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정신에 의해 결정되지 않고 신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 아직까지 알지 못했다"[E, 3부 정리2 주석], 이는 스피노자의 유물론적 원리가 되며, 그것은 내가 다음의 연구에서 탐구하고자 하는 세 가지 논제로 요약될 수 있다.
1. 신체의 해방 없이는 정신의 해방은 있을 수 없다.
2. 집합적 해방 없이는 개체의 해방은 있을 수 없다.
3. 이런 정리들의 쓰인 형식은 앞서 존재하는 정신의, 영혼의 의도를 현실화하거나 물질화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신체들 사이의 신체로서 그 자체로 물질적 실존을 소유한다._워런 몬탁, <신체, 대중들, 역량>, p22
워런 몬탁 (Warren Montag)은 <신체, 대중들, 역량 - 스피노자와 그의 동시대인들 Bodies, Masses, Power>에서 신체, 역량, 대중들의 관계를 스피노자 철학의 범위 안에서 '해방'이라는 주제로 따라간다. 그리고, 독자들은 책을 읽으며 유물론(唯物論)에서 바라보는 스피노자 철학의 개관을 알게 된다. 본문에는 여러 내용이 있지만, 이번 페이퍼에서는 저자가 말한 세 가지 논제를 중심으로 내용을 따라가 보자.
1. 신체의 해방 없이는 정신의 해방은 있을 수 없다.
우리들이 사물들의 탐구에 종사하는 동안에는 추상적인 것으로부터 결코 어떤 것을 추론해서도 안 되며, 오직 지성 안에만 있는 것들을 사물 안에 있는 것들과 혼동하지 않도록 매우 조심해야만 할 것이다. 그러나 최선의 결론은 어떤 특수한 긍정적인 본질로부터 또는 참답고 타당한 정의(定義)로부터 도출된다._스피노자, <지성개선론>, p84
[정리13] 인간 정신을 구성하는 관념의 대상은 신체이거나, 또는 오직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어떤 연장의 양태일 뿐이다._스피노자, <에티카>, p96
스피노자(Baruch Spinoza, 1632 ~ 1677)는 <지성개선론 Tractatus de Intellectus Emendatione>에서 추상적인 것으로부터의 추론이 아닌, 지성 안에 있는 것으로부터의 추론에 대해 말한다. 지성으로부터 참된 인식으로의 나아감. 인간들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도구들로부터 복잡한 것들을 만들어 내듯, 지성도 타고한 힘으로 지혜의 정점(sapientiae culmen)으로 나아간다. 여기에서 정신과 신체는 분리될 수 없는 하나다. 몬탁은 이러한 스피노자의 인식 위에 해방의 문제를 '신체'와 '신체들의 변용'으로 돌린다. 정신이 신체와 동일하다면, '신체의 해방 없이는 정신의 해방은 이루어질 수 없을 것'임은 지극히 당연하다.
해방에 이르는 길은 다른 곳, 대답을 전제하지 않은 질문에서 시작된다. 우리가 신체들에 대해 정신들을 더 이상 초월적인 것으로 고려하지 않았을 때, 정신적 결정들, 의지의 행위들이 자신의 창조에 관한 신처럼 신체들과 무관한 실존을 갖지 않기 때문에 그것들이 원인이라고 말해지는 물리적 행위들에 전적으로 내재하는 것으로 보일 때, 무엇이 벌어질까? 우리의 주의는 뜻밖에 그리고 비가역적으로 인간의 내면성의 현상들, 의지의 행위들, 주어지거나 없어진 동의, 찬성이나 반대 그리고 그것들이 토대가 되는 권리와 법의 전적인 사법적 장치로부터 다른 곳으로 돌려진다. 그리고 종속은 물리적/물질적 문제, 신체들이 하고 하지 않는 것의 문제 그리고 그것들이 어떻게 서로를 변용하는지의 문제가 된다._워런 몬탁, <신체, 대중들, 역량>, p88
2. 집합적 해방 없이는 개체의 해방은 있을 수 없다.
몬탁이 해석하는 신체는 단일(單一)한 개체 단위가 아니다. 신체는 생존을 하기 위해 상/하위 단위, 다른 신체들과 관계를 맺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스피노자의 '신체'는 사회적 관계를 필연적으로 만들게 된다.
신체는 공기, 물, 영양, 즉 자신을 유지하기 위한 아주 많은 이질적인 신체들의 섭취를 요구하며 그것이 없다면 신체는 빠르게 소멸할 것이다... 인간의 신체는 바로 신체의 생존을 위해 다른 인간의 신체들을 필요로 하며 따라서 수많은 부분들로 구성될 뿐만 아니라 생존의 조건으로서 자연의 일부를 형성하는 인간 사회를 포함하여 다른 신체들, 보다 큰 신체들, 보다 큰 단일체들, 보다 큰 집합들의 다른 부분들 가운데 한 부분을 구성하면서 다른 신체들과 상호작용을 해야만 한다._워런 몬탁, <신체, 대중들, 역량>, p75
(2) 우리가 정치를 역량이라고 생각하게 되면, 개체는 유의미한 분석 단위가 되지 않는다. 개체로서, 즉 분리된 자율적인 것으로서 개체의 역량은 이론적으로 무시될 정도로 미미하다. 사실상 자연 상태라는 통념은 이것이 분리되고 고립된 개체들의 사회 이전 상태인 한에서, 스피노자에게 완전히 불가능한 것이다. "어느 누구도 고립 속에서 자신을 방어하거나 삶에 필요한 모든 것을 얻을 정도로 충분히 강하지 않다. 따라서 인간은 본성상 시민사회를 열망하며 그것을 결코 완전히 폐지할 수 없다는 것이 따라나온다."._워런 몬탁, <신체, 대중들, 역량>, p162
이와 함께 몬탁은 스피노자 철학에서 '역량'과 '권리'를 동일하게 보고 있는 마트롱(Alexandre Matheron)의 해석을 빌린다. 이로부터 결국, 작은 신체보다 큰 신체가 더 큰 역량과 권리를 갖는다는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스피노자의 정치철학에서 결정적인 행위의 주체는 '개인'이 아닌 '다중'이다. 마트롱이 <스피노자 철학에서 개인과 공동체>를 통해 <윤리학>과 <신학-정치론> <정치학>이 같은 기하학적 구조를 가졌음을 말했다면, 몬탁은 양태(樣態)에 따라 정치철학의 중요함을 강조한다. 이로부터정치 주체로서 다중에 의한 '집합적 해방 없이는 개체의 해방은 없다'가 도출된다.
(1) 스피노자는 역량과 권리를 분리시키는 것을 거부한다. "자연은 자연의 역량 안에 있는 모든 것에 대해 최고의 권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자연 전체의 보편적 역량은 집합적으로 고려된 모든 개체들의 역량 이외에 다른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각각의 개체는 자신의 역량 안에 있는 모든 것에 대해 최고의 권리를 소유한다는 것이 따라 나온다."_워런 몬탁, <신체, 대중들, 역량>, p161
<정치론>에서 그(스피노자)는 분명하게 말한다. 권리가 역량만큼이라면, 개체 하나만으로는 단지 작은 역량이나 권리만을 가질 수 있을 뿐이다. 개체가 어떠한 실재성을 갖는 것이라면, 개체의 권리는 국가와 관련해 보잘 것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국가의 권리는... 각 개인의 역량 potentia이 아니라 다중의 역량에 의해 규정된다"_워런 몬탁, <신체, 대중들, 역량>, p138
3. 이런 정리들의 쓰인 형식은 앞서 존재하는 정신의, 영혼의 의도를 현실화하거나 물질화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신체들 사이의 신체로서 그 자체로 물질적 실존을 소유한다
이상의 <신체, 대중들, 역량>들의 관계를 종합해보자. <지성개선론>에서 언급되었듯이, 스피노자는 현존하는 모든 지각으로부터 참다운 관념으로 나가고자 했다. 지각되기 위해서는 동일한 정신-신체가 필요하며, 인간 해방의 문제는 결국 신체의 해방 문제로 귀결될 것이다. 신체들은 '생존'하기 위해 '사회적 관계'를 맺는다. 이들은 사회적 관계를 통해 생존하지만, 동시에 서로 다른 크기의 신체들은 그 크기 만큼의 역량을 갖는다. (마트롱이 해석한) 스피노자는 권리와 역량을 별도로 보지 않았기 때문에, 국가가 가장 강한 권리를 갖는다는 점에서는 얼핏 홉스((Thomas Hobbes, 1588~1679)와 동일한 결론에 이른듯 보이지만, 국가의 배후가 되는 다중(multitude)의 역량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왕권신수설'의 홉스와는 다르다는 것이 책 전반의 큰 줄기다.
스피노자는 단지 정신들의 해방, 신체로는 결코 표현될 수 없는 정신의 자유, 이미 실행된 것으로 보일 수 있을 때 가장 잘 확증되는 자유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의 자유를 요구한다. 단지 그 자신과 자신의 권리들의 소유자인 개체의 해방이 아니라 그것의 외부에서는 개체가 실존하지 않으며 그것과 별개로 개체의 자유를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집합체의 해방을 요구한다._워런 몬탁, <신체, 대중들, 역량>, p120
대중들의 본성과 역량이 설명되는 가장 공통적인 형상figure 가운데 하나는 대개 국가 업무에 대한 눈에 띠지 않는 배경이지만 불안한 시기에는 어떤 것도 그것에 저항할 수 없는 힘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바다의 형상이다. 죽음이든 불화든 국가에서 사소한 균열은 대중 행동과 질서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이러한 결정적인 역사적 계기들의 진실은 정치 체계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것의 외부, 성난 다중의 역량에 있다._워런 몬탁, <신체, 대중들, 역량>, p141
결국, <신체, 대중들, 역량>은 유물론의 관점에서 스피노자의 정치철학을 분석하는 책이라 할 것이다. 이러한 몬탁의 관점을 이해한다면, 네그리의 3부작 <제국> <다중> <공동체>를 보다 깊게 이해할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일단 이들에 대한 정리는 다음으로 넘기자. 그런 면에서 몬탁의 <신체, 대중들, 역량>은 스피노자와 네그리를 연결해주는 튼튼한 다리라고 정리하며 이번 페이퍼를 갈무리한다...
PS. <제국>은 이미 많이 넘겨서... 빨리 정리해야겠다... ㅜㅜ
스피노자는 단지 정신들의 해방, 신체로는 결코 표현될 수 없는 정신의 자유, 이미 실행된 것으로 보일 수 있을 때 가장 잘 확증되는 자유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의 자유를 요구한다. 단지 그 자신과 자신의 권리들의 소유자인 개체의 해방이 아니라 그것의 외부에서는 개체가 실존하지 않으며 그것과 별개로 개체의 자유를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집합체의 해방을 요구한다._워런 몬탁, <신체, 대중들, 역량> - P120
대중들의 본성과 역량이 설명되는 가장 공통적인 형상figure 가운데 하나는 대개 국가 업무에 대한 눈에 띠지 않는 배경이지만 불안한 시기에는 어떤 것도 그것에 저항할 수 없는 힘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바다의 형상이다. 죽음이든 불화든 국가에서 사소한 균열은 대중 행동과 질서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이러한 결정적인 역사적 계기들의 진실은 정치 체계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것의 외부, 성난 다중의 역량에 있다._워런 몬탁, <신체, 대중들, 역량> -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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