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13 - 근대적 / 근대성, 근대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13
한스 울리히 굼브레히트 지음, 원석영 옮김 / 푸른역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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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르네상스"라고 부르는 세기들의 진행에서 그때그때 현재와 고대와의 관계가 변한다. 뛰어넘을 수 없는 고대인들의 우수성에 대한 의식을 여전히 가지고 있던 르네상스 시대 초기에는 고대인들에 대한 모방을 추천한 반면, 그 이후에는 "모방 imitatio"이라는 원리를 "경쟁 aemulatio"이라는 원리가 대신했다. 이와 함께 그리스와 로마 문화의 전성기에 도달할 수 있다는 희망이, 나아가 그것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_ 라인하르트 코젤렉,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13 : 근대적/근대성, 근대>, p24


 라인하르트 코젤렉(Reinhart Koselleck, 1923 ~ 2006)의 개념사 사전 13번째 주제는 근대(Modern)다. 코젤렉에 의하면 '근대'는 '현재 gegenwartig', '새로운 neu', '일시적 vorubergehend'라는 대략 세 가지 의미를 가진 단어다. 얼핏 보면 큰 연관없는 의미지만, 개념사를 따라가다보면 '근대'의 의미영역 확장을 이해할 수 있다. 영광스러운 고대 그리스 문화를 기준으로 르네상스(Renissance)의 '근대'가 과거의 구분되는 시점을 의미한다고 했을 때 그것은 '현재'가 된다. 또한, 과거는 이미 지난 것이라는 이미지를 가지면서 찰나의 '근대'는 '새로운'이라는 의미를 추가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과거가 오랜 기간의 축적이라는 면에서 '영원한 永遠 ewig'을 가져가면서, 이와 대립되는 '일시적'이 근대 안에 들어오게 된다. 


 일시적인 다양한 이상들에 대한 구상을 담지하고 있는 근대성 modernite 개념에는 이제 더 이상 과거의 본질로서 '고대 antiquite'가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 불멸적인 것만이 대립된다. 근대적인 것 Das Moderne과 영원이라는 두 원리는 "아름다움의 이중적인 본성" 속에서 서로를 보완한다._ 라인하르트 코젤렉,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13 : 근대적/근대성, 근대>, p52


 다만, 개인적으로 '현재'와 '일시적'의 차이는 미묘하게 다르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 1844 ~ 1900)가 있다. 니체 이전 '과거'가 고대 그리스라는 '절대 과거'라면, 니체 이후의 과거는 개별 현재의 반대로서'상대 과거'가 된다. 절대 과거에서 '영원'은 아주 먼 옛날(long long time ago)가 되겠지만, 상대 과거에서 '영원'은 '지금 이순간'의 미분값의 합(合)이라는 점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다른 말로, 니체 이전의 idea가 고대 그리스라면, 니체 이후의 idea는 진보하는 역사의 최상(最上)이라고 생각된다. 개인의 생각이라 부족함이 있겠지만, 생각없이 사용해왔던 '근대'의 의미를 되새겨봤다는 점을 작은 성과로 하고, 책을 덮는다...


 유럽 문화의 데카당스에 대한 니체 Nietsche의 이론은 근대에 지금까지 인용되었던 텍스트들과는 전혀 다른 위상을 부여한다. 그 텍스트들은 그리스를 척도로 간주하지 않고, 각각의 시대에 바로 이전의 국가 고전주의를 척도로 간주했고, 경멸된 근대를 새로운 인간상을 통해 극복하는 대신, 그렇게 추정된 고전주의 국가 이상의 보전을 선전했다... 니체는 "평균화, 민주주의, '근대적'이념들에로의 전이"는 1871년의 "제국의 정초"와 함께 독일에서도 종결되었다고 보았다._ 라인하르트 코젤렉,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13 : 근대적/근대성, 근대>, p64


 모더니즘의 다양한 대변자들에 의해 특징적으로 거론되는 원리들을 나열할 경우, 우리는 통일된 독트린보다는 19세기의 예술적, 철학적, 정치적 이론들을 발견하게 된다... 모더니즘에게 내외적인 분쟁을 가져오는 방향 설정의 차이에 직면해서, 아직 설계되어야 할 현재의 시작에 서있다는 의식만이 공통적인 자기 이해의 토대로 남아있었다. "우리는 두 세계의 경계선에 서 있다. 우리가 이루는 것은 아직 우리가 알고 있지 못한, 결코 알아챌 수 없는 미래의 위대함에 대한 준비에 불과하다."_ 라인하르트 코젤렉,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13 : 근대적/근대성, 근대>,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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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3-21 21: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최근에 니체에 대해 보면서 아 니체가 진짜 근대를 넘어 현대 철학의 시조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잠시 했는데, 이런 생각을 누군가는 저렇게 확고한 개념으로 정의했군요. ^^

겨울호랑이 2021-03-22 01:14   좋아요 0 | URL
^^:) 저는 니체의 사망연도(1900년)을 생각할 때마다 ‘최후의 근대인‘이라 생각했는데, 바람돌이님께서는 그의 사상을 보시고 ‘최초의 현대인‘이라 생각하셨군요. 바람돌이님의 말씀을 들으니, 코젤렉의 개념사 시리즈가 참 잘 짜여진 시리즈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