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분과 전체 - 정식 한국어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지음, 유영미 옮김, 김재영 감수 / 서커스(서커스출판상회)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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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인슈타인은 양자론을 한시적으로만 통용되는 가설이지, 원자 현상에 대한 최종적인 해답은 아닌 것으로 여겼다.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아인슈타인은 이런 원리를 굳게 부여잡았다. 보어는 그런 아인슈타인에게 이렇게 응수할 뿐이었다. "하지만 신이 어떻게 세계를 다스릴지 신에게 제시해주는 것도 우리의 과제는 아닌 듯 합니다." (p137) <부분과 전체> 中


 1930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제6차 솔베이회의에서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 ~ 1955)는 보어(Niels Henrik David Bohr, 1885 ~ 1962)가 하이젠베르트의 '불확정성 원리'와 보어의 '상보성원리'에 대해 치열하게 논쟁을 펼쳤다. 비록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이로부터 양자역학은 물리학의 한 분야로 자리잡게 되었다. <부분과 전체 Der Teil und das Ganze>는 바로 불확정성 원리를 제창한 베르너 하이젠베르크(Werner Heisenberg, 1901 ~ 1976)의 자전 에세이이며,  물리학과 관련한 많은 내용을 본문에 담고 있다.


 시간과 공간은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서로 그리 무관하지 않은 거야. 아인슈타인은 상당히 단순하고 완결된 수식으로 시간과 공간의 새로운 구조를 정리해낼 수 있었어.(p40)... 이제 가장 흥미로운 분야는 원자 이론이야. 어째서 물질세계에서는 특정 형태와 성질이 계속해서 나타나는가 하는 것이 원자 이론의 기본 질문이지... 물체, 가령 물이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하면 우리가 학교에서 배웠던 뉴턴역학의 운동 법칙으로는 물질의 최소 단위가 그런 안전성을 지니고 있다는 게 결코 설명이 되지 않아. 따라서 이런 부분에서는 전혀 다른 자연법칙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여. 아주 다른 자연법칙이 원자들이 계속하여 동일한 방식으로 배열되고 운동하게끔 해서, 계속해서 동일한 안정된 성질을 가진 물질이 탄생하게끔 한다는 거지. (p41) <부분과 전체> 中


 <부분과 전체> 도입부에서 저자는 자신이 물리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를 말하고 있다.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원리'에 의해 시간(Time)과 공간(Space)이 서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시공간(Time-Space)이라는 연속체라는 것을 밝혀낸 후 당대의 관심은 원자(原子, atom)로 옮겨가게 되었고, 당대의 물리학자들은 원자의 세계에 적용되는 자연법칙을 규명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보어는 영국 러더퍼드의 결정적인 실험에 기초하여 원자를 미니 행성계로서 파악하고 있었다. 원자에 비해 아주 작지만, 원자의 질량을 거의 다 가지고 있는 원자핵이 있고, 상당히 가벼운 전자들이 태양계의 행성들처럼 원자핵 주위를 돌고 있는 모양으로 말이다. 그러나 이들 전자의 궤도들은 행성계에서와는 달리 힘들과 전력 前歷에 의해 결정되지 않고, 외적 방해로 인해 변화될 수도 없었다. 그리하여 외적인 영향과 무관하게 유지되는, 참으로 기이한 물질의 안정성을 설명하기 위해 기존의 역학이나 천문학에는 생소한 추가적인 요청이 따라야 했다. 1900년 플랑크가 유명한 논문을 발표한 이후 그런 요청은 양자조건이라 불렸다. (p62) <부분과 전체> 中


 당대의 유명 물리학자였던 덴마크의 보어는 원자모형을 통해 '원자-전자'의 구조를 설정했으나, 이 구조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기존 물리학에서 설명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설명이 필요했다. 이러한 양자조건은 후에 '불확정성 원리'와 '상보성 원리'에 의해 뒷받침된다. 그렇지만, 보어의 의견이 처음부터 받아들여진 것은 아니었다. 대표적인 반(反) 양자론자는 아인슈타인이었다. 


1. 양자론에 대한 아인슈타인과 슈뢰딩거의 공격


 아인슈타인은 물론, '슈뢰딩거의 고양이'로 유명한 슈뢰딩거(Erwin Rudolf Josef Alexander Schrodinger, 1887 ~ 1961) 역시 양자론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표현한대표적인 학자다. 먼저 아인슈타인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며 한 정상상태에서 다른 정상상태로 이동할 때 생기는 불연속성이 타당하지 않음을 통해 양자론을 부정하였다. 


 양자론은 서로 다른 두 측면을 가지고 있어요. 한편으로 양자론은 특히 보어가 늘 강조하듯이 원자의 안정성을 상정해요. 그로 인해 늘 같은 형태의 원자가 생겨나는 것이죠. 다른 한 편 양자론은 불연속성 즉 자연의 변덕이라는 독특한 요소를 말하고 있어요. 이 불연속성은 가령 방사선 시료에서 나오는 섬과을 암실 속의 형광판에서 관찰할 때 분명하게 알 수 있지요. 이런 두 측면은 물론 연관되어 있어요.(p115) <부분과 전체> 中 


 슈뢰딩거는 아인슈타인의 위와 같은 질문에 대해 두 정상 물질이 동시에 진동하면서 빛의 복사가 생겨난다는 이론을 증명함으로써 양자론을 부정하는 주장을 펴게 되었다. 이들의 물음과 주장에 대해 이제는 하이젠베르크와 보어가 대답할 차례다.


 원자가 하나의 정상상태에서 다른 정상상태로 이행할 때 그 에너지를 갑자기 변화시키고 잉여 에너지를 아인슈타인이 가정한 광양자의 형태로 방출하는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오히려 두 정상 물질이 동시에 진동하고, 이런 진동의 간섭이 빛의 파동 같은 전자기파를 방출시킴으로써 빛의 복사가 생겨난다는 것이었다. (p124) <부분과 전체> 中 


2.  하이젠베르크의 대답 : 불확정성 원리(不確定性原理, uncertainty principle)


 <부분과 전체>를 통해서 하이젠베르크는 아인슈타인의 질문 속에서 답(答)을 유도했음을 고백하고 있다. 아마 아인슈타인은 별로 반가워하지 않았겠지만.


 사실은 이론이 비로소 무엇을 관찰할 수 있는지를 결정해요. 관찰은 일반적으로 아주 복합적인 과정이에요. 그러므로 관찰하고자 하는 현상이 비로소 우리의 측정 도구에 영향을 미쳐요. 그러면 그 결과로 이런 도구에서 계속적인 과정이 진행되고, 우회를 거쳐 우리의 의식 속에서 감각적 인상을 불러일으키고, 결과를 확인시켜 주지요.(p109) <부분과 전체> 中


 아인슈타인과의 대화에서 영감을 얻은 하이젠베르크는 '보이는 것이 진실이 아니라'는 가정 하에서 두 개의 관측가능량(observable)을 측정 시 위치와 속도/운동량은 플랑크의 작용양자보다 작을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해내면서, 불확정성 원리를 증명하게 되었다. 


 진짜로 우리가 관찰하는 것은 전자궤도가 아닐 것이다. 전자가 놓여 있는 불확정적인 위치에 대한 불연속적인 결과만 지각할 수 있는 건지도 몰랐다. 실제로 안개상자에서는 몇몇 작은 물방울만을 볼 수 있을 따름이며, 이것들은 전자보다 많이 확대된 것이리라. 따라서 올바른 질문은 다음과 같아야 할 것이다. 약자역학에서 한 전자가 대략적으로 주어진 위치에 놓여 있는 동시에, 대략적으로 주어진 속도를 갖는 상황을 묘사할 수 있을까? (p133) <부분과 전체> 中 


 그런 상황을 수학적으로 묘사할 수 있고, 그런 부정확성에 대해 훗날 양자역학의 불확정성 원리라 불리게 되는 관계가 성립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불확정성의 특징을 갖는 위치와 운동량(운동량은 질량과 속도의 곱)의 곱은 플랑크의 작용양자보다 작을 수 없다.(p133) <부분과 전체> 中 



[사진] 불확정성 원리(출처 : 경향신문)


3. 보어의 대답 : 상보성 원리(相補性原理, complementarity principle)


 1930년대 당시 빛과 관련한 주요 논점은 빛이 파동인가, 입자인가 하는 빛의 성질이었다. 파동과 입자 각각을 주장하는 학자들 모두 나름의 논거가 있었기에 이에 대한 논점은 쉽게 정리되지 않았다. 


 미국의 물리학자 콤프턴은 빛이 전자에 부딪혀 산란이 일어날 때 빛의 진동수가 변한다는 것을 발견했는데, 이런 결과는 빛이 아인슈타인이 제안한 대로 작은 입자나 에너지 덩어리로 되어 있으며, 입자들이 공간 속에서 빠른 속도로 움직이다가 간혹 전자와 부딪혀 산란된다고 가정해야 설명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파장만 더 짧을 뿐, 빛 역시 전파와 기본적으로는 전혀 다르지 않음을 뒷받침하는 실험들도 많았다. 따라서 빛은 입자의 흐름이 아니라 파동이라는 것이었다.(p101) <부분과 전체> 中


 이에 대해 보어는 관찰 방식에 따라 빛이 '파동'으로도 '입자'로도 보인다는 '상보성 원리'를 주장하면서, 논리적 모순을 극복한다. 그리고, 이러한 상보성원리는 불확정성 원리와도 통하는 것이었기에, 양자조건을 뒷받침하게 되었다.


 보어는 파동과 입자의 이중성에 대해 새롭게 '상보성의 원리'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이 개념은 두 개의 서로 다른 관찰 방식으로 파악할 수 있는 상황을 묘사하는 것이었다. 두 가지 관찰 방식이 서로 배제적이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상호 보완적인 것이며, 모순되는 이 두 관찰 방식을 병존시킴으로써만 그 현상을 바르게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곧 불확정성 원리와 상보성 원리가 별 차이가 없는 것이며, 이제 이런 새로운 내용을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잘 정리해서 발표하는 일만 남았다는 것을 깨달았다.(p135) <부분과 전체> 中


 <부분과 전체> 속에는 위와 같은 물리학 뿐 아니라, 철학, 음악, 정치, 역사, 종교 등 수많은 주제를 폭넓게 다루기 때문에 독자로 하여금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일례로, 양자역학을 둘러싼 아인슈타인과 하이젠베르크의 대화는 조선 중기 퇴계 이황(退溪 李滉, 1502~ 1571)과 고봉 기대승(高峰 奇大升, 1527 ~ 1572)간의 사단칠정(四端七情) 및 이기(理氣) 논쟁을 연상시킨다. 또한, 빛의 성질과 관련한 당대 학자들의 논쟁은 다른 시대의 그리스도의 인성(人性)과 신성(神性) 논쟁을 떠올리게 한다. 결국, 기독교의 신성 문제는  AD 451 칼케돈 공의회(Council of Chalcedon)를 통해 예수는 '완전한 인간이며 완전한 하느님'이라는 양성론(兩性論)이 공인되는 것으로 막을 내리게 되고, 물리학에서도  빛이 파동과 입자의 성격 모두를 포함한다는 상보성 원리가 인정받는 것을 보면서 통합(統合)이 중요함도 깨닫게 된다. 이런 여러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영역을 넘나드는 <부분과 전체>만의 매력때문이 아닐까 한다. 이처럼 <부분과 전체>는 흥미있는 여러 주제를 다루기에, 비록 물리학에 대해 흥미가 없더라도 세계적인 석학(碩學)이 바라보는 세계관(世界觀)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독자들은  충분히 시간을 들여 일독(一讀)할 가치가 있는 책이라 여겨진다. 


 ps. <성경>의 '빛'과 '예수'를 연결시켜, '파동-입자' 를 '인성-신성'으로 연결지어 무리하게 해석하려 한다면, 그건 너무 나간 해석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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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8-05-10 17: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말로는 이해가 되는데 수식만 보면 어질;_;)...과거로 돌아간다면 수학 공부를 열심히 하겠어요ㅜㅜ! 아니면 아주 미래로 가 수학 공부 잘하는 백신을 맞던가ㅎㄱㅎ

겨울호랑이 2018-05-10 17:25   좋아요 1 | URL
저는 국영수를 중심으로 학교수업에 충실히 예습복습을.... ㅋㅋ

2018-05-10 17: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10 18: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oldboy 2018-05-10 17: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러수 위 정말로 인정합니다

겨울호랑이 2018-05-10 18:03   좋아요 0 | URL
에고 oldboy님 과분한 칭찬입니다... 그저 과학책도 즐겁게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