2> , p402


 계급사회 전반에 걸쳐 널리 인기가 있었던 희극(喜劇, comedy)의 활성화는 정치가들의 입장에서 민중들의 불만을 잠재우는 하나의 통치수단으로 작동했다. 때문에, 연극상연과 관련해서 '자유 自由'라는 명목으로 극장에게 많은 권한을 제공하였지만, 정작 연극 내용과 관련해서는 엄격한 검열을 실시했음을 독자들은 <파리의 풍경 2>에서 확인하게 된다. 모두가 연극을 선호하지만, 누구나 연극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여유있는 선택된 이들만이 연극을 관람할 수 있는 현실에서 메르시에는 극장 안의 열기와 함께 극장 밖의 어두운 현실을 함께 보여준다.


 대(大)시인과 대배우를 우쭐하게 만드는 박수갈채란 어떤 것인가? 침울하고 알 수 없는 정적이 극장 안에 흐를 때, 가슴이 찢어지고 눈물에 젖은 관객이 갈채를 보낼 생각도 못하고 그럴 힘도 없을 때, 그때 터져 나오는 박수이다. 바로 이때 관객은 결정적인 환상에 빠져 배우를 잊고 기교를 망각하는 것이다. 그의 주위에서는 모든 것이 성취된다. 지워지지 않는 흔적이 관객의 영혼 속에 새겨지고, 불가사의한 기운이 오랫동안 관객 주위를 감돈다. _ 루이세바스티앵 메르시에, <파리의 풍경 2> , p23


 그 시대의 거의 모든 이들이 연극을 좋아한 것은 사실이지만, 연극을 보지 않는다고 죽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극장들의 치열한 경쟁이 민중들의 직접적인 삶에 영향을 주지는 못했고, 크지 않은 시장에서 얻어지는 제한된 이윤은 경쟁의 긍정적인 측면을 끌어낼 수 있었다. 그렇지만, 생필품 시장에서 문제는 이와 달랐다. 


 전주(錢主)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돈놀이를 한다. 그런데 가난이 극심해질수록 손에 돈을 쥐지 않고는 움직일 수가 없는 법이다. 극빈자에게는 대출도 없다. 같은 이유로 극빈자는 방계 왕족보다 포도주와 고깃값을 더 비싸게 내고 사며, 엄청난 값을 치르고 6리브르짜리 에퀴 한 개를 얻는다. 바로 그러한 이유로 극빈자는 자신이 빠져 있는 깊은 구렁에서 헤어나기가 힘들며, 밖으로 빠져나오려 할 때면 손과 발이 미끄러진다. 1만 리브르로 100만 리브르를 벌어들이는 것보다 5수로 6프랑을 버는 것이 훨씬 더 어렵기 때문이다. _ 루이세바스티앵 메르시에, <파리의 풍경 2> , p42


 한 사람이 상품 전체를 완전히 독차지한다. 그리고는 전제적(專制的)으로 행동한다. 이럴 때 거래는 위험하고 억압적이 된다. 본래 거래란 공정한 교환이었다. 균형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면 거래는 무산된다. 계약당사자 중 어느 한 편이 압도된다면 그것은 더 이상 거래가 아니라 독점이며 강요당하는 것이다. 이 억압적인 사람은 제 값보다 더 비싼 값으로 물건을 판다. 그런데 이러한 상품이 생필품이라면, 즉 그것이 빵이나 포도주, 채소, 기름 따위라고 한다면, 그 사람은 정말이지 상대방을 죽이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_ 루이세바스티앵 메르시에, <파리의 풍경 2> , p164


 우리는 <파리의 풍경2>를 통해 자본가들의 돈이 돈을 부르고, 생필품 시장의 독점(獨占)은 민중의 삶을 점점 더 벼랑끝으로 내몰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극장 밖에서 돈이 없이 고달픈 노동 현장으로 내몰린 민중들이 지친 걸음을 걷고 있을 때, 극장 안에서는 벅찬 감정을 이기지 못한 관객들의 박수소리가 울려퍼지는 곳. 메르시에의 <파리의 풍경 2>는 이러한 18세기 파리의 모습을 그렸다. 이것이 당대 프랑스인의 비극이라면, 이러한 파리의 풍경이 그렇게 낯설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의 비극일 것이다...


 민중에게는 더 이상 돈이 없다. 그것은 커다란 재앙이다. 많은 이들을 죽음으로 몰고가는 복권이라는 악랄한 도박에 의해, 그리고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치명적 유혹의 부채에 의해 그들에게서 남아 있는 돈을 우려낸다. 자본가와 그 측근의 주머니에는 최소한 6억이라는 금액이 숨겨져 있다. 바로 이러한 자산으로 그들은 왕국의 시민들과 끊임없이 겨루고 있다. 그들의 지갑은 동맹을 결성했고, 그 금액은 결코 다시 유통되지 않는다. _ 루이세바스티앵 메르시에, <파리의 풍경 2> , p157

당신들에게 남아 있는 시간을 선을 행하는 데 사용하라. 모든 것이 당신들 손에서 곧 새어나가게 될 것이다. 당신들의 마음이 아무리 메말라 있을지라도, 어쩔 수 없이 당신들에게 닥쳐올 회한을 느끼지 않으려면 연민을 가져라. 가난한 사람들의 외침이 들리는가? 그들은 당신들이 그들의 생계에서 빼앗아가는 몫을 다시 요구하고 있는데, 당신들은 폭음/폭식으로 건강을 해치고 있다. - P151

소수의 수중에 있는, 화폐로 주조되는 거대한 금속 덩어리를 모두가 조각내고 분할하고 해체하도록 하라. 그렇게도 기다리는 이 금속이 법, 지위, 기괴한 규정, 끝없는 금지사항들을 만드는 대신에 널리 퍼지게 할 경로를 뚫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도와주어라. - P157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플라톤적인 법칙이 아니다. 오늘날에는 자연 사회의 와해, 사치의 끔찍한 결과, 그리고 사치에 의해 초래된 전반적인 타락을 고려해야 한다. 국가는 부패한 병든 몸이다. 국가에 건강하고 활력에 넘치는 신체의 의무를 부과할 것이 아니라, 거의 치유 불가능해진 상처에 맞추어 국가를 치료해야 한다. 사치만이 사치로 인한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 그것은 전체에 필요해진 독소이다. - P193

사유하고 말하게 내버려두라. 대중이 판단할 것이며, 그들은 저자들의 잘못을 고쳐줄 수도 있을 것이다. 출판을 정화시키기 위한 가장 확실한 수단은 그것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다. 장애물은 자극만 줄 뿐이다. 금지, 반대는 불평의 대상이 되는 소책자들을 낳는다. - P263

선행을 안 해도 되는 사람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리 가난한 사람도 불우한 사람에게 도덕적 의무를 치러야 한다. 때로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불우한 사람을 살려낸다. 언제나 돈만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필요한 것은 관심, 조언, 방문, 단순한 교섭, 적시에 제출된 진정서이다. 그러므로 작가들이여, 가장 고결한 직무에 충실히 복무함으로써 선행에 유익한 이 성향을 부단히 키우고 간직하라! - P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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