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밭 갈고 파종하는 법은 아주 일찍 하는 것을 꺼리지 않으니, 아주 일찍 한다면 바람과 가뭄을 견딜 수 있다. 대저 곡식의 종자는 땅 기운의 선후의 영향을 받으므로, 실로 일찍 심었는지 늦게 심었는지에 따라 손해를 보기도 하고 이익을 보기도 한다.  _ 서유구, <임원경제지> <본리지1>, p363 


 이번 선거에서 최대 유행어는 아마도 '밭을 갈다'라는 용어가 아닐까 싶다. 대화를 통해 주변 지인들에게 투표독려를 넘어 자신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전달하는 적극적인 정치행위를 말하는 '밭갈기'. 선거 기간에 임박해서 행한 '밭갈기'도 중요하지만, 사실 농사의 시작은 흙을 보고 경작지를 선정하고, 좋은 씨앗을 고르고, 농사의 시작을 선정하는 것에서 이미 대부분이 결정되지 않을까.  5년이라는 시간은 겨자씨가 자라고 숲을 이루는데 충분한 시간이고, 숲을 이룰 수 있다면 '반성 없는 승리'보다 의미있게 우리에게 다가오지 않을까. 감정을 추스리고 허탈감을 당장 씻기에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각자에게 필요한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일어나보면 분명 할 일이 있을 것이다. 만약, 할 일을 발견한다면 시작은 빠른 편이 좋을 것이다... 우리는 문제 없었고, 이번 대선은 우리가 가야할 길의 과정에 불과하니까...




 제때에 심은 작물은 흥성하고 제때를 놓친 농작물은 쇠한다... 제때에 심은 작물은 냄새가 향기롭고 맛이 달며 기운은 현저하게 드러난다. 백일을 먹으면 눈과 귀가 밝아지고 생각이 지혜로와지며, 사지가 튼튼해져서 해로운(凶) 기운이 침입하지 못하고 몸에는 병이 없게 된다.(p362)... 백곡은 파종하고 모종 내는 데에 각각 알맞은 때가 있다. 만약 제때를 한 번이라도 어기면 그 해 농사를 만회할 수 없다. 또 망종(芒種)이라 이르는 것은, 사람의 힘이 넉넉하지 못하여 비록 모두 일찍 심지 못하였더라도, 이때에라도 심는다면 오히려 가을의 결실을 바랄 수 있다는 것이다. _ 서유구, <임원경제지> <본리지1>, p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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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소년 2022-03-11 11: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들 농사꾼의 기분을 느끼셨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겨호님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윤석열 당선인은 매우 잘 할 것입니다. 저를 믿어주신 것 처럼 윤석열 당선인 또한 믿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겨울호랑이 2022-03-12 11:04   좋아요 2 | URL
저도 윤석열 당선인이 잘 하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그가 생각하는 정책의 방향성과 제가 생각하는 방향성이 차이가 있기에 걱정하는 부분 또한 있습니다. 방향성에 차이가 있다면, ‘잘함‘이 다르게 보여지겠지요... 그는 당선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철학을 펼칠 자리에 서 있습니다. 그가 생각하는 방향이 공익과 국익에 초점에 맞춰 나가길 진심으로 바랍니다만, 솔직하게 지금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동시에, 저는 이런 제 생각(또는 편견)을 윤 당선인이 깨주길 바랍니다. 논리야놀자님에 대한 제 생각과 믿음이 시간을 통해 쌓여왔고 또한 쌓이는 것처럼, 당선인에 대한 제 믿음은 임기동안 보여줄 그의 행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형성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문재인 정부의 부족함을 채우되, 잘한 부분은 계승발전하는 새로운 정부가 되길 기원합니다. 몰론, 그 기준은 사적인 기준이 아닌 공익의 기준에서 판단되어야 겠지요... ^^:)

꼬마요정 2022-03-12 09: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밭갈기라는 용어가 신천지에서 왔다 하더라구요. 신천지에서는 사람의 심령을 밭으로 비유해서 포교하려고 사전작업 하는 걸 밭갈기라고 한다는데(제가 왜 이런 걸 아는건지ㅠㅠ) 그래서인지 안 쓰게 되긴 하더라구요. 하지만 너무 좋은 말이라 그냥 써야겠어요. 일베가 ‘-노’를 쓸 때마다 사투리 쓰기 진짜 민망했거든요. 너무 싫었어요. 여기 사람들 말투가 그냥 ~노 로 끝나게 하니까요. 여러모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겨울호랑이 2022-03-12 14:17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저도 모르는 사이 신천지 용어를 사용하고 있었군요. 저는 ‘밭갈기‘가 밭을 갈 때 밭이랑이 ‘일(一)‘자로 나기에 1번을 지지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너무 열심히 갈면 11번 조원진 지지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도 했더랬습니다.ㅋ) 꼬마요정님 덕분에 배워 갑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