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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개혁이냐 혁명이냐 ㅣ 책세상문고 고전의세계 5
로자 룩셈부르크 지음, 송병헌 외 옮김 / 책세상 / 200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사회 개혁이냐, 혁명이냐>는 사회주의 경제학자인 로자 룩셈부르크가 1898년부터 1899년까지 '라이프치히 인민신문'에 기고한 글을 모은 저술이다. 베른슈타인의 마르크스 수정주의 관점에 대해 반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베른슈타인은 <사회주의의 전제와 사회민주주의의 과제>(1899)에서 사회 개량을 통한 사회주의의 도입을 주장한다. 이 책에서 자본주의의 발전에 따라 자본주의의 전면적 붕괴는 점점 불가능한 일이 된다고 주장하면서,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 신용 체제와 기업과 조직의 발전, 그리고 광범한 커뮤니케이션 수단과 정보 서비스의 발전을 들고 있다. (p20) 또한,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중산계층으로 많은 이동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자본주의의 전면적인 붕괴는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논리를 편다. 결국, 베른슈타인의 사회주의 운동은 체제 내의 개혁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로자 룩셈부르크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자본주의 자체가 근본적으로 모순과 위기를 내포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정치권력의 장악을 통한 혁명만이 새로운 사회로의 길을 제시한다는 주장이다. 본문에서 로자는 베른슈타인 비판을 위해 경제적 관점, 정치적 구상, 사회주의 전망 등을 비판하기 위해 상세한 사회주의 이론을 제시한다. 책의 해제에서 로자를 '마르크스주의적 반(反)레닌주의'의 선구자로 규정하는 것(p125)을 통해 그녀의 사상적 위치에 대해 가늠해 볼 수 있다. <사회 개혁이냐, 혁명이냐> 본문에는 생산, 국제무역, 노동조합 등 경제 여러 분야에 대한 로자의 반론이 제시되어 있어, 그녀의 경제관(經濟觀)을 크게 조망할 수 있다.
본문 해제에 수록된 내용이 룩셈부르크의 반론을 잘 요약하고 있어 이를 옮겨 본다.
룩셈부르크에 따르면 '사회주의로의 점진적 성장'이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자본주의 사회의 생산관계는 결코 위기 요소를 약화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강화하기 때문이다. 룩셈부르크는 베른슈타인이 자본주의의 '적응 수단'이라 규정한 현상들 - 카르텔, 신용 체계,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발달, 노동자 계급의 지위 상승-이 결코 자본주의의 위기를 완화시킬 수 없다고 파악한다... 노동조합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왜냐하면 자본주의의 발전의 결과 격화된 자본 간의 경쟁은 노동자에게 더 큰 어려움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정치적-법적 관계는 자본주의 사회와 사회주의 사회 사이에 더 높은 벽을 세우고 있다. 따라서 혁명, 즉 정치권력을 장악하는 것은 필수적이다.(p133)
결국, 이 책은 사회개혁을 주장한 베른슈타인에 대한 혁명의 필요성을 역설한 로자의 반론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90년대 동구권 공산주의 국가 붕괴 이후 공산혁명을 지나간 시대의 유물로 여겨지는 2010년대다. 그리고 우리는 그 시대를 살고 있다. 로자의 '혁명론(革命論)'은 과격하게 비춰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당시 1910년대에 이미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한 논의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졌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지난 100년의 시간동안 우리는 문제를 치유해 온 것이 아니라, 덮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한국 사회에서 이러한 문제의 표출이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표출된 것이라 생각된다. 종편으로 대표되는 언론권력문제, 정규직-비정규직 문제, 소득 양극화 문제, 계층간 대립 문제, 사회적 기업의 대두 등 이미 1910년대에 논의되었던 많은 문제가 이름만 바뀌어 우리에게 주어졌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아마도, 이러한 사회문제에 대해 우리가 적절한 답을 찾지 못한다면, 우리는 다음 진도를 나가기 어려울 것이고 더이상 미루지 않고 우리는 이번 기회에 이러한 문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해결을 해야한다. 그런 측면에서 로자의 주장이 우리에게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오늘 (2016년 11월 26일) 박근혜 하야 촉구를 위한 제5차 촛불 집회를 맞이하면서, 다음의 구절이 마음에 와닿는다.
"민주주의가 부르주아에게 반(半)은 쓸데없고, 반(半)은 방해물이 되었다고 한다면, 노동자 계급에게는 필수적이며 또 없어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가 꼭 필요한 이유는 첫째, 프롤레타리아가 부르주아 사회를 변혁시키는 출발점이면서 원칙적으로 사용하게 될 정치 형태들(자치, 선거권 등)을 민주주의가 창출했기 때문이다. 둘째, 오로지 민주주의에서만,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에서만, 민주적인 법의 실행을 통해서만 프롤레타리아는 자기 계급의 이해관계와 역사적 의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p100)"
"자유롭고 제한되지 않은 언론이 없고 제한되지 않은 집회의 권리가 없다면 '인민 대다수의 지배'란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즉 인민에게서 공적 생활을 박탈하고 언론의 자유를 질식시키는 것은 사회주의의 이상에 비추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p146)"
"단지, 정부를 지지하는 자만을 위한 자유, 단지 당원만을 위한 자유는 당원의 수가 아무리 많다고 하더라도 전혀 자유가 아니다. 자유는 언제나 그리고 전적으로 다르게 생각하는 자들의 자유다(p147)"
마치, 지금 이 시대의 우리를 보는 듯한 로자의 글을 읽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로자의 고민은 우리가 결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인가, 아니면 해결하지 않은 것인가 하는.
PS. 로자 룩셈부르크는 알라딘 이웃분이신 로쟈님의 <로쟈의 인문학 서재> 주인공이 아니며, 국적 또한 룩셈부르크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