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노동력 부족을 보충할 목적으로 조선인 약 70만명과 중국인 약 4만명을 일본 본토와 사할린 등지로 강제연행하여 광산 등지에서 혹사시켰기 때문에 다수의 희생자가 나왔다. 또 일본은 다수의 조선인 여성과 점령지 여성에게 군 관리하의 위안부생활을 강요했는데 그중에는 강제연행되거나 속임수로 끌려온 사람들도 많았다.(p528) <새로 쓴 일본사> 中


 중국인 포로들은 더욱 형편없는 보상을 받았고, 동남아시아로 끌려간 노무자들의 숫자는 추산조차 되지 않았다. 그리고 대부분의 위험지역에는 '근로보국대'로 징발된 한국인들이 있었다. 이 끔찍한 이야기에다 '위안부'라는 기묘한 이름으로 불리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최근에 추가되었다. 이들은 일본군 위안소에서 강제로 일했다. 제국군대는 풍기문란을 막고 성병을 줄이기 위해 공개적으로 위안소를 설치하고 관리했다. 위안부의 모집은 보통 인신매매 중개인을 통해 이루어졌고, 규슈의 궁핍한 지역에서 가장 많은 여성이 차출되었다. 규정상 강제모집은 금지되어 있었다. 하지만 군인의 수가 늘어나고 전선이 확대되자 정상적인 공급원에만 의존할 수는 없게 되었다. 이때부터 직업적 매춘부보다는 감언이설에 속아서 지원했거나 강제로 끌려온 여성의 수가 많아졌다.(p972) <현대일본을 찾아서 2> 中 


 일본의 극우주의 역사책들은 과거 일본제국주의 시대의 '침략'을 '진출'로 정당화하고, 일본이 서구 제국주의 침략으로부터 아시아를 지키는 수호자의 역할을 맡았다는 주장을 펼친다. 지금까지도 계속되는 이러한 역사왜곡 안에는 이들이 저지른 참상은 은폐되고, 이러한 사관(史觀)으로 일본 중고등학교 역사가 집필되는 점은 우려할만한 지점이다. 그렇지만, 강제동원과 정신대 피해자, 위안부 피해자들의 용기있는 증언은 일본의 집요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참상을 역사의 수면 위로 올리는 계기가 되었고, 이를 역사 안에 포함하는 일본 역사서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물론, 일본 내에서 이를 부정하고 담지 않는 역사서가 아직은 훨씬 더 많지만. 

 

 백지에 쓴 문장을 소리 내 읽던 그녀는, 모든 걸 다 말하고 싶은 충동에 휩싸인다. "말을 하고, 그리고 죽고 싶다."... "엄마가, 엄마가 가장 갖고 싶어.(p153)' <한 명> 中


 그녀는 울고 싶은데 울음이 안 나온다. 아귀처럼 입을 한껏 벌리고 목을 늘어뜨려도 눈물 한 방울 안 난다. 자매들이 죽었을 때도, 오빠가 죽었을 때도 그녀가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으니까, 친인척들은 흉을 보았다. 독해서 시집도 안 가고 평생 혼자 살더니만 울지도 않는다고. 그녀는 너무 지독하게 살아서 눈꺼풀을 쥐어뜯어도 눈물이 안 나는가 보다 했다. 평생에 걸쳐서 두고두고 울 걸 소싯적에 다 울어버려서 그런가 보다고.(p36) <한 명> 中


 위안부 피해자들은 자신들이 겪은 기가 막힌 이야기에 대해 말하고 싶었지만, 이야기할 수 없었다. 자신의 가족들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비밀을 안고 평생을 살아야했던 피해자들에게 이러한 현실은 2차 가해였으리라. 이러한 현실 속에서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함께 한 이들이 1990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희(정의기억연대 전신)이었다.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공론의 장으로 끌어낸 이들의 공은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분명한 사실이다.


  이미 많은 위안부가 사망했고 살아남은 희생자들은 수치심을 느꼈기 때문에 이 문제는 1990년대 이전까지는 공론화되지 않았다. 1990년대에 오랫동안 침묵을 지키던 한국, 중국, 심지어 네덜란드 여성의 불만이 터져 나오자 위안부문제는 국제문제로 비화되었다. 일본정부가 (외양상으로는 비정부기구를 통해) 손해배상과 보상을 위한 기금마련에 나선 것을 보면 희생자들의 불만이 정당한 것임을 알 수 있다.(p973) <현대일본을 찾아서 2> 中


 최근 21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윤미향 이사장과 정의기억연대와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러한 의혹은 결국 법정에서 가려지겠지만, 그 전까지는 30년 동안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으려 한 이들의 노력을 생각해서라도 기다렸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이들이 아니었으면,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세상에 나올 수 있었을까. 병자호란(丙子胡亂) 당시 끌려간 이들이 목소리를 낼 수 없었기 때문에 우리 역사에 아픈 역사가 반복되었다면, 정의기억연대가 있어 공론화 되었기 때문에 우리는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이러한 공(功)을 생각한다면, 정의기억연대와 이들의 목소리를 듣는 노력을 이제는 우리가 할 차례라 여겨진다.

 

 남자들은 걸핏하면 국가입네 민족입네 거창하게 얘기하지. 강제로 끌려가서 당한 우리만 죄인이고. 불문곡직하고 여자는 순결해야 한다는 게 남자들의 생각이야. 우리가 정신대로 끌려갈 때 조선 남자들은 뭘 했는고?(p99)... 왜정 때 위안부로 끌려갔던 조선 여자들이 십 수만 명이래. 위안부로 등록한 할머니 이백 몇 십 명을 뺀 수많은 할머니들은 한을 안고 소리 소문 없이 죽거나 외롭게 살아가것제. 그넘들이 끌어다가 쓰고 싶으면 쓰고 아프고 병들면 처분해 버리고... 정말 골병들었다.(p100) <나비의 노래> 中


PS. 이들이 저지른 회계부정이 있다면 엄중하게 판결해야 할 것이다. 다만, 회계부정이 있다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를, 가족간 취업특혜가 있었다면 KT 채용비리와 비교하고 우리 사회에 미칠 파장과 정도를 따져 형평성있는 판결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 이런 판결이 나올 때까지 뒤늦게나마 정의기억연대 정기 후원을 시작한다...



 

 민주주의의 세 번째 차원은 민주적 담론이다. 진정한 집단적 행위는 상호작용을 요구한다... 만약 시민들이 그들이 말하는 좋은 생각들이 주의를 끌 수 있도록 하는 구조와 분위기 속에서 공동체에게 말할 수 없다면 민주주의는 진정한 형태의 자기-정부를 제공할 수 없다. 만일 공공의 담론이 검열 때문에 장애를 받는다면, 또는 각각의 편이 다른 편이 말하는 것을 단지 왜곡하거나 묵살하기 위해서 고함을 치거나 비방하는 시합으로 타락한다면 어떤 집단적 자기-정부도 없고, 어떤 종류의 집단적 사업이라는 것도 없으며 오직 수단만 다른 전쟁으로 간주되는 투표만 있게 된다.(p555) <자유주의적 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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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holic 2020-05-20 2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정의연에 대한 겨울호랑이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겨울호랑이 2020-05-20 20:41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bookholic님. 작은 실수 하나로 정의연의 성과와 노력 전체가 부정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많은 이들이 동감할 것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