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활동 정지, 언론/출판/보도/방송의 사전검열, 대학에 대한 휴교조치, '북괴'와 동일한 주장이나 용어사용 및 선동행위 금지 등을주요 내용으로 하는 계엄포고 10호를 발포한 신군부는 대통령직선제 개헌을 통해 대통령에 출마할 것으로 예상되던 김대중, 김종필 등을 체포하고 김영삼을 가택연금했다. 많은 재야인사들을 체포했으며, 신현확(申鉉碻) 내각을 사퇴시키고 새 내각을 구성했다. 한편 광주에서는 신군부의 계엄령 확대에 반대하는 학생시위가 일어났고, 진압을 위해 파견된 계엄군이 이를 과잉진압하여 유혈사태가 벌어졌다. 이에 분노한 시민들이 가담하고, 무기를 탈취한 '시민군'이 형성되어 약 10일간 광주시 전체가 무정부상태로 되었다가 계엄군이 다시 투입되어 무력으로 시민군을 섬멸한(5.27) '광주민주항쟁'이 일어났다.(p310) <고쳐 쓴 한국 현대사> 中


 내일이면 신군부 쿠데타 및 계엄령 확대에 항의하며 일어난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이다. 그렇지만, 한국 현대사의 수많은 문제들처럼 아직 진상규명이 되지 않은 사건들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번 페이퍼에서는 간략하게 나마 5.18 민주화운동 중 가장 희생이 컸던 광주민주항쟁에 대한 내용을 <고쳐 쓴 한국 현대사>와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 현대사>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1980년 5월 17일 전두환 장군은 자신의 쿠데타를 완수하고자 했다. 계엄령 확대를 선포하고 대학을 폐교하고 입법부를 해산하고 모든 종류의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5월 17 ~ 18일 야밤에 수천 명의 정치지도자와 반체제 인사들을 체포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를 설치하고 자신이 상임위원장이 되었다. 이런 비상조치와 함께 전두환은 광주항쟁을 터뜨렸다.(p540)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 현대사> 


 12.12 군사반란 이후 계엄령 확대에 저항하는 움직임이 일자 신군부는 대응 수위를 높이면서 계엄령을 확대해간다. 이와 함께 신군부는 시위의 강경진압을 위해 공수부대의 훈련(충정훈련)을 준비하고 있었으며, 이들은 5월 18일 16:00를 기해 광주에 진입하면서 유혈참극은 시작되었다.


 5월 18일 광주 거리에 약 500명의 사람들이 몰려나와 계엄령 철폐를 요구했다. 약물을 복용했다고 여겨지는 정예 공수부대가 이 도시에 도착하여 학생, 여성, 어린이 가릴 것 없이 길을 막는 사람은 누구든지 무차별하게 학살하기 시작했다. 한 여학생은 시청광장 근처에서 공수대원의 총검에 가슴이 찔린 채 군인들의 조롱거리가 되었다. 몇몇 학생들은 화염방사기로 얼굴이 지워져 버렸다. 5월 21일에 이르러서는 광주지역의 수십만의 시민들이 군인들을 도시에서 몰아냈고 그후 5일간 시민들의 수습대책위원회가 이 도시를 통제했다.(p540)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 현대사> 中


 5월 21일 전남도청 집단 발포 이후 시민군들은 예비군 무기고에서 총을 꺼내 무장을 시작했고, 일부는 아시아자동차에서 장갑차량을 탈취하고 광주시를 장악했다. 이들 광주 시민에 의한 자치는 5월 27일 계엄군의 광주 재진입이전까지 유지되었지만,  5월 27일 새벽 계엄군이 전남도청에 진입하면서, 광주민주항쟁은 처참하게 끝나게 되었다. 


 헬리콥터의 확성시에서 광주시민들에게 5월 27일 새벽에 20사단이 광주시로 진입할 것이며, 모든 사람들은 무장을 해제하고 집으로 돌아가라는 경고 방송이 있었다. 새벽 3시 군인들은 사격을 하며 진격하여, 인근지역의 무기고에서 탈취한 무기를 내려놓기를 거부한 수십 명의 사람들을 살해했다. 하지만 이 부대들은 군율을 지켰고 신속하게 도시를 장악했다.(p541)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 현대사> 中


 수많은 사상자들이 발생한 5.18 민주항쟁은 40년이 지났지만, 이에 대한 논란은 진행형이다. 대표적인 논란이 지만원 등이 주장하는 '북한군 개입설'인데, 이러한 근거 없는 주장은 논외로 하더라도, 시민군들이 파출소의 예비군 무기고에서 무기를 탈취한 행동을 위법행위이며 폭동으로 인식하는 인식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해서 우리는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국가 내에서 '합법적으로 무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집단'인 군대(軍隊)가 폭력을 행사할 수 없는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불법행위이고,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런 불법행위에 대한 저항을 우리는 폭동이라고 봐야할 것인가. 


 권리를 침해당했을 때 어떠한 권리자든 다음과 같은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즉 그들이 권리를 주장해야 할지, 적대자에게 저항해야 할지, 혹은 투쟁해야 할지, 그렇지 않으면 싸움을 피하기 위하여 권리를 포기해야 할지의 문제다. 여하튼 누구도 이와 같은 결심을 그로부터 빼앗을 수는 없다. 그런데 그 결심이 어떻게 내려지든 두 가지 경우 모두 희생이 따른다. 한 경우는 권리가 평화에, 다른 경우는 평화가 권리에 희생된다. 이러한 관계에서 볼 때 문제는 사람이 처해 있는 개인적인 사정에 따라 어느 것이 더 참을만한 희생인가 하는 것으로 집중된다.(p28) <권리를 위한 투쟁> 中


 루돌프 폰 예링 (Rudolf von Jhering, 1818 ~ 1892)는 <권리를 위한 투쟁 Der Kampf ums Recht>에서 권리를 침해되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과 답을 제시한다. 그의 주장을 요약한다면, '불법에 대한 저항은 권리자의 의무'이다.  이를 민주화 운동에 적용해 본다면, 국가의 불법 행위에 대한 저항은 주권자의 의무가 될 것이다. 평화주의자인 예닝은 <권리를 위한 투쟁>에서 법에 의한 투쟁인 소송을 주로 이야기하지만, 바로 눈 앞에서 착검을 하고 조준사격을 하는 상대를 두고 법적인 투쟁을 말하는 것은 한가로운 이야기일 것이다. 여기에 더해 광주시민들의 자치 기간 동안 큰 사건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점은 이들의 투쟁이 단순한 폭동이 아님을 반증하기에 충분하다 여겨진다.


 내면의 소리는 그에게 속삭인다. "너는 뒤로 물러서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가치 없는 투쟁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인격과 명예, 법감정이며 자기존중이기 때문이다."고.(p31)... 다음과 같은 원칙을 제시하고자 한다. 즉 인격 자체에 도전하는 비열한 불법에 대해서, 다시 말해서 실행방법에서의 권리의 경시는 물론, 인격모독의 성격을 띰으로써 권리를 침해하는 불법에 대한 저항은 의무다. 그와 같은 저항은 권리자의 자기 자신에 대한 의무다. 그 저항은 도덕적인 자기보존의 명령이며 사회에 대한 의무다. 왜냐하면 법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저항이 필요하기 때문이다.(p32) <권리를 위한 투쟁> 中


 그렇지만, 아직도 5.18 민주화운동에는 밝혀져야 할 진실들이 너무도 많다. 발포명령자가 누구인지부터 헬기 기총소사 문제, 미군과의 관련성 문제, 숨겨진 사망자 문제 등 수많은 문제가 남아있는 현실에서, 우리에게 5.18 민주화운동은 진행형임을 다시금 느낀다...


  시민 수습대책위원들은 미국대사관에 개입을 호소했으나 오히려 위컴장군에게는 5월 22일 한국군 20사단을 DMZ의 임무에서 면제하도록 허용하는 일이 맡겨졌을 뿐이다. 미국이 전두환의 부대를 거부하거나 광주시민의 편을 든다면 그것은 19140년대 이후 유례가 없는 내정간섭이었을 것이므로 광주시민에게 냉담한 태도를 보이는 것 외에는 달리 대안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작전통제권이 한미연합사 아래에 있었기 때문에 미국의 책임은 면할 수 없었고 전선부대 이탈을 허용함으로써 카터의 인권정책은 난자질당한 꼴이었다.(p541)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 현대사> 中


 PS. 1979년 10.26사건과 12.12 군사반란 그리고 1980년 5.18 민주화운동까지 약 7개월의 역사 속에서 프랑스에서 일어난 1848년 2월 혁명과 루이 보나파르트(Charles Louis Napoleon Bonaparte, 1808 ~ 1873)의 쿠데타와 프랑스-프로이센 전쟁 후의 파리 코뮌(La Commune de Paris, 1871)을 떠올리게 된다. 이에 대해서는 칼 마르크스(Karl Marx, 1818 ~ 1883)의 <루이 보나빠르트의 브뤼메르 18일>과 <프랑스에서의 내전>을 통해 다른 기회에 정리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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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0-05-17 20: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직도 진행형이라는 말씀에 깊이 공감하고 왠지 모를 책임감이 느껴지네요! 즐건 휴일 저녁시간 되십시요!

겨울호랑이 2020-05-17 20:3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막시무스님께서도 일요일 저녁 잘 마무리 하시고, 행복한 한 주 시작하세요!^^:)

2020-05-18 2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5-18 2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