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수익은 남아 있는 의병들을 해산시키고 있었다. 공허의 대원 여섯까지 합해 모두 서른넷이었다. "여러분, 오늘은 우리 모두에게 참으로 슬프고도 서운한 날입니다. 여러 가지고 사정이 여의치 못해 우리 의병대는 해산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조금치도 슬퍼하거나 서운해해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의병을 해산하고 헤어진다고 해서 의병활동을 영영 끝내고 다시는 만날 수 없게 되는 것이 아닌 까닭입니다. 한번 의병으로 나선 우리는 빼앗긴 나라를 되찾을 때까지 의병정신으로 싸워야 하고, 우리는 기필코 다시 만나게 될 것입니다..." 송수익의 어조에는 비장감이 서렸고, 대원들의 얼굴에도 비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여러분, 이제 그만 일어들 나시오." 송수익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러나 그 웃음에는 슬픈 빛이 역연했고, 침통한 목소리에는 물기가 스며 있었다. "우리 그냥 작별허기 서럽고 지랄 같은디 속 풀고 맘 다지게 다함께 노래나 한 자락 허고 뜨는 것이 어쩌겄소!" "아리랑이 딱 좋네. 한 사람씩 돌아감스로 가락얼 먹어기로 허는 것이여. 모다 얼렁얼렁 일어나드라고."_조정래, <아리랑2> 中
구한 말을 배경으로 하는 조정래의 장편 소설 <아리랑>. 아리랑은 의병을 해산하는 순간에도, 하와이에서 국민군단을 창설할 때에도 인물들과 함께 한다. 슬플 때에도, 그리울 때에도 이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것은 아리랑이었다. 오늘은 의병을 해산하는 송수익이 어떤 심정으로 노래를 불렀을 지 조금은 더 깊게 공감하게 된다. 나라를 빼앗긴 것도 아닌데, 소설 속 인물에 이렇듯 감정이입이 잘 되는 것을 보면서 생각보다 내 자신의 감수성이 풍부함을 느끼는 밤이다...
그들은 진정으로 그리움이 사무쳐 몸부림이 일어나는 것처럼 아리랑을 목놓아 구성지고 서럽게 불러댔다. 술에 취하면 누구나 아리랑을 불렀다. 불러도 목놓아 불렀다. 목놓아 부르다 보니 가락은 제멋에 겨워 더 늘어지며 넌출져 휘감기며 처연해지고, 술에 젖은 가슴은 그 가락을 못 이겨 허물어지며 더 서러워지고 녹아내리며 한스러워져 이어지고 또 이어지는 가락에는 끝내 물기가 묻어나고는 했다._조정래, <아리랑4>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