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오도라는 춤을 추거나 플루트 부는 기술 같은 특별한 재능은 없었으나 외설적인 행위와 관객을 포복절도하게 하는 코미디에 탁월한 끼를 가진 서커스 배우가 되었다. 테오도라는 저속한 춤에 능했고, 그것이 바로 그녀와 취향이 비슷했으리라 짐작되는 유스티아누스를 사로잡은 비법이었다. 그리하여 이윽고 결혼에 장애가 되는 법률이 개정되자 그녀는 유스티아누스의 아내가 되고, 나아가 제국의 황후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_ 주디스 헤린, <비잔티움> , p85


 2022년 대통령선거까지 불과 100일도 안 남은 시점이기에 벌써 모든 이슈는 대선이라는 블랙홀에 빨려들어가고, 검색어의 상단은 대선 관련된 내용이 차리를 차지하는 요즘이다. 며칠 새 갑자기 뜨는 이슈 중 하나는 야당 후보 부인의 과거 문제일 것이다. 그의 과거와 관련하여 많은 이야기들이 오가는 중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바로 유스티아누스 1세(Flavius Petrus Sabbatius Iustinianus, 482~565)의 부인 테오도라 황후(Theodora, 500 ?~548)다. 비천하게 태어났지만, 유스티아누스를 만나 결국은 황후의 자리에까지 오른 인물. 그렇지만, 황후의 자리에 오른 테오도라는 결코 만만한 인물은 아니었다.


 황후 테오도라는 '니카' 반란 당시 도주하려는 황제 일행을 가로막았다. 그러고는 이소크라테스와 같은 고대 작가들의 말을 인용해 이렇게 말했다. "자줏빛 어의는 빛나는 수의가 될 수도 있습니다. 나는 도망치지 않겠어요. 도망치느니 이 황후복을 입은 채 죽고 말겠어요." 유스티아누스도 아내 테오도라의 결연한 태도에 힘을 얻었는지 이윽고 반도들과 협상하거나 도주하기를 포기하고, 폭력을 사용하기로 결심했다.(p145)... 테오도라는 비잔티움에서 막강한 권한을 지닌 여자들 가운데 최초는 아니었지만 가장 걸출한 여성들 중의 한 사람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비잔티움의 황후와 황제 미망인들은 다른 중세사회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다. _ 주디스 헤린, <비잔티움> , p146


 유명한 라벤나의 산 비탈레 성당(Basilica di San Vitale)의 패널화에서 보여지듯 테오도라는 유스티아누스의 좋은 친구이자 반려자로 천년 제국 비잔티움의 초석을 놓은 인물임을 확인하게 된다. 이들에 대한 역사적 평가에서 테오도라의 비천한 출생 이야기는 스쳐지나가는 가벼운 이야기에 불과하다. 이들이 동로마의 역사에 남긴 발자취가 너무도 뚜렸했기 때문이리라.


 유스티아누스라는 인물 자신이 워낙 탁월한 존재였음을 알려주는 명명백백한 증거는 세계적인 폭을 지닌 그의 정치적 목표와 유례없이 다양했던 그의 활동에서 찾을 수 있다. 사실 그의 성격에는 상당히 유쾌하지 못한 약점들이 수없이 많았지만, 이런 약점들도 모든 것을 포괄하는 그의 정신의 힘 앞에서는 빛을 잃었다.(p49) 대대적인 정복전쟁을 이끈 인물은 그가 아니라 벨리사리우스였고, 또 그와 나란히 나르세스였다. 거대한 법전 편찬을 완수한 인물은 그가 아니라 트리보니아누스였고, 가장 중요한 행정조치들을 강구한 인물은 그가 아니라 총독부 총독이었던 카파도키아의 요한네스였다. 그러나 그의 위대한 시대에 이루어진 모든 위대한 업적들을 고취시킨 인물은 바로 유스티아누스였다. _게오르크 오스트로고르스키, <비잔티움 제국사 324-1453>, p50


 2021년말 대선 정국 과정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이슈를 보며 동로마 역사를 떠올리게 된다. 현재로서는 그가 대통령이 될 지 아닐런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대통령이 되어 그의 공약대로 공정하고 살기 좋은 나라가 된다면 이전의 모든 흠결은 별문제가 되지 않을텐데, 이 문제에 대해 침묵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중요하고 긴급한 현안이 많은데, 별로 중요하지 않은 문제가 주요 사안이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마음에 떠오르는 생각을 두서없이 적어본다...


ps. 테오도라의 문제는 유스티아누스 치세가 괜찮아서 별 문제가 아니었겠지만,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두고두고 주위에서 말들이 많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글말미에 떠올린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꼬마요정 2021-12-10 00: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역사는 신기하군요. 다른 나라 역사는 자신이 몸 담은 곳과 다르게 느껴지니까요. 저한테 테오도라 황후는 매력적이었거든요. 당시에 그 신분으로 거기까지 올라가다니… 물론 결점도 많았지만요.

겨울호랑이 2021-12-10 07:18   좋아요 1 | URL
꼬마요정님 말씀처럼 우리 나라와 다른 나라의 역사는 다른 문화, 사회적 배경탓인지 때로는 신기하고 이해가 잘 안가는 일이 일어나는 듯합니다. 반면, 어떤 경우에는 예전에도 현재와 비슷한 사건이 과거에도 있었다는 사실을 통해 교훈을 주는 것이 역사의 매력이 아닐까도 생각해 봅니다. 시공간을 넘어선 역사의 법칙은 이 점에서 참 매력적인 것 같아요. 꼬마요정님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