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이후에 정치적 입장의 스펙트럼이 "왼쪽"으로 확장됨으로써 한때 진보적이고 해방적인 것으로 여겨졌던 입장이 점차 중앙으로 밀려나 혁신적인 성격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또한, 자유주의가 그 비판자들에 의해 계속해서 부르주아 계급의 세계관이나 정치적 목표와 동일시됨으로써 하나의 계급 이데올로기로 축소되었다._코젤렉,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7 : 자유주의>, p14


 라인하르트 코젤렉(Reinhart Koselleck, 1923 ~ 2006)의 개념사 사전의 7 번째 주제는 '자유주의 Liberalismus'다. 자유주의의 의미 변천은 다른 개념어들의 역사와는 조금 다르게 흘러왔다. 처음부터 분명한 정치적 의미를 담고 있는 '진보', '개혁', '해방' 등의 단어와는 달리 '자유'라는 단어가 사람이라면 누구나 원하는 상태이며, 단어가 주는 여유롭고 긍정적인 이미지는 이 단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도록 막아왔다.다만, 그 안에 정치용어로서의 싹은 분명히 자라고 있었는데, 이로 인해 '자유주의'는 급격한 의미 변화를 겪는다. 그리고, 이러한 의미 분화에 결정적 역할은 한 이들이 바로 마르크스(Karl Marx, 1818~1883)와 엥겔스(Friedrich Engels, 1820~1895)다.


  '리버랄리태드', 즉 탁월하며 신중하고, 편견이 없으며 관대한 사람의 태도를 의미할 뿐 아니라 종교적, 세계관적, 도덕적 규범 체계와 가치 체계에 대한 개방성과 관용, 자유로운 관계를 의미하기도 하는 '리버랄리태트'는 계속해서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소통적 덕성이었다. 이 덕성은 일정한 교육 수준과 물질적 조건을 전제로 삼는다. 그것은 독립성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리버랄리태트는 또한 당파성의 반대말로서 언제나 정치적 자유주의를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였다. 그러나 반계몽주의적이고 반혁명론적인 생각과 주장의 맥락 속에서는 이 덕성의 효과들이 비판적으로 평가될 수 있었다._코젤렉,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7 : 자유주의>, p31


  마르크스(Karl Marx, 1818~1883)와 엥겔스(Friedrich Engels, 1820~1895)눈 자유주의를 부르주아 계급과 연계하면서,  '자유주의'는 급속하게 정치 사상 용어로 분화되기 시작한다. 정리하자면,  마르크스 이전의 '자유'가 유한의 육체에 대한 무한한 정신 상태로 구속받지 않은 형이상학적 의미를 가졌다면, 마르크스 이후의 '자유'는 물질로부터 자유로운, '가진 자들의 여유'로 의미가 세속화되었다.


 1840년대 중반에 마르크스 Marx와 엥겔스 Engels는 정치적 자유주의, 곧 "리버럴한 운동"을 전적으로 부르주아 계급에 귀속시켰다. 그들이 특히 영국과 프랑스를 염두에 두고 사용한 '리버럴한 부르주아'라는 개념은 어떤 정치적 지향을 대변하는 자들의 계급적 상태를 표현했으며, 사회적 이해관계와 정치적 입장의 결합을 이데올로기 비판적으로 밝히려는 것이었다._코젤렉,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7 : 자유주의>, p91


 1852년판 <마이어 백과사전> 속의 자유주의에 대한 글에서 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이 드러난다. "고대인의 리버럴한 정신"은 "자유로운 사람 그 자체의 표식"이었다. 이와는 다르게 "현대의 자유주의"는 "오늘날의 국가 생활 속에서 억압받는 자유롭지 못한 시민에 의해 절대적으로 자유로운, 제약받지 않는 그들의 지배자에 대해" 수행된다._코젤렉,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7 : 자유주의>, p108


 이러한 의미 분화 속에서 '자유주의'는 좌,우 양 극단과 결합된다. 어떻게 보면, 서로 대척점에 위치한 두 사상과 자유주의가 결합되었다는 사실이 모순처럼 느껴지지만, 실은 자유주의 안에 담고 있는 두 핵심요소가 다른 방향으로 자란 결과물임을 우리는 본문을 읽으며 확인할 수 있다.


 "우파"리버럴, 곧 민족적 리버럴들이 19세기의 마지막 30여 년 동안에 보수주의 세력들과 가까워진 반면에, 20세기 초에 일부 "좌파" 리버럴들은 사회민주주의자들과의 정치적 협력이라는 생각에 자신들을 개방했다._코젤렉,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7 : 자유주의>, p124


 자유주의를 꿰뚫어 보는 사람이라면 자유주의가 "뻔하고 단순하게 두 개의 분명하면서도 단순한 원칙들, 첫째로 정신의 세속화, 즉 정신의 비종교성과 천박함을 북돋는 것, 둘째로 정당한 소유자의 손에서 부당한 소유자의 손으로 재산을 이동시키는 것에 기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것이다._코젤렉,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7 : 자유주의>, p62


 우리는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7 : 자유주의>에서 그려낸 역사 속에서 '자유주의' 안에 담겨진 모순된 의미가 큰 충돌없이 사용되어왔으나, 마르크스/엥겔스에 의해 계급용어로 정의되면서 뜻이 갈라지고, 서로 다른 측면을 강조하는 정치세력에 의해 사용되면서 오늘날에는 다른 단어 못지 않은 강력한 정치용어가 되었음을 깨닫게 된다.


 처음부터 정치적 자유주의는 그것이 세속화와 사회적 원자화의 부수적 현상이며, 물질주의와 상업 정신의 정치적 표현이고, 민주주의와 대중의 전제적 지배로의 길을 예비하는 것이라는 주장에 직면해 있었다. 그리하여 모순적인 현상이 나타났는데, '리버랄'이라는 말이 한편으로는 종종 비성찰적으로, 비정치적으로, 특정 정당과 무관하게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행동 양식과 목표를 가리키는 데에 사용되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전혀 다른 입장에서 결단력 없고, 소속감 없으며, 경솔하고 이기적인 정치적 태도를 비방하는 표현으로서 부정적으로 사용된 것이다._코젤렉,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7 : 자유주의>, p13 


 오늘날의 정치사상 중 '자유주의'사상을 극단으로 밀어붙인 사상이 '자유지선주의 Libertarianism'다. 대표적인 자유지선주의 사상가 머리 로스바드 (Murray N. Rothbard, 1926~1995)의 <자유지선주의선언 For a New Liberty: The Libertarian Manifesto>은 자유지선주의의 관점에서 국가의 정치, 경제, 사회 문제를 구체적으로 다룬 책이다. 현대 자유주의의 흐름에 대해서는 이 책의 리뷰를 통해 보다 자세히 살펴보는 것으로 하고, 이번 페이퍼에서는 자유지선주의 강령의 개략적인 성격을 소개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갈무리하자...  

 

 자유지선주의 강령은 더 나은 미래에 대한 약속과 함께 가장 좋았던 시절의 미국을 실현하겠다고 제안한다. 자유지선주의자들은 이제 다행히도 한물간 지난 시대 유럽의 군주정 전통에 집착하는 보수주의자보다도 더욱 공고하게 미국을 건국한 위대한 고전적 자유주의 전통을 이어받았다. 이 전통은 우리에게 개인의 자유에 대한 미국의 전통과 평화로운 외교정책, 최소 정부와 자유시장 경제를 물려줬다. 우리는 보수주의자들보다도 더 진정으로 전통적이고 더 뿌리 깊게 미국적이지만, 동시에 어떤 면에서는 급진주의자보다도 더욱 급진적이다._머리 N.로스바드, <새로운 자유를 찾아서 : 자유지선주의선언>, p510


19세기 이후에 정치적 입장의 스펙트럼이 "왼쪽"으로 확장됨으로써 한때 진보적이고 해방적인 것으로 여겨졌던 입장이 점차 중앙으로 밀려나 혁신적인 성격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또한, 자유주의가 그 비판자들에 의해 계속해서 부르주아 계급의 세계관이나 정치적 목표와 동일시됨으로써 하나의 계급 이데올로기로 축소되었다._코젤렉,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7 : 자유주의>-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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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1-04-28 19: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점이 좋은 거 같습니다.
같은 책을 읽어도 핵심을 다르게 보는 것 같습니다. ㅎㅎ
제가 이 책을 읽을 때 자유 개념이 바뀐 건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아니라 ‘소유’에 대한 자유를 인정한 시기라고 보았습니다. ^^

겨울호랑이 2021-04-28 22:25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저는 미처 생각치 못했는데, 북다이제스터님께서 말씀하신 지점을 다시 짚어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북다이제스터 2021-04-28 21:34   좋아요 1 | URL
아닙니다. 제가 잘 못 읽었을 수 있습니다. 제가 미쳐 몰랐던 말씀이라서 드린 얘기입니다. ^^

겨울호랑이 2021-04-28 21:59   좋아요 0 | URL
역사의 흐름을 규정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관점을 버릴 수는 없는 것이고 그러다보면 중요한 것임에도 놓치는 부분이 없지 않음을 느낍니다. 다만, 그게 무엇인지를 모르는게 제 자신의 한계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런 면에서 다른 관점에서 말씀해 주시는 부분은 큰 도움이 됩니다. 제 생각 안에 갖혀 있는 것은 마치 아침에 면도할 때 한 방향으로만 깎는 것과 같은 느낌입니다. 다른 방향에서 면도를 하면 훨씬 깔끔해진다는 면에서 감사드립니다.(물론, 7중날 면도기를 사면 제일 좋겠지만, 제 지식은 그 정도가 되지 못하네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