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학 - 8판
닐 캠벨 외 지음, 전상학 옮김 / 바이오사이언스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갑자기 나타나거나 또는 의학계에 새로 보고되는 바이러스를 보통 신종 바이러스(emerging virus)라 한다. 급속 호흡기 증후군(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SARS)은 2002년 11월 중국의 남부지역에서 처음 나타났다. 다음 8개월동안 전세계적으로 유행되면서 8,000명이 감염되고 700명 이상이 사망하였다. 과학자들은 재빨리 감염체가 코로나바이러스(Coronavirus)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단일가닥 RNA 유전체를 지닌 바이러스로(IV) 이전까지는 사람에게 질병을 일으킨다고 알려진 바 없었다.(p392) <생명과학> 中  


 유행성 독감은 생물종 사이에서 전파되는 바이러스의 영향을 알기에 좋은 사례가 된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는 세 종류가 있다. B형과 C형은 사람만 감염시키며 유행병을 일으키지 않는다. 그러나 A형은 새, 돼지,말, 사람을 포함하여 다양한 동물을 감염시킬 수 있다. 인플루엔자 A형이 지난 100년 동안 인류 집단에 세 차례의 주요 유행성 독감을 일으킨 바이러스다. 가장 치명적이었던 것이 1918~1919년 사이에 400만 명의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간 "스페인 독감" 범유행병(pandemic, 전세계적인 유행병)이다.(p392) <생명과학> 中


[사진] 스페인 독감(출처 : https://www.history.com/news/spanish-flu-pandemic-dead)


 1919년 세계를 강타한 스페인 독감이 유행한 지 100년. 이제는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다. 연일 계속되는 확진자, 사망자 수의 발표에 사람들의 마음과 경기도 얼어붙은지도 벌써 한 달이 넘어서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질병과 관련한 책에 손이 가게 된다. 그래서, 이번 리뷰에서는 오랫만에 꺼내본 캠벨(Neil A. Campbell)의 <생명과학 Biology> 을 통해 바이러스에 관한 부분을 정리해본다.


 가장 작은 바이러스(virus)는 지름이 20nm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리보솜보다 작은 크기이다. 가장 큰 것으로 알려진 바이러스도 지름이 수백 나노미터에 지나지 않아 광학현미경으로 겨우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이다... 바이러스는 세포가 아니다. 바이러스의 구조를 더욱 상세하게 연구한 결과 바이러스는 핵산이 단백질 껍질로 둘러싸여 있는 구조라는 사실이 밝혀졌고, 때로 막구조가 단백질 껍질을 덮고 있는 경우도 있다.(p382) <생명과학> 中


[사진] 바이러스의 구조(출처 : https://study.com/academy/lesson/influenza-virus-structure-and-function.html)


 바이러스의 유전체를 둘러싸는 단백질 껍질을 캡시드(capsid)라 한다. 바이러스의 종류에 따라 캡시드는 막대 모양이거나 다각형 또는 복합형(T4와 같은)의 형태를 하고 있다. 캡시드는 캡소미어(capsomere)라 불리는 수많은 단백질 소단위가 모여 이루어지나, 하나의 캡시드를 이루는 단백질의 종류는 그렇게 많지 않다.... 일부 바이러스에는 숙주세포를 감염시키는 과정을 돕는 보조적인 구조가 있다. 예를 들어, 인플루엔자바이러스 등의 동물바이러스에는 막으로 이루어진 외피가 캡시드를 둘러싸고 있다. 이들 바이러스 외피(viral envelope)는 숙주세포의 막에서 유래된 것으로 숙주세포의 인지질과 막단백질을 포함한다.(p383) <생명과학> 中


 바이러스는 작은 핵산 유전체가 단백질 껍질에 둘러싸인 구조이며, 외부에 피막이 있는 경우 바이러스가 세포 안으로 침입하는 과정을 도와주는 단백질 바이러스가 존재한다. <생명과학>에서는 이와 같이 단순한 구조를 지닌 바이러스를 생명체로 보지 않는다. 이들은 숙주에 기생해서 증식하는 존재이기에, 필사적으로 숙주 세포에 침입하고자 하며, 감염(感染, infection)은 그 결과로 나타난다.


 바이러스에는 대사 효소도 리보솜과 같은 단백질 합성기구도 없다. 이들은 절대 세포 내 기생체로 숙주세포 안에서만 증식할 수 있다. 각종의 바이러스는 제한된 종류의 숙주만 감염시킬 수 있다.(p384) <생명과학> 中


 바이러스는 생명체에 대한 우리의 정의를 만족시키지 못한다. 분리된 형태의 바이러스는 생물학적으로 활성이 없고 유전자를 복제하거나 ATP를 합성할 수 없다. 그렇지만 바이러스는 보편적인 생명의 언어로 쓰여진 유전 프로그램을 지닌다... 바이러스는 독립적으로 증식할 수도 대사활동을 수행할 수도 없지만 이들이 유전부호를 사용한다는 사실은 생물계와의 진화적 연관성을 부정할 수 없게 만든다.(p389) <생명과학> 中


 바이러스 감염 발생 시 사람들의 면역체계(Immune system)는 즉각적으로 대응한다. 기침이나 열 등의 증상이 바이러스에 대한 몸의 반격이라면, 기침환자 나 고열환자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도 조금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그들의 몸이 아직 바이러스의 숙주가 아닌, 바이러스를 물리치기 위한 격전장임을 안다면, 단순한 열과 기침만으로 이를 금기(taboo)하는 사회 분위기는 달라져야 할 것이다. 물론, 기침이나 고열환자들의 몸에 바이러스가 있다는 사실은 변함없겠지만, 이러한 증상 자체를 거부하는 분위기는 바이러스 확산 방지에 도움이 안 된다 여겨진다.


 바이러스 감염은 여러 종류의 경로를 통해 증상을 나타낸다. 바이러스는 리소좀서 가수분해효소를 방출하여 세포에 손상을 입히거나 세포를 사멸시킨다... 열이나 통증과 같은 바이러스 감염과 동반되는 많은 일시적인 증상은 바이러스가 직접 세포를 손상시키기 때문이라기보다 대개 우리 몸이 스스로 감염에 대항하려는 시도를 하기 때문에 나타난다.(p391)... 면역체계는 복잡하고 중요하 신체의 자연 방어체계의 일부이다. 이는 또한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백신이 효과적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p391) <생명과학> 中 


 이번 코로나 19 바이러스와 관련해서 백신 개발 시점에 대한 이야기도 많지만, <생명과학>에 의하면 현재 사태 해결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 같다. 그렇다면, 이번 사태가 끝나고 난 후에는 효과가 있을 것인가?  코로나 바이러스가 변종 가능성이 매우 높은 RNA 바이러스라는 사실을 비춰보면, 백신은 실제적으로도 거의 효능이 없으리라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코로나 백신관련 기사가 쏟아지고, 관련 주식들이 급등락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향후 백신 판매가 어떤 양상으로 이루어질지 궁금해진다. 


 백신(vaccine)이란 해로운 병원체에 대항하는 신체의 면역체계를 촉진하기 위해 사용되는 병원체의 해롭지 않은 변이체를 말한다. 백신으로 특정한 바이러스 질환을 예방할 수는 있지만 대부분의 바이러스성 질환은 한 번 감염되고 나면 현재로서는 치료방법이 거의 없다. 항생제는 박테리아성 감염을 치료할 수 있을 뿐 바이러스에는 무용하다.(p391) <생명과학> 中 


 바이러스 질병이 새로 출현하는 것에는 세 가지 과정이 작용한다. RNA 바이러스는 RNA 유전체를 복제할 때 교정판독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돌연변이 발생 비율이 매우 높다. 어떤 돌연변이는 기존의 바이러스를 이 바이러스에 면역력을 가진 사람에게조차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새로운 유전적 변이형으로 바꾼다... 바이러스성 질병의 출현을 야기하는 두 번째 과정은 작고, 격리된 인간 집단에서 바이러스성 질병이 전파되는 것이다... 새로운 바이러스성 질병의 세 번째 공급원으로는 다른 동물에 존재하던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전파되는 것을 들 수 있다.(p392) <생명과학> 中


 <생명과학>을 통해 우리는 과거 1918년 스페인 독감, 2003년 사스(SARS) 와 마찬지로 코로나 19 또한 변종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질환임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과거보다 예전보다 더 파괴력있는 질병으로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세계화(globalization)로 인해 그만큼 세계가 가까워졌고, 글로벌 공급망(Global Supply Chain)으로 세계경제가 통합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신종 바이러스들은 대개 그 자체로 새로운 것은 아니며 기존에 있던 바이러스에 돌연변이가 일어나 현재보다 더 넓은 숙주범위를 지니게 된 것이 많다. 숙주의 행동이나 환경의 변화로 인해 새로운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쉽게 이동할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면, 새로운 길이 뚫려 이전에는 격리되어 살았던 집단 사이에서도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다.(p393) <생명과학> 中


 생명체 출현이후 바이러스와 바이러스의 숙주가 되지 않기 위한 생명체의 오랜 싸움은 진화(evolution)의 한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정치적/경제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는이들로 인해 혼란이 한층 가중되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며 이번 리뷰를 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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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0-03-07 15: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 인류 탄생 이전보다 바이러스가 먼저 있었을 것이고 매년 알 수도 그리고 눈치챌 수도 없을 수만종 이상의 바이러스가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바이러스는 누군가에게는 감염되었을 것이고 그로 인해 크고 작은 희생이 있었을 것이며, 의사는 잘 알지 못한 채 그냥 감기, 부종, 폐렴 등으로 호칭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그것이 바이러스가 우리와 생존하는 모습인 것같습니다. ^^

겨울호랑이 2020-03-07 17:44   좋아요 0 | URL
그렇습니다. 북다이제스터님 말씀처럼 바이러스와 함께한 인류역사를 생각한다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면 의학의 발달로 많은 질병을 치료하게 된 상황이 오히려 예외가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