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아나(르펜 60.7%, 마크롱 39%), 과들루프(르펜 69.6%, 마크롱 30%) 마르티닉(르펜 60.9%, 마크롱39.1%), 5년 전에는 정반대로 마크롱이 64%, 르펜이 36%이었다. 이번 선거는 금융자본가들과 깊은 이해관계를 가진마크롱에 대한 절대 저지 세력과 서민과 소외층을 타깃으로한 극우 마린 르펜에 대한 절대 지지세력 간의 대결이었다. 주류 언론과 주요 정당, 심지어 노조연맹과  연예계, 스포츠계 스타 500명이 합세해 마린 르펜을 절대악으로 지목했으나, 해외령 주민들은 그들의 주적을 마크롱으로 본 것이다. 본토에서의 선택은 조금 다를 테지만, 해외령에서 멜랑송을 찍었던 표의 대부분은 르펜에게 갔다. ‘인종주의자‘로 악명 높은 르펜에게 인종차별의  주 대상이던 해외령 주민들의 표가 갔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가장 취약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극좌에서 극우로 넘어가는 의식 전환의 순간을 보여준다.
이런 특징은 한국의 대선 결과에서도 비슷하게 드러난다. 저소득층이 난민, 외국인, 젠더, 경제정책 등에서 극우화성향을 보이는 후보에게 압도적으로 표를 몰아준 것은, 어쩌면 국제정치의 흐름에 부응하는 셈이다. 프랑스에서처럼 유력한 극좌와 극우 후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소외계층이 우경화하는 현상은 기존 좌파 정당이나 진보 정당, 중도정당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 P10

사회민주당을 지지하던 유권자의 상당수(24%)도 결국불복하는 프랑스 후보에게 투표했다. 최고 득표자 당선 투표 방식에서 삼자 구도가 연출되면 세 진영 중 한 진영은 2차 투표에 진출하지 못한다. 멜랑을 지지하는 집단은 경제와 사회 체제의 대립에서는 마크롱과 대치되고, 문화와 국가 정체의 대립에서는 르펜과 대치된다.  이런 격차 때문에 1차 투표 이후 공약에 대한 심한 거부감을 낳았고, 멜랑송을 지지했던 유권자의 상당수가 두 최종 후보 어느 쪽에도 표를 던지지 않는 결과로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당선 후보는 소수 진영 혹은 소수의  유권자 지지만을 기반으로 선출되는 셈이다.  세 개 진영으로 나뉜 프랑스의 대선 형국에서는 패자가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이기 때문이다. 40년 전에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이 규합하고자 했던 ‘프랑스인 3명 중 2명‘은 요원한 일이 됐고, 이제는 프랑스인 3명 중 1명‘의 지지밖에 얻지 못했다. 이런 정치 지형에서 마크롱은 선거에서는 이길 수 있었지만, 과연 정권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을까?  - P49

혁명은 사람들의 정신세계를 바꾸었고, 하늘과 땅을 진동시켰다. 개인의 개념에도 변화가다. 혁명의 결과로서 민중과 박애가 생겨났다. 민중은 혁명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겠다는 기대를 하지 않았다. 사실 민중의 대부분은 비주류였다. 주변인, 동부, 노동자, 내의 제조업자, 방랑자 등과 같은 부류였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모든 이들이 민중으로 인정받게 됐다. 그들이 무대를 장악했기 때문이 아니라, 모든 인간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공화국이  선포했기 때문이었다. 아찔한 일이었다. 모든 기준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만약 문맹인도 지식인과 똑같이 발언하고 전문가와 다름없이 행동할 권리가 있다면, 만약 바보도 어엿한 국가의 일원이라면, 우리는 더는 민중을 어린애, 무책임한 자, 말썽꾼으로 여기지 않아야 할 뿐만 아니라 인류의 정의 자체를 재고해야 한다. 그리고 그 안의 위계질서까지도, 즉, 봉건제도의 종말이다. 이제 이성은 왕의 전유물이 아니다. 어두운 세계, 꿈틀대는 욕망,  환상 세계의 탈주자에게는 더이상 민중을 억누를 수 있는 동물적인 힘이 없다. 해방이든 또는 내밀한 야만성의 수용이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지만, 어쨌거나 사육제의  승리는 오래기억될 것이다. 인간을 구성하는 모든 것이 곧 시민이다. 실패한 인간의 내면과 외면, 여성, 광인,  통제할 수 없는 자부질서한 영역의 그림자까지도. - P88

선거결과에 따라 20대 여성과 남성 둘 중 한 진영이 승리하고, 다른 한 쪽은 씁쓸하게 질 수 밖에 없었다. 인구의 약 절반을 패배자로 만드는 이 구도 자체가 위험했다.  이는 어느 진영이 더 정의로운지와  별개로 사회분열과  갈등의 문제다. 이 갈등은 여진이 되어, 우리 사회는  계속 남아있는갈등에 소모될 비용을 치러야 할 것이다. 이 상황을 초래한 장본인 격인 윤석열 당시 후보가 새 정권의 수장이 됐으니, 여진이 제대로 수습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대통령이시니, 손수 격화된 갈등을 봉합해주십사‘라고 요구해야만 하는 현실이다. 그에게 선거운동당시와는 다른,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라야 하는 것이다. 참으로 가련하게도 말이다.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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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2-05-12 11: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맙소사 다른 곳들도 아니고,
프랑스 해외령에서 르펜이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는 점이 너무나 충격
적이네요.

기아나-과들루프-마르티니크...
프랑스 사람들 중에 소수 중의 소수
자인 이들이 자신을 대표할 사람으로
르펜에게 표를 던졌군요. 그야말로
하이퍼 리얼리스틱한 상황이네요.

필리핀에서도 독재자의 아들이 대통
으로 당선되었다는 뉴스를 듣고는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시간이 너무 흘러 젊은이들이 당시
돈으로 10조원이나 해먹은 최악의
독재자의 아들을...

전지구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기괴한
정치적 현상을 상식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겨울호랑이 2022-05-12 11:48   좋아요 1 | URL
프랑스 대선에서는 마크롱이 당선되었지만, 5년 전보다는 표 차이가 많은 줄었습니다. 프랑스에서도 극우세력이 신장되었다는 반증이겠지요. 경제가 어렵고 힘들어졌을 때, 가지지 못한 자들이 그나마 가진 것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극우세력에 동조하는 흐름은 코로나19를 통해 더 가속화된 듯 합니다. 여기에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금리인상, 러-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세계경제의 위축 현상은 여기에 기름을 붓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