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에서 처음으로 하늘에 맞닿는 지붕.
「한국의 지붕, 선」에서는 지붕에 담겨 있는 의미를 발견한다. 지붕 너머 하늘과 멀리 보이는 산에서 도가의 자연미를, 중첩된 처마의 모습에서 유교의 위계 질서를 찾는다.
우리 전통의 진, 선, 미가 구현된 공간으로서 지붕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라 여겨진다.
공리적 이유로 한 공간 안에서 다른 계급이 공동 생활을 해야 하는 필요성 때문에 계급의 위계가 밀집하게 관계를 가지며 농축적으로 표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붕은 다시 이것을 한눈에 파악하게 해주는 매개였다. 지붕은 각 채가 갖는 높낮이와 스케일의 차이를 가장 잘 드러내는 매개이다. 특히 멀리서 여러 채가 군집된 전체 구성을 읽어낼 때에는 더욱 그러하다. 이런 작용을 통해 지붕은 유교 건축에서 위계 질서를 표현하는 사회미를 획득했다(p93)
장미보다 더 직접적으로 자연을 모방한 것이 산 닮기이다. 지붕은 이것을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한 매개이다. 지붕을 통해 산의 볼록한 외관 형상을 모방한다. 주로 초가의 둥근 지붕을 통해서이다. 지푸라기나 너와 같은 자연 재료라도 사용하게 되면 자연미는 분명해진다. 기와 지붕에서는 박공이 이 역할을 한다. 건물은 자연을 닮게 되어 있다. 한국의 자연은 나지막한 동산들이 겹겹이 중첩되는 환경을 만들어 놓았다.한국의 전통 건축은 이런 자연 환경을 닮았다. 지붕은 산을 닮는다.(p123)
장식은 선·면·색·형상의 복합 작용의 결과이다. 인문의 의미로서의 장식은 사회 생활 속에서 등급의 차별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각종 미적치장을 의미한다. 인문 장식은 자연미로서의 천문 장식을 번안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인문 장식은 사회미의 대표적인 예이다. 인간 사회의 위계와등급은 자연 현상을 좋은 결과라는 것이 주역적 세계관의 핵심이다.(p6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