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상이 비가 내려 곡식을 상하게 할까 걱정하자 양국충이 벼 가운데 좋은 것을 거두어들여 올리면서 말하였다. "비가 비록 많이 내렸으나 곡식에는 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황상이 그렇게 여겼다.

안록산이 홀로 세 도(道)를 통제하며 몰래 다른 뜻을 쌓은 것이 거의 10년 가까이 되었는데, 황상이 그를 두텁게 대하였으므로 황상이 안가(晏駕)하기를 기다렸다가 그 뒤에 난을 일으키고자 하였었다.

"무릇 사람이 되어가지고는 마땅히 거스름과 순종함을 알아야 한다. 나는 죽더라도 절조를 잃지 않았으니 다시 무슨 한(恨)이 있겠는가!"

변령성이 동관(潼關, 섬서성 동관현)에 이르러서 먼저 봉상청을 끌어내어 널리 칙서를 그에게 알리자 봉상청은 표문을 변령성에게 맡기어 올리도록 하였다.
봉상청이 이미 죽고 나자, 시신을 멍석 위에 늘어놓았다. 고선지가 돌아와서 청사(聽事)에 이르렀는데, 변령성이 맥도수(陌刀手) 100여 명을 찾아내어 자신을 따르게 하고, 고선지에게 말하였다.
"대부(大夫), 역시 은혜로운 명령이 있었소."
고선지가 급히 내려가니 변령성이 칙서를 선포하였다.
고선지가 말하였다.
"내가 적을 만나서 물러난 것은 죽어도 마땅한 것입니다. 지금 위로는 하늘을 머리에 이고 아래로는 땅을 밟고 있는데, 내게 황제가 내려준 식량을 훔쳐 덜어냈다고 말하는 것은 무고(誣告)하는 것입니다."
이때 사졸들이 앞에 있었는데, 모두 억울하다고 큰 소리로 부르짖으니, 그 소리가 땅을 흔들었지만 마침내 목을 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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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01-11 16: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인용 단락은.....두 번을 읽어도 그림이 안 그려지기에, 부끄럽다 못해 속상합니다 ㅎㅎ 이해력이 참 얕은가봅니다. 제가..

˝두텁게 대하다˝라는 표현은 참 좋네요. 신하를 신뢰하였다라는 뜻인가봐요^^

겨울호랑이 2022-01-11 16:35   좋아요 0 | URL
아, 마지막 부분은 고선지 장군의 죽음 부분입니다. 봉상청과 고선지는 이성계와 이지란, 장보고와 정년의 관계와 같은 관계인데, 안록산의 난을 평정하면서 적을 이롭게 했다는 모함을 받아 현종으로부터 죽음을 당하는 장면입니다. 이들의 끈끈한 관계가 <자치통감>에는 비교적 자세히 나오는데 부분 인용을 하다보니, 사선을 넘나드는 그들의 삶이 생략되어 북사랑님께 깊이 와닿지 않은 듯 합니다. 밑줄긋기의 한계라 여겨집니다. 두텁게 대우해야 할 신하에게 그렇지 못해 결국 반란을 초래한 것이 현종의 잘못이기에, 인재기용의 중요성을 배우게 됩니다.^^:)

얄라알라 2022-01-11 16: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 학교 국사 시험 대비 외에는 역사책을 일부러 찾아본 적 없이 살아온 어른의 부끄러운 모습을 제가 보였습니다^^:; 바쁘실텐데 상세한 댓글로 설명해주시니 잘 알겠습니다. 조금만 노력을 쏟으면 자료도 있는데 독자인 제가 엄살 피운 셈이네요. 배워야 할 건 정말인지 너무나 많습니다 ㅎ 겸손하신 겨울호랑이님, 감사합니다^^ 종종 여쭙고 가겠습니다

겨울호랑이 2022-01-11 16:56   좋아요 1 | URL
에고 아닙니다. 제가 느낀 부분 말씀드렸을 뿐입니다. 북사랑님께서도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운날 건강하게 마무리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