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권력 : 자본, 그들은 어떻게 역사를 소유해 왔는가」의 저자 히로세 다카시는 금융의 모건 가문과 석유의 록펠러 가문이 어떻게 미국의 산업과 문화 전반을 잠식하는지를 상세하게 묘사한다. 이러한 구도 안에서 일찍이 마르크스가 「자본론」에서 묘사한 독점자본이 얼마나 거대해질 수 있는지, 그리고 이 거대 공룡이 정치를 통해 그 지배를 강화해왔음을 깊이 느끼게 된다.

다른 한편으로 「제1권력」은 우리에게는 민족의 아픔으로 느껴지는 ‘한국전쟁‘이 누군가에겐 비즈니스 게임의 일부라는 사실도 알려준다. 이를 통해 우리는 분단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확인할 수도 있다.

요약하자면, 「제1권력」은 자본주의 사회의 주인이 누군가인지를 냉정하게 진술하고 있으며, 경제체제인 자본주의가 파트너인 정치체제로 민주주의를 선택한 것은 자신의 지배를 가장 용이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넌지시 제시한다. 누군가는 음모론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생각보다 우리가 가는 길을 막는 장애물은 어마어마하게 거대할 수도 있겠다...



1945년 8월 15일 제2차 세계대전이 막을 내렸을 때, 일본의 동양척식주식회사는 한반도 토지의 64%라는  실로 광대한 지역을 지배하고 있었다. 이 회사는 전쟁  전에 미국에서 사채를 판매하기도 했다. 그런데 전쟁  전과 전쟁중, 그리고 전쟁이 끝난 뒤에도 한반도의 독점지배 회사나 마찬가지였던 동양척식주식회사의 재산 관리 회사는 어디였을까? 놀랍게도 그것은 모건의 내셔널시티은행이었다.  - P288

그렇다면 휴전 날짜는 어떤가? 그들은 전쟁을 통해  한국 민중을 지배하려고 한 게 아니었다.  한반도 남부에  대한 지배를 굳힌 뒤  "38도선을 확정함으로써 일단  승리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는 투기꾼다운 발언이 휴전  직전에 정부 수뇌들의 입에서 일제히 흘러나왔던 것도 이러한 사정 때문이다. 그들은 한국 대통령인 이승만에게 100만 달러를주고 이권을 자유롭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한 것에 만족하고 있었다. 다만 그들이 우려한 것은 군수 경기가 침체하면 어쩌나 하는 것이었다. - P290

사실상 모건과 록펠러로 인하여 죽어간 수많은 목숨들을 생각하면, 그들의 자선사업은 한낱 위선에 불과하다는 게 불을 보듯 뻔했다. 그들이 매스컴과 영화를 동원시킨 것도 바로 그것을 감추기 위해서였다. 물론 단순히 비즈니스의 시각에서 보면, 생명보험업에 진출한 시기와 의료 자선사업을 시작한 시기가 우연히 일치했을 뿐이라고 혹자는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하게 보기엔 너무나도 무서운 결론이 아닌가?
- P159

 오늘날까지 우리는 민주당 대 공화당이라는도식 속에서 매파 대 비둘기파라는 이미지를 세뇌받아 가당치 않은실수를 범해왔기 때문이다. 한꺼풀 벗겨 보면 민주당과 공화당 뒤에는 그들 모두를 지배하는 모건과 록펠러가 숨어 있고, 각료 자리도 살펴보면 전부 저들의 수족들이 점령하고 있었다. 구체적인 사례를 한가지 들자면, 존 D. 록펠러의 손자 넬슨 록펠러는 순수 매파 공화당원으로서 이 무렵엔 뉴욕 주지사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의 동생데이비드 록펠러는 민주당의 비둘기파를 열렬히 지지해왔다. 그럼에도 이 형제는 반목하기는커녕 록펠러 가라는 마차의 두 바퀴로서 견고하게 손을 잡아왔다. - P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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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9 19: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09 2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20-12-10 20: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 올해의 서재의 달인과 북플마니아 축하드립니다.
따뜻하고 좋은 연말 보내시고,
항상 행복과 행운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겨울호랑이 2020-12-10 20:45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님, 감사합니다. 언제나 서재 이웃을 먼저 챙겨주시는 서니데이님의 글을 읽으니 한 해가 가는 것을 느끼게 되네요. 서니데이님께서도 건강하게 한 해 마무리 지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