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담 & 싱어 : 매사에 공평하라 지식인마을 16
최훈 지음 / 김영사 / 2007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칸트( Immanuel Kant, 1724 ~ 1804)는 <실천이성비판 實踐理性批判, Kritik der praktischen Vernunft> 에서 '정언명령 定言命令, Categorical Imperative'을 인간의 행동의 준칙으로 제시하는데, 이 '보편성'의 원칙은 이 책 <벤담 & 싱어 : 매사에 공평하라>의 전반에 적용되는 일반적인 법칙이기도 하다. 


 우리가 어떠한 행위를 할 때 따르는 지침을 칸트는 준칙(maxim)이라고 불렀다... 칸트는 이 준칙이 무조건적이고 보편적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먼저 준칙이 무조건적이어야 한다는 것은 준칙에 어떤 조건이 붙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p50)... 무조건적인 명령을 정언명령이라고 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것은 "마치 당신의 행동 준칙이 자신의 의지에 의해 자연의 보편적 법칙인 것처럼 행위하라"이다.(p51) <벤담 & 싱어> 中


  <벤담 & 싱어 : 매사에 공평하라>는  공리주의(功利主義, Utilitarianism)인 벤담(Jeremy Bentham, 1748 ~ 1832)과 실천윤리학자인 피터 싱어(Peter Singer, 1946 ~ )의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라는 윤리학(倫理學) 과제에 대한 답을 소개하고 있다. 공리주의자들은 인간 사회 내에서 인간 행동의 선택 기준에 대해 논의했다면, 실천 윤리학자인 피터 싱어는 주제 범위를 동물(animal)로 확대하고 있다. 먼저 공리주의자들의 입장을 살펴보자. 


 우리에게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the greatest happiness of the greatest number'으로 널리 알려진 공리주의자 벤담은 양(量)적 공리주의를 주장하는데, 이에 따르면 모든 행복(또는 효용 效用)은 측정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는 경제학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소비자 이론의 효용함수(效用函數)와 무차별곡선(Indifference curve)가 공리주의의 영향을 받은 대표적인 개념이다. 


 [그림] 기펜재의 무차별 곡선(출처 : 위키백과)

 

 어떤 행동이 옳은지 그른지 결정할 때 나를 포함한 우리 모두의 이익, 곧 공공의 이익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바로 공리주의(Utilitarianism)이다.(p61)... 공리주의의 주장은 명쾌하다. 나를 포함해서 모든 사람이 행복을 누릴 수 있는 행동이 옳으며, 우리는 그런 행동을 해야만 한다. 이때  '모든 사람'에는 내가 아닌 사람만이 포함되지는 않는다... 공리주의의 창시자인 제러미 벤담(Jeremy Bentham, 1748~ 1832)은 이렇게 말했다. "모든 사람은 하나로 계산되며 어느 누구도 하나 이상으로 계산되지 않는다."(p62) <벤담 & 싱어> 中


  많은 경우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은 다수결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렇지만, 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공리주의에서는 다수결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소수의 이익도 고려하는 공리주의지만, 공리주의 원칙대로 살아가는 것은 쉽지만은 않다. 한계효용 체감법칙에 따르면 '어떤 사람이 동일한 재화나 서비스를 소비함에 따라 느끼는 주관적인 만족도는 점차 감소'하게 된다. 때문에, 공리주의 원칙에서 바라본다면, 우리가 치맥을 먹는 대신 아프리카 어린이가 굶주림을 벗어날 수 있도록 원조하는 것이 바람직한 선택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이를 실천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이는 공리주의의 현실적인 한계이기도 하다.

 

 다수결의 원리에서는 단순히 사람들의 수에 따라서 결정을 내리지만 공리주의에서는 각 사람들의 선호하는 정도까지 고려한다. 그러므로 다수결의 원리에서 문제되는 소수 억압이 발생하지 않고, 발생하지 않더라도 심각하지 않을 수 있다. 실제로 밀(John Stuart Mill, 1806 ~ 1873)의 <자유론 On Liberty>(1859)은 소수자 억압에 반대한 대표적인 책이다.(p64) <벤담 & 싱어> 中


 공리주의에서는 전체 행복이 증대된다면 정당한 방법으로 부자가 된 사람의 재산을 훔쳐서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어 주는 행위도 용납될 수 있다. 공리주의는 이렇게 사람들이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을 옹호한다. 그런 상황을 옹호한다는 것은 그렇게 하는 것이 의무라는 뜻이기도 하다.(p82)... 공리주의는 지키기 너무나 힘든 것을 우리에게 요구한다.(p84) <벤담 & 싱어> 中


 이처럼 공리주의에서 바라보는 관점은 인류(人類) 보편적인 관점이다. 같은 종(種)에 속하는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Homo sapiens sapiens)의 입장을 헤아리는 것도 이처럼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현실 속에서, 피터 싱어는 한 걸음 더 들어간 논의를 한다. 그의 저서 <동물 해방 Animal Liberation>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평등의 원칙을 동물에도 적용한 것이다. '동물의 평등'에 대해 말하기 전 먼저 그의 관점에 대해 살펴보자.


 도덕 원리라면 보편화가능성(universalizability) 조건을 반드시 갖추어야 한다.(p100)... 싱어는 이성은 끝이 없는 에스컬레이터와 비슷하다는 비유를 자주 든다... 싱어가 생각하는 더 높은 곳은 어디를 말할까? 그것은 우주적인 관점을 말한다. 우주적인 관점에서 나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름대로의 욕구와 선호를 가진 수많은 사람들 중 하나일 뿐이다.(p106)... 나의 이익이 다른 사람의 유사한 이익보다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 이성적(합리적)인 사고다.(p110) <벤담 & 싱어> 中


 피터 싱어에 따르면 우리는 우주(宇宙)적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인간과 동물의 구분은 무의미해지게 되고 보편성의 원칙을 동물에게 까지 확대될 수 있다.


 싱어는 자신의 이익에 대한 평등한 고려 원칙을 일관되게 적용하여 동물 해방이라는 주장과 운동을 이끌어낸다. 사람의 피부색이나 성별이 다르다고 해서 이익을 다르게 고려해서는 안 되는 것처럼 어떤 존재가 어느 동물 집단에 속하느냐를 따라 그 존재의 이익을 다르게 고려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p139) <벤담 & 싱어> 中


 피터 싱어는 <동물 해방>을 통해 동물에 대해 더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간을 위해 사육되거나, 실험도구로 쓰이는 동물 역시 사람과 마찬가지로 고통을 느끼는 존재이기 때문에 동물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배려의 출발점으로 피터 싱어는 '채식'을 권하고 있다.


 <벤담 & 싱어>에서는 이처럼 윤리학의 법칙을 보편적으로 적용한다는 면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다만, 공리주의자들은 윤리학의 법칙을 인간으로 한정하여 적용한다면, 실천윤리학에서는 인간을 넘어서 동물로까지 보편적 법칙의 적용 범위가 확대됨을 확인하게 된다. 실천윤리학은 이처럼 형이상학적인 물음을 현실과제에 적용시키기 때문에 철학의 대중화에 기여하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또한 많은 반론(反論)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어 '채식주의 菜食主義, vegetarianism'에 대해 말을 해보자. 동물이 고통을 느끼는 존재이기 때문에 살생을 피해야 한다는 주장을 피터 싱어는 하고 있다. 이러한 그의 주장에 대해 '채식'에 대해 식물도 고통을 느끼는 존재라고 반론할 수도 있다. 아직 논의 중이긴 하지만, 만약 식물도 고통을 느낀다는 주장이 정설이 된다면 그 때 우리는 채식도 중단해야 할 것인가? 


관련기사 : 식물도 통증을 느끼는가 (출처 : 한겨레 21) http://legacy.h21.hani.co.kr/h21/data/L980824/1p3p8o29.html


 이러한 사실 이외에도 현재 공장식으로 사육되는 시스템이 아니면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는 반론 역시 만만치 않기 때문에, <동물해방>에서 주장하는 내용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이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또한, 모든 것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는 벤담의 공리주의 또한 많은 비판을 받아온 것 또한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한계점에도 불구하고 타인(他人), 타자(他者)에 대한 고려를 해야한다는 공리주의와 실천윤리학의 관점은 자신만을 아는 요즘 우리에게 분명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여겨진다. 그리고, <벤담 & 싱어 : 매사에 공평하라>는 그 새로운 관점을 쉽게 잘 요약해서 보여주고 있는 책이라 생각된다.


PS. 사람과 동물이 함께 하는 아름다운 세상을 기대하며 오래 전 친구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면서 이번 리뷰를 마친다.




댓글(9) 먼댓글(0) 좋아요(3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8-07-22 19: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7-22 2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7-22 2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7-22 2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7-22 2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7-22 21: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7-22 2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8-07-23 14: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함수 같은 것을 이해하려면 다시 수학책을 보고 경제학으로 가야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오래전에 찍은 사진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귀한 것이 되는 것 같아요.
그 때로 돌아가서 다시 찍을 수 없으니까요.
오늘도 더운 날씨 계속되고 있어요.
겨울호랑이님, 더위 조심하시고, 시원한 하루 보내세요.^^

겨울호랑이 2018-07-23 15:05   좋아요 1 | URL
네 서니데이님 요즘은 에어컨과 선풍기가 없으면 정말 안될 것 같은 더위네요. 에어컨을 오래 틀고 있으면 몸에 별로 좋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끼고 사는 요즘입니다. 서니데이님께서도 건강하게 오늘 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