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혁명 1760-1830
T. S. 애슈턴 지음, 김택현 옮김 / 삼천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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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 경제학자인 T.S.애슈턴(1889 ~ 1986)의 입장은 다소 독특하다고 할 수 있다. 비교적 부피가 얇은 이 책에서 1차 산업혁명 시기에 이루어진 기술혁신과 경제적 변화들을 실증적으로 검토한 애슈턴은, 1차 산업혁명은 비관론자들의 주장처럼 부자를 더 부유하게 만들고 가는한 자들을 더 가난하게 만든 것이 아니라 영국 사회와 영국인을 기아와 질병의 공포에서 구해내는 역할을 했다고 주장한다.. 또한, 산업혁명이 '산업'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사회적'이며 '지적'인 것이기도 하다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애슈턴이 1차 산업혁명 연구에 공헌한 바는, 이전의 연구에서는 거의 주목받지 않았던 영국의 비국교도 집단과 스코틀랜드인들의 역할을 중요하게 취급하고 적극적으로 조명했다는 점이다._T. S. 애슈턴, <산업혁명>, p7, 옮긴이 서문 中

역사에서 '산업혁명기'이라 부르는 시기에 대해 T.S 애슈턴은 <산업혁명 1760 ~ 1830>에서 산업혁명이 가져온 긍정적 효과(경제성장 등)을 인정한다는 점에서는 낙관론의 입장을, 그 발전의 단속적인 측면을 받아들였다는 점에서는 비관론을 취하는 입장에 서 있다. 이 같은 입장에서 살펴본다면, 그는 중도적 입장에 선 학자라 할 수 있을 것이지만, 책 안 곳곳에 자리잡은 동양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을 어렵지 않게 발견하게 된다. 저자의 실증에 기초한 분석은 취하되, 동양을 주변부로 인식하는 저자의 관점은 분명 감안하고 받아들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오늘날 인도와 중국의 평원에는 질병과 굶주림에 시달리는 남녀들이 낮에는 함께 일하고 밤에는 따로 잠자는 가축들보다 외견상 거의 나을 게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 같은 아시아의 생활수준과 기계화되지 않은 그런 공포는 산업혁명을 거치지 않고 인구수만 늘리고 있는 사람들의 운명인 것이다.._T. S. 애슈턴, <산업혁명>, p214

애슈턴은 중국인과 인도인들에 대해 나태하다고 독설을 퍼붓지만, 산업혁명을 통해 생산된 면화의 소비자, 저렴한 노동력의 공급자로 역할하지 않았다면 과연 우리가 산업혁명이라 부를 사건이 거대한 역사의 흐름에서 드러나기나 했을런지... 경제사 고전인 <산업혁명 1760 ~ 1830>은 우리에게 여러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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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07 12: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07 1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21-01-07 14: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어제 읽은 강준만 선생의 책에 나오는
사회진화론에 입각한 주장이 아닐까 싶습
니다.

산업혁명의 후과로 혜택을 본 사람들도
있지만, 진짜 산업혁명의 역군이었던 노동자
들이 역설적으로 노동에서 소외되고, 산업
혁명의 과실을 자본가들이 독식해 버린
상황에 대해서는 애써 눈을 감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작년 말에 잠깐 맛을 본 에릭 홉스봄의 혁명
의 시대에서 느꼈던 것처럼, 저자의 관점을
어디에 두냐에 따라 역사에 대한 해석도
천양지차로 달라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겨울호랑이 2021-01-07 14:42   좋아요 1 | URL
레삭매냐님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산업혁명‘을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긍정적 영향을 강조하기에 사회에 가져온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는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결과 정도로 인식하는 성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합리화 하는 이론이 스펜서의 사회진화론이겠지요... 생각해보면, 다윈의 진화론이 가지는 의의는 생물학에서보다 사회학에서 더 크게 느껴집니다. 다윈 자신이 이를 원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제 생각에 애슈턴은 산업혁명을 기술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인식하는 편에 가깝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이에 대해서는 <자본, 제국, 이데올로기>에 자세히 소개되었는데, 기회가 되면 정리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