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오늘 언제와? 어제도 나 아빠 엄청 기다렸단 말이야." "그린아, 미안해. 아빠도 우리 그린이 생각 엄청 했는데......" "몇 번? 난 아빠 생각 백 번, 아니 만 번도 넘게 했어." "정말? 그럼 오늘은 아빠도 세어 봐야겠다. 그린이 생각 몇 번 하는지. 그리고 오늘은 꼭 일찍 올께. 약속!" 아빠가 새끼 손가락을 내밀었어요. 그제야 그린이 얼굴도 환해졌어요.(p2) <아빠는 회사에서 내 생각해?>中
아침마다 아빠를 필요로 하는 아이들과 아빠의 실랑이는 최근까지도 그리 낯선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주 52시간 근무제로 바뀌면서 상황은 전보다 나아졌다지만, 회사 일을 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늦을 때가 있고, 그럴 때마다 서운해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해집니다.
얼마 전 딸아이 연의와 <아빠는 회사에서 내 생각해?>와 비슷한 대화가 있었습니다.
연의 : 아빠, 왜 이렇게 늦었어? 호랑이 : 응, 회사에서 일 있어서. 연의 : 아빠, 회사에서 내 생각해?
네, 기출 문제가 나왔습니다. 자연스럽게 모범답안을 말합니다. 호랑이 : 응 그럼, 아빠 연의 생각 많이 하지. 얼마나 많이 보고 싶은데. 그런데, 조금 대화가 이상하게 흘러갑니다. 연의 : 그럼, 일은 언제 해? 호랑이 : 응... 그게... ㅜㅜ
당황하는 제 모습을 보고 바로 다음 질문 이어집니다. 연의 : 아빠, 책 보는 게 좋아, 나랑 노는 게 좋아? 2지 선다형이고, 정답은 하나 입니다. 호랑이 : (당연하게) 물론 아빠는 연의랑 노는게 좋지! 연의 : (한참 뜸들이더니) 음...아빠가 좋아하니까. 내가 놀아줄께. 자,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하자. 호랑이 : 응 그래, 놀아줘서 고마워 ㅠㅠ (호랑이 1패. 연의 1승)
벌써 8살 딸아이에게 당한 것을 보니, 앞은 수십 년의 시간을 생각하면 절로 암울해 집니다... 저와 한참 논 연의. 이번에는 엄마에게 접근합니다. 그런데, 연의의 같은 작전은 엄마에게는 먹히지 않네요..
"너 유치원 데려다 주고 회사 가려면 엄마 바쁘단 말이야." "엄마, 오늘 회사 안 가면 안돼?" 은비가 말하니까 엄마가 화를 냈어요.(p2) <엄마는 회사에서 내 생각해?" 中
연의 : 엄마, 회사에서 내 생각해? 엄마 : 엄마는 회사가 아니라 학교거든? 그리고, 아침마다 같이 학교 가는데 무슨 생각을 또 해? 네 처음부터 스텝이 꼬인 이연의 선수입니다.
뜻밖의 역습을 당한 연의. 이번에는 바로 정공법을 택합니다. 연의 : 엄마는 나랑 노는게 좋아, 아니면... 채 말이 끝나기도 전 엄마의 역습이 이어집니다. 엄마 : 연의야, 너 아이스크림 홈럼(학습 교재) 다 했니? 너 많이 밀렸더라. 가져와. 아빠랑 많이 놀았으니, 공부하자! ( 엄마 1승 연의 1승 1패 호랑이 2패(의문의 1패 포함))
역시, 연의의 천적은 엄마구나 하는 생각을 했던 금요일 저녁이었습니다. 6월 마지막 주말입니다. 이웃분들 모두 행복한 주말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