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의 기원 The Origins of Korean War」를 읽었다. 커밍스는 2권의 책에서 미•소 강대국에 의한 신탁통치가 전쟁 이전 5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남과 북을 만들었는가를 설명한다. 1권에서는 갑작스러운 일제 패망으로 혼란스러운 정국과 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무지가 드러난다. 이들은 한국인들을 이해할 수도, 이해하려 하지 않았기에 일제가 남긴 유산 - 근대화한 철도, 중앙집권형 관료제 -를 적극 활용한 통치를 펼치지만, 이러한 강압적인 미군정은 남한 내 공산세력을 확장시키는 계기를 준다. 반면, 소련은 인민위원회를 적극 지원하고, 이로 인해 북한은 빠르게 중앙 집권화를 이루게 된다.
뒤를 이어 제2권에서는 대외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미국의 태평양 전략과 애치슨 라인 선언(Acheson Line declaration) 배경과 1949년 중국 국민당 정부의 패퇴와 공산당 정부 수립 등이 1950년 한국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서술된다.
커밍스가 바라본 한국전쟁의 기원은 이와 같이 복합적이다. 저자는 역사적으로는 일제 식민시대의 경험과 영향, 세계적으로는 새로운 패권국가 미국과 소련의 대립, 중국 공산당의 승리 등 모든 요인이 한국전쟁을 만들었다고 보기에, 누가 한국전쟁을 일으켰는가에 대한 즉답을 피한다.
Imagine : that the Korean War should have started in remote and isolated Ongjin, within the realms of far-off, remote Korea; that the conflict was between the Kim Il Sung and the Kim Sok-wons ; that the United States and then China should have been drawn into this black hole ; and that global war was at the doorstep six months later : it is still amazing, daunting, terrifying. It became an unmitigated tragedy for all concerned, this war that began with an incident at Ongjin.(p620)... Who caused the Korean War? No one and everyone, all who were party to the intricate tapestry of events since 1945... Who started the Korean War? This question should not be asked. Especially, Koreans should stop asking this question.(p621) <The Origins of the Korean War Vol 2 > 中
이번 독서는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한국전쟁을 정리하기 위해 시작한 독서였지만, 솔직하게 여러모로 부족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전쟁을 이해하기 위해서 해방 전후사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고, 해방 전후사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한국근대사 이해가 필수적인데 이에 대한 사전 준비가 부족했다. 더구나 한국근대사 부분은 ‘자본주의 맹아론‘ 등 역사전쟁의 쟁점이 담겨있음을 생각하면 부족함이 더 크게 느껴진다. 이러한 역사적 이해 부족에 더해 최근 볼턴의 회고록 사건을 통해 보듯이,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인 한국전쟁은 진행형이기에 객관적으로 보기 어렵다는 어려움도 더해진다...
이런 부족함을 반성하며,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이한 독서는 보다 깊이있는 독서가 되어야 하기에 이에 맞춰 계획을 잡아본다. 먼저 해방 전후사를 다룬 두 관점에 대한 책들로 그 시대를 조명하고, 여기에 더해 「독도 1947」로 한반도를 둘러싼 세계 외교의 움직임과 함께 「친일인명사전」으로 일제 잔재의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 보는 것으로 큰 대강을 잡아본다.. 상세한 독서 계획은 차차 세우도록 하고 일단 책들을 갖추었으니 서둘지 말고 꾸준히 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