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한강>은 아버지 강토와 아들 석주를 통해 한국현대사를 그려낸다. 허영만 화백 초창기 만화의 주인공 이름인 '강토'라는 이름에서 지난 세월의 흔적을 느낀다. 반가움과 그리움, 추억과도 같은. 작품이 나왔던 1980년대에는 주인공들의 입에서 나오는 웅변과 연설에 담긴 내용이 충격적으로 다가왔겠지만, 이제는 어느정도 보편적으로 알려진 사실이 된 점 또한 강토의 이름만큼이나 세월의 흐름을 알려준다.
허영만 화백의 '강토'는 여러 작품에서 매번 다르게 그려진다. 강토의 모습, 강토의 성격... 등등.. . <오! 한강>에서는 강토 대신 시대가 매우 빠르게 변화한다. 해방과 분단, 전쟁과 군사독재, 그리고 맞이한 1987년. 급격하게 바뀌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혁명가에서 아나키스트로 서서히 바뀌어 가는 강토의 모습은 <오! 한강> 5권의 작품을 마치 서로 다른 별개의 작품으로 느끼게 한다. 돌아보면, 최근 100년간 한국 현대사는 얼마나 수많은 사건이 한꺼번에 일어난 시기였는가... 불과 70여년 남짓한 시기에 미국의 독립전쟁과 남북전쟁이 일어나고 뒤이어 산업혁명이 이어지는 급변하는 시대 상황에서 매번 삶과 죽음의 선택을 강요받았던 시기. 이러한 시기를 살아가면서 겪어야 했던 개인의 변화는 우리들 자신이 시대와 결코 분리될 수 없는 존재임을 일깨운다. 여기에 더해, 비록 우리나라에서는 서양과 같은 치열했던 종교전쟁은 없었지만, 종교 대신 자리를 차지한 이데올로기의 대립이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 깊은 영향을 갖고 있음도 돌아보게 된다.
<오! 한강>은 조정래의 <태백산맥>과 <한강>을 배경으로 하는 시대를 보다 압축적으로 그림과 함께 담아 독자들에게 보다 생생하게 시대상을 느끼게 해준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작품이다. 쉽고 빠르게 한국 현대사의 굵진한 사건들을 개인의 입장에서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면, 대신 제한된 인물로 인해 놓치는 부분도 있음도 당연하면서도 아쉬운 부분이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아리랑>, <태백산맥>, <한강>를 다시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그 전에 <수용소 군도>부터 마무리를 지어야 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