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 형태들을 연결하는 관계 필립 볼 형태학 3부작
필립 볼 지음, 김명남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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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랙탈 차원(fractal dimension)은 가지들이 얼마나 빽빽하게 들어찼는지 측정하는 척도다.(p59)... 확대 수준이 달라도, 즉 척도가 변해도 같은 형태가 계속 등장하는 성질을 가리켜 척도 불변성(scale invariance)이라고 한다. 더 느슨한 표현으로 자기 유사성(self-similarity)라고 한다. 척도 불변성 때문에 프랙탈 형태에는 경계가 없다.(p68) <가지> 中


[사진] 시에르핀스키 삼각형( 출처 : 위키백과)


 필립 볼(Philip Ball)의 형태학 3부작의 마지막은 <가지 Branches>다. 그리고 여기에서 우리는 프랙탈 차원을 만나게 된다. 일부 작은 조각이 전체와 비슷한 기하학 구조를 갖는다는 의미의 프랙탈의 가장 큰 특징은 자기 유사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자기 유사성이 생기는 원인은 무엇일까? <가지>에서는 이에 대한 해답을 엔트로피(Entropie)에서 찾는다. 


 확산을 통한 응집(DLA, diffusion-limited aggregation)모형에서 성장 불안정성 때문에 가지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응집체 표면에서 돋아난 작은 돌기는 주변의 평평한 지점들보다 새로운 입자를 더빨리 끌어들이므로, 점점 더 높게 자라난다. 또한 돌기 자체에도 무작위적으로 울퉁불퉁한 부분이 있을 테니, 그곳에서 또 손가락이 돋는다. 결국 덩어리는 가지들이 뻑뻑하게 뻗은 모양이 된다.(p57) <가지> 中


 열역학 제2법칙인 엔트로피법칙은 형태학 3부작에서 전반을 관통하는 주제인데, <가지>에서도 엔트로피를 통해 프랙탈 구조를 갖게 되는 이유를 설명한다. 본문에서는 강(江) 지류의 프랙탈 구조를 통해 강(물의 흐름)이 에너지 확산을 최소화시키는 방향으로 진화했으며, 이로 인해 결과적으로 프랙탈 구조를 가지게 되었음을 말한다.


 1960년대에 레오폴드(Runa Bergere Leopold, 1915 ~ 2006)와 동료들도 유역 패턴을 분석해, 하천망의 구조는 물의 흐름으로 인한 함의 지출을 가급적 줄이려는 경향성과 흐름을 계 전반에 비교적 균일하게 분포시키려는 경향성이라는 두 상반된 성질 사이에서 최적의 타협이 이루어진 결과라고 주장했던 것이다.(p154)... 로드리게스이투르베(Ignacio Rodriguez-Iturbe, 1942 ~ )의 최소화 원칙에 따르면, 망은 에너지의 확산 속도가 가급적 작아지는 형태로 진화할 것이다... 로드리게스이투르베와 동료들은 이렇듯 실현 가능한 여러 해법들의 집합에 '최적 수로망(optimal channel networks)'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결과는 흐름과 침식으로 인한 에너지 확산을 가급적 줄이려 한다는 규칙이 실제 망의 형태를 좌우한다는 이야기로 들린다.(p155) <가지> 中


[사진] 나일강 삼각주(출처 : 위키백과)


 일부 학자들은 강의 흐름에서 발견되는 프랙탈 구조를 수학 법칙을 통해 설명하고 있는데, 이러한 수학 법칙은 강과 같은 자연 현상에서만 발견되는 것이 아니다. 강의 지류 수를 추정할 때 활용되는 멱함수는 동시에, 생명체의 심장 박동 수와 체질량의 크기를 설명하는 함수이기도 하다. 이후 <가지>에서는 프랙탈에 대한 논의를 자연에서 인간으로 확장시키게 된다.


 로버트 엘머 호턴(Robert Elmer Horton, 1875 ~ 1945)은 하천 차수에 수학적 규칭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호턴은 수학적으로 차수가 n인 하천의 수는 상수 C의 n 제곱에 반비례한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2차 하천의 수는 C의 2승(昇)분의 1에 비례하고, 3차 하천의 수는 C의 3승분의 1에 비례한다. 이것은 멱함수 법칙, 다른 말로 축척 법칙(scaling law)에 해당한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어느 차수의 하천 수는 다음 차수의 하천 수에 일정 상수를 곱한 값이다.(p144)... 이런 축척 법칙들은 유역망에 프랙탈적 자기 유사성이 있다는 사실을 표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p145) <가지> 中


 작은 생물은 큰 생물보다 심장 박동이 빠르다. 아기의 심장은 어른보다 빨리 뛰고, 새처럼 작은 생물은 그보다 더 빨리 뛴다. 심장 박동과 체질량의 이런 관계는 정확한 수학 공식으로 표현되는데, 알고 보니 그것은 멱함수 법칙, 즉 축척 법칙이었다. 아주 다양한 종류의 생물에서 심장 박동은 체질량의 4분의 1제곱에 반비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p189)... 생물의 대사 속도, 즉 에너지 소비 속도는 체질량의 4분의 3제곱에 비례한다. 작은 생물일수록 무게당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뜻이다.(p190) <가지> 中


 <가지>에서는 강에서 시작된 프랙탈에 대한 논의를 생명체로 옮기고, 한 단계 나아가 인간과 문명에 대한 설명으로까지 확장시킨다. 최종적으로 인터넷(Internet) 망 구조에까지 이어지는 프랙탈 구조에 대한 설명을 듣다보면, 프랙탈은 어느새 우리에게 익숙한 용어가 되버린다. 


 호수 바닥에서 진흙이 말라붙을 때, 캔버스나 나무에 칠해진 페인트와 광택제가 마를 때, 도자기에 칠해진 유약이 딱딱하게 낡아갈 때를 생각해보자. 이때 갈라지는 층은 한쪽 면은 고정되어 있지만 반대쪽 면은 공기에 자유롭게 노출되어 있다.(p130)... 이 과정은 도시에서 기존 도로들 사이에 새 도로가 나는 과정과도 얼추 비슷하다. 이 균열 패턴이 도로망과 비슷하게 보이는 것은 그 때문이다. 특히 계획가의 고차원적 전망 없이 자발적으로 도로가 놓인 오래된 도시에서 이런 패턴이 확연하다.(p132)<가지> 中


 자연발생적인 도시(都市 city)의 형태가 프랙탈 구조를 띄고 있음을 설명하는 본문의 내용을 통해 도시계획(都市計劃 urban planning) 역시 이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져야 함을 깨닫게 된다. 부분과 전체가 자기유사성을 갖는다는 프랙탈 구조를 통해, 도시를 구성하는 요소로서의 인간(人間)에 대한 고려가 없는 도시는 결코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문명은 이처럼 중앙의 계획 없이 시간에 따라 진화하는 복잡한 망을 다양하게 만들어 냈다. 도로망과 도시의 거리들이 그렇고, 전 세계의 공항과 항구를 연결하는 통상과 여행의 그물망이 그러다. 기술적 인공물 중에서 복잡한 망으로 인식된 첫 사례는 전화망이었지만, 통신의 상호 연결성을 진정으로 부각시킨 망은 인터넷이었다.(p205)<가지> 中


 이와 같이, <가지>는 엔트로피 법칙과 프랙탈 구조를 자연과 문명 전반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가지>의 내용을 요약하면, 에너지 확산을 막기 위한 반작용으로 생명체(또는 생태계)는 이를 최소화하는 구조로 진화해왔으며,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프랙탈 구조가 그 결과라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수학(數學)을 사용하지 않고 형태학을 설명한 <가지>는 형태학 입문서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는 느낌을 마지막으로 이번 리뷰를 마친다.


[사진] 서울의 변천사(출처 : ww.epoch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6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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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25 1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25 1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雨香 2019-02-04 20: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필립 볼 형태학3부작을 사두고는 읽지 않았습니다만, 겨울호랑이님 글을 통해서 책의 훌륭함을 맛보고 있습니다. ^^

겨울호랑이 2019-02-04 20:10   좋아요 1 | URL
우향님 감사합니다. 시간 되실 때 직접 읽으신다면 더 즐거운 독서 되시리라 생각합니다. 우향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雨香 2019-02-05 20:43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 겨울호랑이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