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감(同感)의 원인(原因)이 무엇이건 간에, 또는 그것이 어떻게 생겨나건 간에, 다른 사람도 마음속으로 우리 마음속의 감정(感情)에 동류의식(同類意識 : fellow-feeling)을 느끼고 있음을 보게 되는 것 이상으로 즐거운 것은 없다. 또한 다른 사람이 마음속으로 우리와는 반대로 느끼고 있음을 보게 되는 것만큼 충격적인 일도 없다.(p13)' 애덤 스미스(Adam Smith, 1723 ~ 1790) <도덕감정론 The Theory of Moral Sentiments>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Getting more>는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교수(Stuart Diamond, 1948 ~ )의 협상과 관련한 내용을 정리한 책으로, 이번 페이퍼에서는 이 책 내용을 통해 스튜어트 교수의 강의가 20년 연속 와튼스쿨 최고 인가 강의가 된 비결을 살펴보려고 한다. 이 책의 내용은 다음의 열 두가지 전략을 바탕으로 전개된다.
1. 원하는 것을 얻는 협상 모델을 위한 열두 가지 전략(p191)
1) 목표에 집중하라.
2) 상대의 머릿속 그림을 그려라.
3) 감정에 신경 써라.
4) 모든 상황은 제각기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라.
5) 점진적으로 접근하라.
6) 가치가 다른 대상을 교환하라.
7) 상대방이 따르는 표준을 활용하라.
8) 절대 거짓말하지 마라.
9) 의사소통에 만전을 기하라.
10) 숨겨진 걸림돌을 찾아라.
11) 차이를 인정하라.
12) 협상에 필요한 모든 것을 목록으로 만들어라.
책은 위에 소개된 열두 가지 전략의 주요 내용을 바탕으로 일상 생활 내용과 접목시켜 독자의 이해를 높여주기 때문에 쉽게 읽힌다. 사실, 위의 내용만 읽어보면 그렇게 새로울 것도 우리가 모르는 사항도 아니다. 위의 내용을 한 줄로 줄이면 <손자병법 孫子兵法> 의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 정도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내가 원하는 것을 명확하게 알고 상대방이 원하는 바를 알면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다는 것과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는다는 손자의 말은 서로 통하는 바가 있다 여겨진다. 다만, 이 책 그리고 저자의 강의가 인기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다양한 사례 제시가 이루어지고, 이를 통해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겼던 부분을 긍정적으로 강화시켜주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동감(emphy)과 관련한 부분이다. 애덤 스미스가 <도덕감정론>에서 말한바와 같이 이 책에서도 동류의식을 통해 상대를 배려하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가 가진 파이를 키워 모두가 승리자가 될 수 있다는 논리를 전개한다. 이러한 글 속에서 승자독식(勝者獨食)의 정글법칙이 아닌 상생(相生)의 정신을 발견하기에 보다 따뜻한 시선으로 책을 읽어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러한 정신에 바탕을 둔 사익(私益) 추구는 공익(公益)으로 확장될 수 있지 않을까.
'각 개인이 최선을 다해 자기 자본을 본국 노동의 유지에 사용하고 노동 생산물이 최대의 가치를 갖도록 노동을 이끈다면, 각 개인은 필연적으로 사회의 연간수입이 가능한 최대의 가치를 갖도록 노력하는것이 된다. 사실 그는, 일반적으로 말해서, 공공의 이익(public interest)을 증진시키려고 의도하지도 않고, 공공의 이익을 그가 얼마나 촉진하는 지도 모른다... 다른 많은 경우에서처럼 보이지 않는 손(an invisible hand)에 이끌려서 그가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목적을 달성하게 된다.(p552)' 애덤 스미스(Adam Smith, 1723 ~ 1790) <국부론 An inquiry into the nature and causes of the wealth of nations>
2. 자녀 교육의 비밀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에는 다양한 협상 사례가 소개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자녀 교육 부분이 가장 눈에 띈 것은 내 자신이 아무래도 자식을 둔 부모의 입장이기 때문이리라.
현대 이전까지 교육(education)은 전통적으로 미성숙한 이(어린이)들을 성숙한 이(어른)으로 만드는 과정이었고, 이 과정에서 교육은 다소 강압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보편적인 인식이었다. 고대(古代) 그리스 시대부터 근세 프랑스 혁명 이전까지도 이러한 인식이 주류(主流)였다.
'교육(paideia)의 요지를 우리는 바른 양육(heorthe trophe)이라 말하는데, 이는 놀이를 하고 있는 아이의 혼을, 그가 어른이 되었을 때 할 일(pragma)의 훌륭한 상태(arete)에 있어서 완벽함을 요구하게 될, 그것에 대한 사랑(eros)으로 최대한 이끌어 줄 것입니다.(제1권 643C)' 플라톤(Platon, BC 424 ~ BC 348) <법률 Nomoi>
'계절과 풍토와 환경이 불순한 지역에서 그들의 신체를 단련시켜라. 기아와 갈증과 피곤을 극복하는 훈련을 시켜라. 그들을 "지옥의 강물"에 빠뜨려라... 아이는 어른이 참아내지 못하는 변화들도 견딜 수 있다. 나긋나긋하고 유연한 어린 나무 줄기는 자신에게 가해지는 휨을 어렵지 않게 견뎌낸다. 하지만 더 굳어진 어른 나무 줄기는 그것이 받은 휨을 겨우, 그것도 난폭한 힘을 가해야만 펴지게 할 수 있다. 그처럼 어린이는 생명과 건강에 위험을 주지 않고 튼튼하게 키울 수 있다. 설령 어떤 위험이 닥칠지라도 주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p80)' 루소(Jean-Jacques Rousseau, 1712 ~ 1778) <에밀 Emile, ou De l'education>
현대에 와서 어린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예전과는 달리 많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현실은 '어린이에 대한 배려'를 강조한다는 면에서 어린이를 약자(弱者)의 자리에 놓고 있다.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는 이보다 한 단계 더 나가서, 어린이를 아이와 동등한 위치에서 바라보고 있다.
'핵심은 아이의 머릿속 그림에 대해 솔직하게 대화하는 것이다. 절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은 안 된다. 아이가 표현을 잘하지 못한다고 해서 생각이 없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본능에 충실한 아이들의 인지력이 더 날카로울 수도 있다. 그러니 아이가 당신을 관찰하는 만큼 당신도 아이를 충분히 관찰하라... 그런 후에 아이의 말을 충분히 들어라... 아이가 말할 때 돌아보지도 않고 하던 일을 계속하는 것은 아이에게 모욕감을 준다. 더욱 끔찍한 결과는 아이들이 그런 태도를 그대로 배운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부모가 자신을 대한 방식을 결코 잊지 않는다. 따라서 아이가 부모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하려면 먼저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p323)'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는 자기계발서이고, 쉽게 읽히며, 평이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만으로는 저자의 강좌가 인기있었던 배경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아마도, 이 책이 20년 연속 와튼스쿨 최고 인기 강의로서 생명력을 가질 수 있었던 배경은 책 전반에 협상 상대(어린이를 포함한)에 대한 배려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저자의 이런 관점이 제국주의 시대를 거치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상대를 착취하고, 뺏었던 역사를 가졌던 유럽/미국인들에게는 특히 더 새롭게 다가왔을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점에서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는 편안하게 상대방과 소통하는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는 에세이로서 일독(一讀)할만한 책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그 전에 독자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가?'을 먼저 알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그에 대한 답(答)을 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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