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형태의 죽음 의례는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는 느낌을 죽어가는 신자들의 마음속에 불어넣는다. 이것이야말로 그 의례의 실제적 기능이다. 이와 별도로 현재 죽어간다는 것은 상당히 무정형적 상황에 놓여 있으며 사회적 지형도에서 빈자리로 표시된다. _ 노르베르트 엘리아스, <죽어가는 자의 고독>, P36


  연의의 첫영성체 교리를 계기로 성(聖) 금요일 미사를 다녀왔다. 가톨릭 전례에서는 부활절(Easter Sunday) 직전 3일을 각각 성목요일(Maundy Thursday), 성금요일(Good Friday), 성토요일(Holy Saturday)로 보내고 있으며, 각각의 요일과 요일 사이는 '수난', '죽음' ,' 부활'이라는 사건에 대응한다. 그 중에서도 금요일은 수난의 정점, 죽음의 요일에 해당한다. 노르베르트 엘리아스(Norbert Elias, 1897 ~ 1990)의 말처럼 미사 전례를 통해 신자들은 수난과 죽음을 재현하고 의미를 생각하게 된다.


  성금요일 미사 복음 중 절정은 예수의 죽음이다. 4대 복음서에 기술된 예수가 남긴 마지막 말은 서로 다르다. 때문에, 복음서마다 조금 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 마태오 복음과 마르코 복음은 조금은 원망하는 듯한 분위기가 든다면, - "저의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마태 27:46)(마르 15:35) - 루카 복음에서는 죽음 너머의 생명의 분위기가 - "아버지, 제 영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루카 23:46)" - 요한 복음에서는 죽음 자체로 완성이라는 느낌을 개인적으로 받게된다 - 다 이루어졌다."(요한 19:30) -. 


 세월호 8주기를 앞두고 맞이한 성금요일에 개인적으로 <요한복음>의 내용이 더 가슴에 와 닿는다.

죽음의 순간 아버지에게 호소하는 공관복음과는 달리, 죽음이라는 사건을 직시하는 모습이 더 크게 느껴졌기 때문일까. 아니면, 아직 채 해결되지 않은 사건을 잊을 수 없다는 개인적인 생각때문일까. 잘 모르겠지만,  '죽음'이라는 사건에 대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기억하고 싶다. 해결되지 않았기에 그들을 잊어서는 안되며, 그들의 빈자리를 아직 채울 수 없다는 생각도 함께 한다.


. 2014년 세월호가 침몰 후 2016년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며 촛불을 들었건만, 그로부터 5년이 지나도록 선체 인양 이외에 달라진 것은 없는 상황. 이제 다시 깊은 밤이 시작되기에 8주기를 맞이해서 더 깊은 미안함과 안타까움을 느낀다. 이제 시작될 밤이 얼마나 깊은 어둠이며, 얼마나 길게 갈지는 잘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잠들지 않고 깨어있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일어날 모든 일들을 마음 깊이 간직하며. 남은 유족들이 온전하게 그들에게 남겨진 상처를 치유받을 때까지. 그리고, 우리 사회가 세월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 때까지.


 그의 어머니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였다.(루카 2:52) 


 죽음 자체는 위협적이지 않다. 사람들은 기나긴 꿈 속으로 떠나가고 세상은 사라진다. 두려운 것은 죽어가는 고통이며, 또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을 때 산자의 상실감이다... 죽음은 한 인간의 종말이다. 남는 것은 그 혹은 그녀가 다른 사람들에게 주었던 것, 즉 산 자가 가진 기억들이다. _ 노르베르트 엘리아스, <죽어가는 자의 고독>,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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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16 08: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4-16 08: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ni74 2022-04-16 08: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도하는 마음 미안한 마음 ㅠㅠ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더 마음이 아픕니다 ㅠㅠ 기억하기 잊지 않기 깨어있기. 기억하겠습니다 ㅠㅠ

겨울호랑이 2022-04-16 08:52   좋아요 2 | URL
세월호는 수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던 배가 눈앞에서 침몰했다는 사실 이상의 의미가 있더 여겨집니다. 큰 재난 상황에서 사건 당시 사실보도도 원인규명도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시간이 흐른 뒤에도 제대로 사건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한국 현대사의 모든 문제가 응축되어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