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및 시카고학파는 정부 활동의 고유한 영역을 현존하는 시장 시스템을 보호하는 것 이상으로 확장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p958)... 극단적인 자유방임에 대하여 오스트리아 및 시카고 학파는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 첫째, 이들은 자본주의에서 지금까지 관찰된 모든 불안정성은 모조리 정부의 지나친 개입의 결함이라고 간명하게 단언한다. 둘째, 이들은 거대 기업이 일반적으로 중대하고 유의미한 독점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부인한다. 셋째, 정부가 마땅이 공급해야 한다고 이 두 학파가 생각하는 유일하게 '정당한' 사회적 소비재는 "국방"이다. 넷째, 이들은 외부성의 문제(오염 문제)에 대하여 사적 소유권을 창출하여 이를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는 시장을 확립하라는 것이다.(p960) <E.K. 헌트의 경제 사상사 > 中


 E.K. 헌트(Emery Hunt, 1937 ~ )는 <E.K. 헌트의 경제 사상사 History of Economic Thought : A Critical Perspective>을 통해 신고전파 경제학의 두 갈래인 오스트리아 학파와 시카고 학파로 구분하며, 그들의 이론의 핵심을 위와 같이 정리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신고전파 경제학에서 강조되는 사상을 흔히들 신자유주의(新自由主義, noeliberalism)라고 부른다. 그렇지만, 신자유주의의 모습에 대해 정확하게 설명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신자유주의, 간략한 역사 A Brief History of Neoliberalism>의 저자 데이비드 하브(David Harvey, 1935 ~ )는 그의 저서를 통해 신자유주의에 대해서 잘 정리하여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저자의 신자유주의에 대한 논의의 시작은 다음에서 출발한다. 

 

 개인의 자유가 시장과 무역의 자유에 의해 보장된다는 가정은 신자유적 사고에서 극히 중요한 부분이며, 오랫동안 세계의 다른 국가들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기도 했다. 나는 이런 종류의 국가 장치를 '신자유주의적 국가(neoliberal state)'라고 부르고자 한다.(p24) <신자유주의> 中


 신자유주의사상은 오스트리아 정치철학자 하이에크(Friedrich von Hayek, 1899 ~ 1992)가 설립한 몽페를랭회(Mont Pelerin Society)의 창립문 속에서 잘 표현된다. 저자에 따르면 당시 몽페를랭회 창립에는 미제스(Ludvig von Mises, 1881 ~ 1973), 경제학자 프리드먼(Milton Friedman, 1912 ~ 2006), 포퍼(Sir Karl Raimund Popper, 1902 ~ 1994)까지 포함되었다고 한다.


 문명의 핵심 가치가 위험에 처해 있다... 개인과 자발적 집단의 위상은 전횡적 권력의 확대로 인해 훼손되고 있다... 본 협회는 이러한 발전이 모든 절대적인 도덕적 기준을 부정하는 역사관이 성장, 법 통치의 우월성을 의문시하는 이론의 성장에 의해 육성되었다고 주장한다.... 사유재산 및 시장 제도들과 결부된 광범위한 권력과 선도가 없다면, 자유가 효과적으로 보호될 수 있는 사회를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p38) <신자유주의> 中 


 우리는 신자유주의화를 국제적 자본주의의 재조직화를 위한 이론적 설계를 실현시키려는 유토피아적 프로젝트, 또는 자본축적의 조건들을 재건하고 경제 엘리트의 권력을 회복하기 위한 정치적 프로젝트로 해석할 수 있다.(p37) <신자유주의> 中


 개인의 자유를 강조한 신자유주의는 어떻게 세계 경제를 지배했는가? 그것은 자산(資産)의 금융화(金融化)를 통해 이루어져 왔다. 과거 경제의 초점이 생산(生産)에 있었다면, 신자유주의 경제에서는 교환(交換)이 강조되었다. 자산과 금융이 강조되면서, 경제의 중심은 노동에서 자본으로 보다 급격하게 움직이게 되었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요컨대 신자유주의화는 모든 것들의 금융화를 의미했다. 이 점은 경제의 다른 모든 영역들과 국가 장치는 물론, 마틴(Randy Martin)이 지적한 바와 같이 일상생활에 이르기까지 금융의 장악을 심화시켰다. 이는 또한 세계적 교환관계에 가속적인 변동을 유발했다. 의심할 바 없이 생산으로부터 금융의 세계로 권력 이행이 있었다.... 따라서 신자유주의하에서 부상하는 계급 권력의 본질적 핵심은 CEO들, 즉 기업 이사회의 주요 운영자와 잔본주의적 활동의 내적 성소(聖所)를 둘러싼 금융적, 법적, 기술적 장치들의 선도자들에게 있다. 그러나 기업 정책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많은 표결권을 얻지 않고서는 자본의 실제 소유자, 즉 주주들의 권력은 다소 축소된다.(p52) <신자유주의> 中


 저자인 하비 교수는 또한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에서 지배 계급은 초국적(超國籍) 연계를 맺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Global Production Network)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연계된 현재 경제 체제 내에서 각국의 경제 지배계급은 공통된 이해 관계를 가지고 있게 된다. 그래서, 이들은 국제 연대를 통해 이익을 공유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가 지적한 이러한 지점은 토마 피게티(Thomas Piketty, 1971 ~ ) 가 <21세기 자본 Capital in the Twenty- First Century>에서 강조한 '글로벌 자본세 - 다국적 기업들에 대한 초국가적 과세'의 배경이기도 하다.  


 어디에서든 지배계급이 자신의 활동 범위를 제한해 특정 국민국가 내에서만 충성을 다하는 경우란 역사적으로 많이 과장된 것이다.... 국제적 연계는 항상 중요하며, 특히 식민적, 신식민적 활동뿐만 아니라 19세기 또는 그 이전으로 소급되는 초국적 연계들에 있어서도 그러했다.(p54)... 이들은 다보스에서의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와 같은 조직을 통해 생각을 나누고, 정치 지도자들과 교류하고 협의할 수단을 보유한다. 이들은 세계적 실무들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일반 시민들이 지니지 못한 행동의 자유를 누린다.(p55) <신자유주의> 中

 

 우리가 주목한 것은 20세기에 창안되었지만 미래에도 틀림없이 핵심적인 역할을 계속 수행해야만 할 사회적 국가와 누진적 소득세라는 두 가지 기본제도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현 세기의 세계화된 금융자본주의를 다시 통제하려면, 오늘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수단을 개발해야만 할 것이다. 여기서 이상적인 수단은 매우 높은 수준의 국제적 금융 투명성과 결부된 누진적인 글로벌 자본세가 될 것이다.(p617) <21세기 자본> 中


 저자는 <신자유주의>를 통해 자산의 금융화를 통해 권력이 금융기관으로 넘어갔으며, 이들 금융권력들은 자신의 이익을 유지하기 위해 국제적인 연대를 맺고 있음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소수의 상위 계급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을 사용하는가? 


 1970년대에는 전통적 상위 계급들이 (미국 정부와 더불어) 지원한 군사 쿠데타가 이들의 권력을 위협했던 노동운동 및 도시사회운동 내에서 형성된 모든 연대들을 강력하게 억압함으로써 수행되었다. 그러나 1979년 이후 대처와 레이건에 의한 신자유주의적 혁명은 민주적 수단을 통해 이뤄져야만 했다. 이처럼 중대한 이행이 가능하려면, 선거에서 이길 정도로 충분히 큰 범위에 걸친 정치적 동의가 사전에 구축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람시(Antonio Gramsci, 1891 ~ 1937)가 '상식(common sense)'이라고 한 것이 전형적으로 동의의 기반을 이룬다.(p59) <신자유주의> 中


 저자는 과거 1970년대에는 군사적 쿠데타 등 물리적 업압을 통해 신자유주의 체제가 유지되었다면, 1980년대 이후에는 강력한 이데올로기의 침투를 통해 대중들을 세뇌시키고, 선거라는 민주절차 방식으로 체제를 유지하고 있음을 본문을 통해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신자유주의적 전환을 합법화하기에는 충분한 대중적 동의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강력한 이데올로기적 영향이 기업, 대중매체, 그리고 시민사회를 구성하는 여러 제도들 -대학, 학교, 교회, 그리고 전문가 협회 등 - 을 통해 유포되었다.... 소수 엘리트의 경제적 권력 회복을 둘러싼 공개적 프로젝트는 아마 많은 대중적 지지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 자유라는 명분을 내세웠던 실용적 시도는 대중 기반에 호소함으로써 계급 권력을 회복하겠다는 본래 의도를 감출 수 있었다.(p60) <신자유주의> 中


 <신자유주의>에는 이러한 배경으로 태어난 신자유주의 체제가 어떤 방식으로 세계 각국에서 자리잡게 되었는지를 설명하고 있으며, 그 중 전형적인 사례로 우리나라를 들고 있다. 우리나라의 신자유주의가 어떻게 뿌리내렸는가하는 문제까지 다루면 이야기가 너무 길어지므로, 다음 기회로 넘기도록 하자. 다시 경제사상사로 돌아오면, 신자유주의의 경제학 사상의 기원이 된 오스트리아와 시카고 경제학파는 기본적으로 시장을 '완전시장', 시장참여자의 기대를 '합리적 기대'로 파악하고, 이러한 기반 위에서 자신의 이론을 순수과학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정부의 개입 대신 극단적인 자유 방임을 주장한 이들은 자신들의 이론이 모든 가치를 배제한 순수 과학임을 강조한다. 프리드먼은 "원리상 경제학에는 어떤 가치 판단도 없다"고 주장한다. 마찬가지로 리처드 매켄지 Richard McKenzie와 고든 털록 Gordon Tullock은 이렇게 말한다. "경제학자의 접근법은 도덕과 무관한 것이다. 경제학의 관심사는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가 아니라... 현실에서 나타나는 사람들 행동의 이유를 이해하는 것이다.(p957) <E.K. 헌트의 경제 사상사 > 中


 경제학은 과거 정치경제학(政治經濟學)에서 출발하여 인간의 문제를 현실적으로 고민한 학문이었다. 여기에 '정치'와 '경제'를 분리시키고, '정치'의 자리를 '수리(數理)'를 대신한 결과 '경제학'의 학문적 관심은 '인간'에서 '자본'으로 넘어간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최근까지 크게 유행한 '수리경제학'을 통해 모든 것이 수치화되고, 관념화된 '과학으로서의 경제학'의 모습이 학문에 있어서 신자유주의의 폐해가 아닐런지... 


 <신자유주의>는 우리에게 널리 알려졌지만, 구체적으로 정의하기 어려운 신자유주의에 대해 쉽게 설명한 책이라 여겨진다. 그렇다면, 우리가 신자유주의자들이라 부르는 이들이 바라보는 자신들의 사상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일까를 간략하게 살펴보면서 이번 페이퍼를 마치도록 하자. 

 

 인간의 어리석음으로 만들어졌던 우리의 길을 막았던 장애물들을 제거하고, 개인들을 '지도'하고 '명령'하기 위한 또 다른 기구를 고안하기보다는 개인의 창의적 에너지를 분출하도록 놓아두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p326)... 만약 자유로운 사람들의 세상을 창출하려는 첫 번째 시도에서 실패한다면, 우리는 다시 시도해야 한다. 실로 개인의 자유를 위한 정책이 유일한 진보적 정책이라는 핵심적 원리는 19세기에 진리였듯이 현재에도 여전히 진리이다.(p327) <노예의 길 The road to Serfdom>


 미국은 계속 발전해왔다. 국민의 의식주나 교통사정도 더 좋아졌고, 계급 및 사회 격차는 좁혀졌으며, 소수집단이 겪어야 했던 불이익도 줄어들었고, 대중문화는 급속도로 발전했다. 이 모든 것들은 자유시장을 통해 서로 협조하는 개인들의 창의력과 추진력의 산물이었다. 정부가 취한 조치들은 이런 발전을 방해해왔지 도와준 것은 아니었다.(p310)... 우리의 기본적인 가치체계, 그리고 자유로운 제도들이 짜여 이루어진 그물망은 굳세게 버텨낼 것이다. 나는 우리가 자유를 유지하고 확대해나갈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p314) <자본주의와 자유 Capitalism and Freed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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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30 13: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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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30 14: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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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8-05-30 18: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게 신자유주의에 저항 좀 하라고 이런 글을 또ㅎㅎ; 정신 좀 차려! 찰싹찰싹))) 아웅, 찔려;;;

겨울호랑이 2018-05-30 18:03   좋아요 2 | URL
사실은 저도 찔리지요... 신자유주의를 거부하면서도 주식 투자를 하는 자신을 보면...ㅜㅜ 물론 증권계의 고사리손이긴 합니다만...

2018-05-31 23: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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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1 08: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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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1 11: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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