촘스키 & 스키너 : 마음의 재구성 지식인마을 31
조숙환 지음 / 김영사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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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0 ~ 1940년대를 지배한 이론은 행동주의 behaviorism의 조건 형성 conditioning 이론이었다... 인간의 모든 행동을 학습된 것으로 파악하는 행동주의 심리학자들은 인간의 언어 또한 선천적인 것이 아닌 오직 환경에 주어진 경험적 자료에 의한 조건 반사적 행동 conditioning behavior으로 간주했다.(p21)... 그런데 1950 ~ 1960년대에 이르면, 이런 행동주의가 본성주의 nativism에 정면으로 도전을 받게 된다. 주변의 환경과 경험이 자극이 되어 인간의 지식 습득을 촉진한다고 주장한 행동주의자들에 반대해, 경험보다는 인간이 선천적으로 타고난, 다시 말해 선험적인 언어 지식의 역할을 강조하는 본성주의자들이 등장한 것이다.  20세기 중반의 이러한 행동주의와 본성주의 대립의 주인공은 버러스 스키너(Burthus Skinner, 1904 ~ 1990)와 노엄 촘스키(A. Noam Chomsky, 1928 ~ )였다. (p22) <촘스키 & 스키너 : 마음의 재구성> 中

 

 <촘스키 & 스키너 : 마음의 재구성>은 인간의 언어(言語 language) 습득에 관한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두 학자의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영국 경험론(經驗論, empiricism)의 입장을 계승한 스키너와 대륙 합리론(合理論, rationalism)의 입장을 계승한 촘스키의 논쟁은 현재 촘스키의 완승으로 끝났지만, 촘스키에 대한 다른 학자들의 반론(反論)이 이 책의 다른 축을 구성하고 있다. 먼저 스키너의 조작적 조건 형성과 이를 통해 설명한 스키너의 언어 학습 이론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1. 스키너의 조작적 조건 형성과 언어행동론

 

  스키너는 굶주린 쥐를 상자 안에 넣어두고, 쥐의 행동을 통해 먹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우리에게 '스키너 상자'로 알려진 이 실험을 통해 파블로프(Ivan Petrovich Pavlov, 1849 ~ 1936)의 고전적 조건화 실험(개 실험)과는 달리, 실험 대상이 스스로  유인을 선택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조작적 조건 형성은 의미를 갖는다. 이러한 스키너의 이론은 후대 경영학(經營學)에서도 영향을 미쳐 기업에서의 성과급(incentive) 도입에 이론적 기반을 제공하였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갖는다.

 

 일차적으로 굶주린 쥐를 상사 속에 넣어두고 그 쥐의 행동을 관찰하면서 진행된다. 다른 자극이 없는 상태에서 굶주린 쥐는 '우연히' 어느 순간에 지렛대를 누를 수 있을 것이다. 지렛대를 누른 결과 음식물과 같은 강화인 reinforcer를 얻게 되면, 쥐는 지렛대를 누르는 행동을 반복해 음식을 얻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쥐는 지렛대를 누르는 행동(반응)을 '조건화'하게 된다.(p56)... 그러나 강화인인 음식물이 제공되지 않으면 그런 반응의 빈도는 점차적으로 줄어들다가 행동이 멈추게 되는데, 스키너는 이를 '행동의 소거'라고 했다. (p57) <촘스키 & 스키너 : 마음의 재구성> 中

 

 스키너의 언어 학습 이론에 따르면 자신의 의사전달이 효과적으로 되는 것을 학습자가 확인하면서, 점차 언어를 습득하게 된다. 낮은 언어 수준에서 보다 높은 수준의 언어를 구사하면서 원활한 의사소통, 사회적 인정 등의 강화요인을 통해 학습자는 언어를 습득하게 된다. 즉, 스키너에 따르면 '언어'는 환경에 의해 강화된 결과물이다.

 

  스키너의 언어행동론은 화자와 청자의 관계를 증심으로 발전된 이론이다. 언어 행위란 다른 사람(예. 청자)이 매개가 되어 강화되는 행동 또는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모든 움직임을 의미한다... 스키너는 강화인의 대표적인 유형으로 관심 attention, 인정 approval, 애정 affection, 복종 submissiveness 등을 꼽는다.(p60)... 스키너의 이론에 따르면 아동은 환경에서 우발적으로 접하게 되는 부모나 이웃과의 의사소통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의 언어 행태를 거듭 모방함으로써 언어 지식이 형성된다. 즉, 환경에서 후천적으로 획득한 경험은 인간을 설명하는 근간이 되며, 대부분 환경적 우발성에 의해 설명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p61) <촘스키 & 스키너 : 마음의 재구성> 中

 

2. 촘스키의 내재 언어론

 

 촘스키는 스키너의 이론에 대해 플라톤(Platon, BC 424 ~ BC 347)의 <메논 Menon>의 내용을 예를 들며 반박하고 있다. <메논>에는 소크라테스(Socrates, BC 470 ~ BC 399)가 노예 소년과 문답을 통해 기하학적 증명을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소크라테스를 이를 통해 노예 소년이 이미 기하학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며, 자신은 단지 그것을 끌어냈을 뿐이라는 말을 한다. 산파술(Socratic method)의 전형적인 모습을 확인하는 이 작품을 통해 촘스키는 인간의 내면에는 언어에 대한 지식이 있음을 주장한다. 그리고, 그 근거로 세계 언어에 보편적으로 발견되는 문법(文法)을 제시하고 있다.

 


[그림] 유클리드 기하학(출처 : http://www.tmath.or.kr/FileData/bbs/3_829A.gif)

 

 촘스키는 특히 '강화', '조건화', '유추' 등을 망라해 <언어행동론>에서 제기된 기본 개념들이 불명확하다며 신랄하게 비판했다.(p63).. 스키너와 대조적으로 촘스키는 인간의 창의적 언어 능력과 인간 언어의 무한한 생산성 productivity, 복잡성 complexity을 역설했다.(p64)...촘스키는 '경험의 빈곤'문제를 '플라톤의 문제'로 풀이하면서 지식의 습득을 '내재화 internalization'의 관점에서 설명을 시도한다.(p66) <촘스키 & 스키너 : 마음의 재구성> 中

 

 촘스키가 환경에서 발견되는 자극이 풍요롭지 못하다고 전제하는 두 번째 이유는 언어의 구조적 의존성 dependency에 있다.(p69)... 촘스키는 우리 마음에 내재 언어 I-language가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으로 내적 언어는 세계의 여러 언어에서 보편적으로 발견되는 문법이라고 주장한다. 내적 언어가 보편성을 띤다는 것은 우리의 언어 지식은 스키너-블룸필드식의 경험주의적, 귀납적 논리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p73) <촘스키 & 스키너 : 마음의 재구성> 中

 

3. 촘스키 VS 피아제

 

  경험에 의해서 모든 언어를 학습할 수 없다는 촘스키의 주장은 스키너의 입장을 반박하고 있지만, 이후 촘스키 역시 다른 학자들에 의해 공격을 받게 된다. 대표적인 학자가 피아제이다. 촘스키가 언어능력이 인간 본성(本性)에 내재되어 있다고 주장한 반면, 피아제는 언어 능력이 아닌 인지(認知)능력이 선천적인 요소임을 주장한다. 인지 능력이 선험적으로 주어진다는  피아제의 이론에 따르면 인간의 언어 습득은 선천적인 인지 능력의 다른 결과물 중 하나일 뿐이다.

 

  촘스키학파의 습득 가설을 지지하지 않는 학자들은 인간의 기본 인지 책략을 근거로 설명을 시도한다... 장 피아제 (Jean Piaget, 1896 ~ 1980)와 같은 인지심리학자는 언어 능력의 생득성보다는 인지 기능의 선천적 능력을 인정했다. 피아제는 촘스키의 보편 문법과 같은 언어 지식의 생득성에는 반대했으며, 감각운동 지능을 비롯한 여러 인지 능력의 선천성으로 언어 지식을 낳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p103) <촘스키 & 스키너 : 마음의 재구성> 中

 

 간략히 요약하면, 피아제와 촘스키는 근본적으로 아동의 언어 습득이 인지 구조의 기제의 기능적 형성의 문제인지, 아니면 보편 문법과 어떠한 매개 변항화를 통해 어떤 언어 특정적 문법이 어떻게 촉발되는지에 관한 지식 기반의 문제인지 등 두 갈래로 분리된 상이한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p109) <촘스키 & 스키너 : 마음의 재구성> 中

 

4.  촘스키 VS 포더

 

  촘스키는 언어를 다른 활동(미술, 음악, 체육 등)과는 달리 독립된 인간만의 활동이라고 규정했다. 때문에 이를 다른 활동의 인지와 같은 수준에서 바라볼 수는 없다고 설명한다. 문장의 복잡한 구조가 세계적으로 공통적인 부분이 있는 것을 통해 언어의 선험성을 주장한 촘스키에 대해, 제리 포터는 언어 구조를 세분화하면서 촘스키 주장을 반박한다.

 

 촘스키는 언어를 일반 인지 과정과는 독립된 하나의 단원(單元 module)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견지에서 볼 때, 언어는 독립적인 단원으로 간주되어, 언어 구조나 현상은 기억이나 사고와 같은 일반 인지 과정의 관찰과 분석의 틀로 설명될 수 없는 것으로 간주된다.(p121)...  촘스키는 성분통어 구조가 인간 본성적인 보편지식으로서 오직 언어 능력에 특수적인 단원 language-domain specific module이어서 다른 일반 인지적 과정에 의해 삼투될 수 없는 법 지식 단원이라고 주장하게 되었다.(p123) <촘스키 & 스키너 : 마음의 재구성> 中

 

 제리 포더는 촘스키가 말한 문법 체계 뿐 아니라 언어에 담긴 내용과 구조를 보다 세분화하여 바라볼 필요가 있음을 주장한다. 포더에 따르면 '언어'라는 분자는 '내용'과 '기능'이라는 원소로 분화(分化)될 수 있다.

 

 한편, 심리철학자 제리 포더(jerry Foder, 1935 ~ )는 언어 지식을 '언어 장기'와 같은 단원으로 비유한 촘스키의 입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포더는 명제적 내용이 담긴 언어의 심성 세계를 오직 통사적 문법 구조로만 특정적으로 단원화하려는 촘스키의 접근 방법에 반대한다. 포더는 문법 구조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언어 행동을 야기하는 저변에는 문법 구조뿐만 아니라 지각 체계의 역할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체계가 어떻게 운용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p124) ... 포더의 단원 가설은 정보의 내용(content 지식)과 지각 체계의 기능(function) 구조를 각각 독립적인 단원으로 인정한다는 점에서 촘스키와 크게 대조적이다.(p125) <촘스키 & 스키너 : 마음의 재구성> 中

 

 <촘스키 & 스키너 : 마음의 재구성>은 이처럼 언어를 매개로 인간의 언어 능력이 학습된 것인가, 아니면 본성인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렇지만, '과연 이렇게까지 언어에 우리가 매달려야 하는가?' 이러한 질문을 다른 문명권에 살고 있는 우리는 자연스럽게 던지게 된다.  왜 서구문명은 언어에 이토록 매달리는 것일까? 이에 답하기 전 우리는 잠시 <요한복음 Gospel According to John>의 유명한 구절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림] 로고스 찬가(출처: http://veritas.catholic.or.kr/f-letter/4/images/414-01.jpg)

 

  In the beginning was the Word, and the Word was with God, and the Word was God.(John 1:1) 한처음에 말씀이 계셨다. 말씀은 하느님과 함께 계셨는데 말씀은 하느님이셨다.(요한 1:1)

 

 영어로 word로 번역되는 말씀의 그리스어 원문은 로고스 logos다. 우리에게 이성(理性)으로 번역되는 로고스가 기독교 문명권에서는 바로 '말씀'이며, '언어', '신(神)'과 같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음을 우리는 성경(Holy Bible)을 통해 확인하게 된다. 즉, 언어가 학습되느냐, 본성에 내재하느냐의 문제는 이성(reason)이 학습될 수 있는가, 아니면 '본성'인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 '어디까지를 인간으로 볼 수 있는가?'의 문제로까지 확대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논의를 확대시킨다면 최근 AI(人工知能, artificial intelligence) 문제 역시 언어의 관점에서 해석될 여지를 남기게 된다. 이처럼 언어가 서양 문명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한다면, 우리의 일반 상식과는 달리 '언어'의 문제는 매우 중요한 문제임을 우리는 깨닫게 된다.

 

 그런 점을 고려해 볼 때, <촘스키 & 스키너 : 마음의 재구성>은 서양철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를 언어학적 관점에서 조명한 의미있는 입문서(入門書)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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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5 05: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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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5 09: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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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텔게우스 2018-09-25 1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간의 언어 능력, 즉 이성이 학습된 것이라는 주장이 정설로 받아들여진다면 AI도 인간으로 볼 여지를 남기는 것이 되겠군요. 현대 사회의 새롭게 생겨난 것처럼 보이는 여러 문제들도 실은 그 밑바탕에 오랜 과거로부터 이어진 철학적 논의가 자리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네요!

겨울호랑이 2018-09-25 10:49   좋아요 2 | URL
그렇습니다. 베텔게우스님 말씀처럼 현재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에도 역사가 있음을 이번 기회를 통해 배우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작은 독서의 기쁨이 아닐까 여겨집니다.^^:)

2018-09-25 10: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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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5 10: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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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5 20: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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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6 19: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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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7 02: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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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7 08: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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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30 06: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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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30 09: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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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30 09: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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