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조화 속에서 창조주를 묻고, 그 솜씨의 화려함에서 신적 존재를 추론하는 것은 바울이 자신의 묵시론적 사상을 희랍의 스토아철학의 발상에 접목시킨 것으로 보인다. 창조주에 대한 인식은 현상에 대한 이론적 관찰일 뿐 아니라 동시에 법칙의 파악이라는 것은 스토아철학의 로고스 사상에 충분히 배태되어 있는 것이다... 바울은 이미 이러한 헬라사상과 바빌론유수 이래 형성된 유일신관을 융합시키고 있는 것이다.(p327) <도올의 로마서 강해> 中


 <도올의 로마서 강해>는 바오로(바울)의 서간 중 그의 사상이 가장 잘 드러난 <로마서 The letter of Paul to the Romans>을 저자인 도올 김용옥(金容沃, 1948 ~ ) 교수의 해석을 담은 책이다. 이 책은  두 가지 점에서 눈에 띈다고 여겨진다.  하나는 기독교 사상의 근간을 이루는 바오로 사상의 뿌리를 헬레니즘(Hellenism)에서 찾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저자는 본문의 상당부분을 헬라(Hellas)와 헤브라이즘(Hebraism)에 할애하면서, 바오로에 의해서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의 사상이 결합되었고, 그 결과 기독교가 탄생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사상의 뿌리를 필로에서 찾는데, 이러한 관점을 우리는 토를라이프 보만(Thorleif Boman)에게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미 필로 Philio, BC 25년경 ~ AD 50년경와 같은 사상가가 알렉산드리아에서 헬레니즘과 유대교의 융합을 논의하고 있었다. 유대인들에게는 모세가 희랍철학의 본질을 강론하고 있다고 가르쳤고, 희랍인들에게는 희랍철학의 가장 소중한 관념들이 대부분 모세에게서 유래된 것이라고 가르쳤다.(p188)  <도올의 로마서 강해> 中

 

 신약성서의 사상 思想 주지 主旨를 체계적으로 성격지으려는 대개의 시도 試圖들이 범하는 중요한 과오는, 신약성서에서 문제되고 있는 것이 민속심리학적 民俗心理學的인 관점에서 히브리적도 그리스적도 아니고 헬레니즘적인 독특한 사유 思惟의 유형 類型임을 인식하지 못한 것에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스적인 요소 要素들과 셈적 - 근동적 요소 要素들로부터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려는 유대교적 시도를 우리는 필로의 문헌들 중에서, 아니 교포 僑胞 유대교 전반에서 볼 수 있다.(p246)... 초대 그리스도교에서의 헬레니즘化 과정은 신약성서에 있는 일련의 특징적인 개념들을 분석하면 좀 더 잘 이해될 것이다.(p247) <히브리적 사유와 그리스적 사유의 비교> 中


  이러한 헬레니즘 사상의 기반 위에 성립된 기독교 사상은 빠르게 로마 전역으로 퍼져나갈 수 있었음을 저자는 지적한다. 헬레니즘의 세계적 조류의 산물로 기독교를 파악해야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자연스럽게 이를 만들어낸 사상가 바오로에게로 옮겨간다. 그리고, 문동환 교수의 <예수냐 바울이냐>와는 또 다른 관점을 선보인다.

 

 바울이 정말 예수에게서 배운 것인가? 아니면 그 자신이 메시아 사상에 따라 그려낸 예수에게서 배운 것인가? 선민사상에 사로잡혀 있던 그는 부활하신 예수의 환상을 본 뒤, 선민사상에 사로잡혀 있던 예언자들이 조성한 메시아사상을 기초로 예수의 모습을 자의적으로 그린 것이다. 그리고 그는 예수에게서 배웠다고 말한다.(p213) <예수냐 바율이냐> 中


 그런데, 이 책(예수냐 바울이냐)가 말해주듯이 이 책은 예수와 바울을 대적적으로 설정하고 바울에게 기독교의 모든 죄악을 뒤집어씌운다. 사실 바울은 기독교의 진정한 창시자라 해도 변명의 여지가 없을 만큼, 역사적 예수와 무관한 자기의 관념적 체계를 자신의 교회조직에 침투시키고 온갖 제도와 제식과 교리를 만들었다.(p233)... 문동환은 말한다 ; "바울의 그리스도신학 안에는 갈릴리의 청년 예수는 없다!"... 그러나 묻는다. 우리는 과연 예수와 바울을 대적적으로 설정하고 바울을 떠나 예수에게로 돌아가는 것이 진정 오늘 기독교인의 소명일까?(p234) <도올의 로마서 강해> 中


 이 책의 두 번째 특징은 청년 바오로의 관점에서 초대 기독교 교회를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라 하겠다. 예수의 죽음이라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소아시아 일대에 흩어져 있는 공동체들을 규합할 수 있는 교리(敎理)를 만들어내야하는 청년 바오로의 고민을 우리는 <도올의 로마서강해> 속에서 확인하게 된다.


 저자가 책 속에서 강조하는 바오로의 사상은 다음의 두 문단이 잘 담고 있다고 생각된다.  바오로의 예수는 '살아있는 예수'가 아닌 '십자가에 못박혀 죽은 예수'이며, 기독교인은 예수와 더불어 자기 자신 역시 십자가에 못박고 그리스도를 본받아야 함을 저자는 본문에서 강조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사건은 이미 구원이 성취된 현재완료형의 사건이 아니라, 그것은 십자가에 못박히심으로써 율법의 죄에서 모든 인간이 근원적으로 해탈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 사건인 것이다. 따라서 그 십자가사건이 우리에게 의미를 지니기 위해서는 "믿음"을 통하여 예수의 십자가에 더불어 못박혀야 한다.(p378) <도올의 로마서 강해> 中


 다시 말해서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의 핵심은 부활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십자가에 있다. 십자가를 내 삶의 지평으로 수용하는 실천적 행위를 통해서만 믿음은 의미를 갖는다. 그런데 기실 이 십자가의 행위는 매우 고통스러운 것이다. 그것은 죽음에 있어서 그리스도와 같아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p414) <도올의 로마서 강해> 中


 개인적으로 <도올의 로마서강해>가 주는 의미는 본문의 해석보다, 오히려 이러한 해석에 접근하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된다. 성경의 부분해석에 매달리지 않고, 역사, 철학, 문화, 심리 등 다양한 방면에서 폭넓게 접근하는 저자 특유의 접근 방식은 많은  깨달음을 주고, 이 책은 이러한 점에서 보다 가치가 있는 책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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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0 09: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10 09: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10 09: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10 09: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막시무스 2019-01-10 21: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도움이 많이 되네요!ㅎ

겨울호랑이 2019-01-10 21:34   좋아요 1 | URL
막시무스님께 도움이 된다니 저 역시 기쁩니다. 막시무스님 편한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