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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럴드 블룸의 독서 기술 - 셰익스피어에서 헤밍웨이까지 작품으로 읽는 문학 독법
해럴드 블룸 지음, 윤병우 옮김 / 을유문화사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지혜는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궁극적으로 우리는 혼자이며 남의 도움 없이 해결해 나가야 한다. 잘 읽는 것은 고독이 제공하는 크나큰 즐거움 중 하나이다. 독서는 우리에게 우리 자신이나 친구, 또는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 속에 있는 타자성(他者性)을 일깨워 준다. 상상에 의한 허구의 문학인 순문학 imaginative literature은 타자성이며, 바로 그러한 이유로 고독을 경감시켜 준다. 우리가 읽는 이유는 사람들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라 우정이 너무나 취약하고, 위축되거나 사라지기 쉬우며, 공간과 시간과 불완전한 연민, 그리고 가정과 애정 생활의 온갖 슬픔으로 짓눌리기 쉽기 때문이다. _ 해럴드 블룸, <해럴드 블룸의 독서 기술>, p15
책을 왜 읽어야 하는가? 독서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책을 읽을 때 또는 평소에도 몇 차례나 떠올리는 질문이다. 이에 대해 몰랐던 것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더 새로운 것을 느끼기 위해 또는 성장하기 위해라는 답을 스스로에게 하지만, 때로는 이러한 답이 솔직하지 못하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내 눈 앞에 맞닥뜨린 어려움을 잠시 벗어나고자 책을 읽을 때 또는 마음이 답답해서 책을 들 때가 그렇다. 그럴 때에는 독서가 현실 도피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 같아 어쩐지 그래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른 한 편으로, 평소에도 우리가 마음 쓰지 않을 수 없는 작은 걱정이나 근심이 끊어질 날은 없으니, 평안한 날만 골라서 책을 읽을 수도 없기에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 해럴드 블룸(Harold Bloom, 1930 ~ 2019)은 <해럴드 블룸의 독서 기술 How to read and why?>에서 독서를 하는 이유를 고독 속에서 슬픔에 짓눌리기 쉽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어쩌면 우리는 고독 속에서 처절하게 자신을 느낀 후 독서를 통해 타자성을 채우는 것이 아닐까.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을 비우는, 잠시 책을 덮는 시간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