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경우 사업(business)은 전쟁(戰爭)으로 표현된다. 이에 따라 많은 경제경영 관련서적들은 역사(歷史) 속에서 이상적인 CEO의 모습을 발견하고 이를 리더십(Leadership)과 연계시키고 있다. 2010년대 초반 우리 사회에 불었던 인문학 열풍 역시 이러한 기업의 풍토와 무관치는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한때 가장 넓은 영토를 점유했던 몽골제국의 창시자인 칭기즈칸(Genghis Khan, 1162 ~ 1227)과 그의 군대인 몽골군에 대한 연구가 경영계에서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라 할 것이다. 이번 페이퍼에서는 몽골군의 전술에 대한 이야기와 이와 연관된 이야기를 살펴보자.
1. 몽골군 전술
몽골군의 전술은 크게 4가지 정도로 구분될 수 있지만, 그 중에서도 카라콜 전술과 측면 공격 및 이중 포위 전술이 몽골군의 기동력을 잘 살린 전술이라 생각된다.
[그림] 몽골군 전술 [출처 : https://www.tes.com/lessons/DIVDAz5N3ZTBVA/mongols-great-unifiers-or-fiends-from-h]
가. 카라콜 전술 Caracole tactic
몽골군은 백병전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원거리에서 활을 이용하여 적을 격멸하는 방식을 더 좋아했다. 사실 카라콜 전술을 활용한 것은 몽골군만은 아니었다. 거슬러 올라가 크랏수스(Marcus Licinius Crassus, BC 115 ~ BC 53)은 카르하이(Carrhae) 전투에서 파르티아 군에 의해 처참하게 패배당하는데, 이때 파르티아군이 사용했던 전술 역시 카라콜 전술이었다.(이 전투에 관해서는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4>에서 상세하게 그려진다.)
'첫 번째 열이 돌격하며 화살을 쏘다가 적군과의 거리가 40 ~ 50미터 지점에 이르면 선회한다. 이제 첫 번째 열은 파르티아 화살을 쏘는 동안 두 번째 열이 돌격한다. 돌격하는 열과 선회하는 열이 서로 충돌하지 않도록 각 열이 조화를 이루는 일이 중요했다.(p146)'
나. 측면 공격 및 이중 포위 전술 Open-the-End Tactics
다른 한편으로 몽골군은 적을 멀리서 포위하면서 원거리에서 타격을 가하면서 적이 지치기를 기다린다. 그러다가 포위망의 한 쪽을 열어주게 되면 화살 세례를 견디다 못한 상대가 그쪽으로 몰리게 되고, 몽골군은 기동력을 활용해서 이들을 추격해서 섬멸시키는 전술이다.
'몽골군은 적의 전방을 공격하는 척하면서 후방에 맹공을 퍼부어 적을 혼동시키기도 하였다. 몽골군이 여러 방향에서 공격해 오면 적군은 포위되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적이 도망갈 수 있도록 포위망에 빈틈을 남겨 놓았지만, 이는 사실 함정이었다. 겁을 집어먹은 적군은 더 빨리 도망치기 위해 무기를 내팽개치고 군율도 무시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러면 몽골군은 적의 후방을 공격했다. 이에 대한 대표적인 예는 헝가리군과 벌였던 모히(Mohi) 전투(1241)였다. 달란타이(Dalantai)는 이 전술을 "열어서 끝장내는 전술(Open-the-End Tactic)"로 불렀다.(p152)'
이러한 전술 역시 몽골군 고유의 것은 아니다. 완벽한 포위보다 불완전한 포위가 보다 바람직한 전술임을 우리는 플라비우스 베게티우스 레나투스(Flavius Vegetius Renatus, ? ~ ?)의 <군사학 논고 De Re Militari>속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도주하는 적을 위해서 절호의 교량을 제공하라는 스키피오의 금언은 자주 권장되어 왔다. 왜냐하면 적은 자유롭게 도망갈 여지가 생길 때는 도주하여 각자 살아날 방법만을 생각하게 되고, 그리하여 혼란이 확산되며 대병력이 산산조각 나기 때문이다. 패배자가 허겁지겁 무기를 내버리고 도주할 때 추격자에게는 어떤 위험도 있을 수 없다.... "패자에게 희망을 주어야만 정복자는 안전하다."(p168)'
2. 조선수군과 한산대첩(1592)
몽골군의 두 가지 성공적인 전술을 결합한 형태를 우리는 충무공 이순신(李舜臣, 1545 ~ 1598)의 해전(海戰)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한산대첩 등 전투에서는 대포를 활용하여 멀리서 적을 격멸하는 카라콜 전술이 활용되며, 적의 패잔병을 소탕할 때는 위장 퇴각 전술을 활용해 적을 넓은 바다로 끌어내어 섬멸시키는 충무공의 전술 속에서 우리는 몽골군의 전술을 발견하게 된다. 이처럼 성공적인 전술은 시대와 장소를 떠나 공통분모를 가지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끊임없는 움직임 속에서 기회를 찾아내는 것이라 여겨진다.
'일본군이 어느 결엔가 학익진(鶴翼陳) 안에 갇히게 되자, 거북선은 일본군 대열로 돌진해 쇠돌기와 대포로 대혼란을 야기하며 갈레아스 전함 역할을 수행했다...이순신의 위장된 퇴각 전술을 통해 또다시 일본군 잔존 함대가 보다 깊은 바다로 이끌려 나왔고, 조선 수군은 갑작스레 진로를 역전해 대포로 침략자들을 괴멸시켰다.(p136)... 육지에서처럼 일본군은 주력함에서 널빤지를 댄 현측의 총을 쏠 수 있는 총안(銃眼)에 진을 친 사수 대열이, 배에 쳐놓은 얇은 울타리 뒤에 있는 조선 수군을 도륙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일본 사수들은 자기네 총알이 조선 수군 뱃전의 두터운 울라리를 뚫을 수 없으며, 조선 대포가 자기네 화승총보다 사거리가 훨씬 길다는 걸 발견했다.(p137)'
[그림] 학익진도(출처 : 아시아경제)
3. 변화(變化)와 불변(不變)
몽골군의 전술이나 충무공의 전술 속에서 우리는 변화(變化)와 불변(不變)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자신은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기회를 포착하는 반면, 상대는 움직이지 못하게 고정시켜 큰 위험없이 반대편을 제압하는 것이 성공하는 전략전술의 기본이라 생각된다. 그런 의미에서 변화를 강조한 헤라클레이토스와 불변의 일자(一者)를 강조한 파르메니데스 중 보다 현실에 맞는 사상(思想)을 제시한 이는 누구인지 분명해 보인다.
'같은 강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고 가사적인 것을 고정된 상태에서 두 번 접촉할 수도 없다. 그것은 변화의 급격함과 빠름에 의해서 흩어졌다 또다시 모이고 합쳐졌다 떨어지며, 다가왔다 멀어진다.(p244)' <델포이의 E에 관하여> 392b > - 헤라클레이토스 Herakleitos(BC 6C 초 ? ~ ?)-
'그러나 (그것은) 커다란 속박들의 한계들 안에서 부동(不動)이며 시작이 없으며 그침이 없는 것으로 있다. 왜냐하면 생성과 소멸이 아주 멀리 쫓겨나 떠돌아다니게 되었는데, 참된 확신이 그것들을 밀쳐냈기 때문이다. 같은 것 안에 같은 것으로 머물러 있음으로써, 그 자체만으로 놓여 있고 또 그 자체만으로 놓여 있고 또 그렇게 확고하게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p283)' <심플리키오스(DK28B8)> - 파르메니데스 Parmenides (BC 510 ~ BC 450)-
3. 기업의 혁신과 적응 : 기업은 살아있는 유기체와 같아서 끊임없이 껍질을 벗어야 한다
다시 경영의 세계로 넘어오면 경영의 세계에서도 변화가 강조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경영의 책 The Business Book>에서는 기업의 혁신과 적응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면서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적응과 혁신 없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은 거의 없다... 제품이 변화하지 않을 때조차 제품 생산과 유통, 마케팅에서 사용되는 절차 중 많은 부분이 급격하게 바뀌었다... 오늘날에는 많은 업무가 자동화돼 컴퓨터와 로봇이 작업을 수행한다. 홍보 활동 역시 변화한 인구학적 통계자료 및 전 세계로 확대된 시장, 소비자 기호에 맞춰 적응해야 한다. 확실하게 기반을 다진 브랜드조차 혁신을 피하지 못한다.(p57)'
그리고, 구체적인 혁신의 사례로 <경영의 책>에서는 '이건희와 삼성전자'의 사례를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자신을 혁신하는 데 성공한 유명한 기업이 바로 삼성전자(Samsung Electronics)다. 1969년 설립된 삼성전자는 삼성그룹의 자회사로, 이제 막 시작된 기술 산업 분야에서 쏟아지는 기회를 활용하기 위해 탄생됐다... 1993년 6월 7일 이건희 회장이 삼성전자 고위 경연진을 모아놓고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혁신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선언했다. "아내와 자식만 빼고 모두 바꿔라."라는 유명한 말은 이건희 회장이 상황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였는지 보여준다.(p56)... 절차를 조절하는 과정에서 삼성이 시장에 더욱 초점을 맞추고 소비자에게 더욱 친화적인 브랜드로 거듭났다.(p57)'
[사진] 이건희 (출처 : <경영의 책>)
<경영의 책>에서 말한 바와 90년대 초반 이후 삼성전자는 혁신을 통해 세계기업으로 발돋움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세계적인 기업의 위상에 맞는 처신을 현재의 삼성은 하고 있는가? 현대사회에서 기업은 사회적 존재로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 생태계안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볼 때 기업의 혁신은 기술혁신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볼 때 <경영의 책>에서 말하는 다음의 구절은 우리가 아니라 삼성 관계자들이 명심해야 할 내용이 아닐까?
'가장 성공한 기업은 혁신이 끊임없는 과정임을 잘 안다. 생명이 살아남기 위해 환경에 적응해야 하듯, 기업도 변화무쌍한 생태계에서 살아가야 한다. 훌륭한 리더는 적응 실패가 소멸로 이어짐을 안다.(p57)'
PS.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시리즈 中
1. 무협지같은 재미를 원하시는 분에게는 <제4권과 제5권 율리우스 카이사르>를
2. 건축학도에게는 <제10권 :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를
3. 기독교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바라보는 로마제국의 기독교 공인 역사를 읽고 싶으신 분에게는 <제14권 : 그리스도의 승리>를
4. 잠이 오지 않으시는 분들께는 <6권 : 팍스 로마나>를 추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