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
스티븐 하우 지음, 강유원.한동희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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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제국", "제국주의"라는 말은 가장 일반적으로 힘있는 국가나 사회와 그렇지 않은 국가나 사회 사이의 일정한 (그리고 모든) 형태의 관계를 언급하는데 사용되어왔다.(p38)... 여기에는 두 가지 더 깊은 뜻이 들어 있다. 하나는 어떤 경쟁권력도 인정하지 않는 "절대적 주권"이다... 다른 하나는 그 용어를 아주 드러내놓고 종교적으로 사용하는 데서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보편성에 대한 갈망"이다. 제국 바깥의 모든 이들은 야만인이며 미개인이었다.'(p39)


[사진] 만리장성 ( 출처 : http://blog.donga.com/kyujanghan/archives/10300)


 <제국 Empire>는 스티븐 하우 (Stephen Howe, 1958 ~ )가 저술한 제국주의에 대한 입문서(入門書)다. <제국>은 쉽고 간결하게 제국과 제국주의에 대해 설명하고 있으며 여러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특히 가장 큰 장점이라 생각되는 '명료한 개념정리'를 중심으로 내용을 정리해본다.


1. 제국 帝國 Empire


 제국(帝國)과 거대 왕국(王國)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저자는 제국은 '핵심부-주변부'의 관계가 성립되어야 한다고 해석한다. 제국의 질서가 '수직적 관계'라면, 연방(聯邦)의 질서는 '수평적 관계'가 될 것이다. 


 '제국은 분명 거대한 것이어야 하고, 이전의 별개 단위들에서 형성된 복합된 실체여야 한다. 인종, 민족, 문화, 종교의 다양성은 제국의 본질이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그 다양성은 대등한 것들이 나란히 공존하는 형태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핵심부"와 "주변부" 사이에 지배관계가 없다면, 그 체제를 제국이 아니라 "연방"으로 불러야 할 것이다.'(p41)


저자는 책 전반에서 '제국'이라는 개념을 경제 / 정치(經濟 / 政治)적인 면으로 한정하여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문화제국주의' 등 여러 면으로 제국주의의 개념이 확대적용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오늘날 식민주의 문화를 강조하는 것은 때로 경제적/정치적 힘들에 대한 상대적인 경시로 귀결될지도 모른다. 많은 면에서 제국은 아주 특별하게도 정치적인 현상, 국가의 문제였다. 내가 앞서 제안했듯이 제국에 대한 정의의 핵심은 식민화하는 국가가 자신이 합병했던 영토에서 정부의 권력을 완전히 가져갔다는 점이다.'(p211)


 본문에서  경제 / 정치의'핵심부-주변부'라는 관계틀에서 저자는 제국, 제국주의, 식민주의, 식민화, 신식민주의 등 제국과 관련된 용어를 본문에서 정리하고 있는데, 해당 정의를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제국이란 광대하고 복합적이며, 하나 이상의 인종 또는 민족을 내포하는 정치단위로, 주로 정복에 의해 창출되고, 지배하는 중심과 예속되는 (때떄로 지리상으로 멀리 떨어진) 주변부들로 나뉜다... 제국주의는 그런 거대한 정치단위들을 만들어내고 뒷받침하는 행동이나 태도를 가리키는데 사용된다. 그러나 한 민족이나 국가가 다른 민족이나 국가를 간접적으로 통제하거나 지배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p65)


 '식민주의는 더 한정된 개념이고, 엄격하게 말하면 정치적인 것이다. 그것은 한 집단이 다른 집단을 통치하는 체제이며, 그 체제에서 전자는 후자에 대해 배타적인 통치권을 행사할 권리와 그 운명을 좌우할 권리(보통은 정복에 의해 세워지는 "권리")가 자신들에게 있다고 주장한다... 식민화는 이주민들이 자신이나 조상들의 국가와 강한 연결고리들을 유지하고, 그러한 연결고리들을 통해 그 영토의 다른 거주민들에 대한 상당한 특권을 얻게되는 대규모의 인구 이동과 관계가 있다.'(p67)


 '신식민주의는 냉전 논쟁에서 여기저기 함부로 쓰이면서 사람들의 호감을 잃어버렸다. 그러나 아직도 외부 세력(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주로 이전의 식민 통치자)이 예전에 사용했던 공개적인 지배방식과 매우 흡사한 방식으로, 여전히 커다란 영향력(물론 반쯤은 이것을 숨기겠지만)을 탈식민주의의 상황들에 꽤 유용할 수도 있겠다.'(p68)


2. 근대를 읽는 4개의 키워드 : 제국(帝國), 자본(資本), 과학(科學), 기독교(基督敎)


 <제국>에서 저자가 말한 내용을 현대 정치세계에 적용한다면, 미국의 각 주(州)의 관계는 동등하기에 이들은 연방을 이루어 'United states of America'라는 제국의 핵심부를 이루고, 한국 / 영국 / 일본/ 호주 등 우호국들은 미(美)제국의 주변부를 구성한다는 해석도 가능하지 않을까. 


다른 한편으로는 영토를 병합해서 제국의 범위를 명확하게 확정시킬 수 있었던 과거와는 달리, 영토의 개념에서 벗어난 '현대 제국주의'를 정의한다는 것은 쉬운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 또한 하게 된다. 과거 중국에서 장성 밖을 '오랑캐 땅'이라 불렀다면, 현대 미국에게 '오랑캐'는 누구일까. NATO나 NAFTA에 소속되지 않은 다른 모든 국가들일까. 제국의 질서 밖에 있는 이들 오랑캐들을 제국의 질서에 편입시키는 것이 현대 미국의 정책방향일까. 아니면, 되도록 많은 것에서 손을 떼고, 정치/경제적 이득만 추구하는 것이 미국제국주의의 방향일까. 현대의 제국과 관련한 많은 질문들이 두서없이 떠오르지만, 이 부분은 좀더 깊은 공부가 필요하기에 다음 과제로 미뤄두도록 하자.



[사진] NATO (출처 : 위키피디아)


 우리가 '근대화(近代化)'를 '제국', '자본', '과학', '기독교'라는 4개의 키워드로 크게 정리한다면, 현대 정치 사상에 지금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제국'에 대한 공부 역시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제국>은 간결한 설명과 명확한 용어 설명을 제시했다는 면에서 근대화의 4개 키워드 중 하나인 '제국주의'를 잘 소개한 좋은 입문서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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