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장공( 魯 莊公, BCE 706 ~ BCE 662) 10년.
노장공이 출병하면서 조귀와 더불어 같은 전차를 타고 나가 장작(長勺)에서 제나라 군사와 싸웠다. 노장공이 진격의 북을 울리려고 할 때 조귀가 만류했다.
"아직 불가합니다."
이때 제나라 군사가 세 번이나 북을 울렸다. 그때서야 조귀가 말했다.
"이제 북을 쳐도 좋을 것입니다."
과연 노나라 군사가 이때 북소리에 맞추어 진군하자 제나라 군사가 패했다... 노장공이 싸움에서 대승을 거둔 뒤 조귀에게 노나라가 승리한 이유를 묻자 조귀가 대답했다.
"대저 용병이란 한마디로 병사들의 전의(戰意)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한 번 북을 치면 병사들의 투지가 치솟습니다. 교전이 이뤄지지 않아 두 번째 북을 치게 되면 투지가 떨어집니다. 그래도 교전이 이뤄지지 않아 세 번째 북을 치게 되면 투지가 완전히 소진되고 맙니다. 적병의 전의가 바닥에 떨어졌을 때 우리가 북을 한 번 쳐서 병사들의 투지를 드높였기 때문에 적들을 이길 수 있었던 것입니다." _ 좌구명, <춘추좌전> 中
좌구명(左丘明, BC556~BC451)의 <춘추좌전 春秋左傳>에는 강국 제(齊)나라 군대를 약국 노나라 군대가 장작(長勺)에서 격파하는 장면이 묘사된다. 예상을 깨고 노나라가 제나라를 이긴 비결은 군대의 사기(士氣)에 있었다. 군대의 기운을 돋우는데 사용하는 북. 이 북소리도 자주 듣다보면 사기가 바닥에 떨어지게 되고, 전투에서 이길 수 없다는 '일고작기(一鼓作氣)'의 교훈. 하물며, 용기를 북돋우는 북소리도 아닌 이야기가 적전(敵前)에서 계속 나온다면 승패는 결정된 것이 아닐까. 또한, 대선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치르는 선거. 저들은 제나라보다 약하지 않고, 우리는 노나라보다 강하지 않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조귀의 교훈을 생각하며 결과를 우려하는 이는 과연 나 혼자만일까... 해당 일화는 풍몽룡(馮夢龍, CE 1574 ~ CE 1646)의 <동주열국지 東周列國志>에도 수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