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의 법률 헬라스 고전 출판 기획 시리즈 5
플라톤 지음, 박종현 역주 / 서광사 / 200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2권 교육과 음악


교육은 아이들을 훌륭함으로 이끄는 것을 말하며, 훌륭함의 판단은 대중에 의해서가 아니라 50세 이상의  '참된 판정자'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참된 판정자는 50세 이상의 연장자로서 깨어 있는 상태에서 아이들을 바른 길로 이끌어야 한다.


'교육(paideia)은 아이들에게 처음으로 생기는 훌륭함(훌륭한 상태, 덕)이라고 저는 말합니다.(653b)...즐거움들 및 괴로움들과 관련해서 옳게 길러짐으로써, 미워해야 할 것들은 바로 처음부터 끝까지 미워하지만, 좋아해야할 것들은 좋아하게 되는 바로 이 부분을 논의(이론)상으로 훌륭함에서 분리하여 또한 교육이라 지칭한다면, 적어도 제 판단으로는 선생께서 옳게 지칭하시는 것입니다.'(653c)


'우리 나이 또래의 사람들에 의해서 결정된 자들이 우승하는 게 옳다고 말할 게 필연적이라는 건 명백합니다.(658d).. [사람으로서의] 훌륭함(덕 : arete)과 교육(paideia)에 있어서 빼어난 한 사람을 즐겁게 하는 것이 가장 최선의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적어도 참된 판정자(krites)는 관람객들한테서 배워서 결정을 하거나, 다중의 소동과 자신의 교육 부족으로 해서 얼이 빠진 상태로 결정을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죠.'(659a)


'그러니까 교육은 법에 의해 규정된 바른 원칙(ho logos otrhos)으로의 아이들(paides)의 이끎 그리고 인도이며, 또한 이것은 가장 합리적이고 가장 연장자인 사람들한테서 경험을 통해 정말로 바른 것으로 인정을 받는 것이라는 겁니다.'(659d)


혼을 돌보는 교육인 '시가'를 통해서, <국가>에서 가장 훌륭한 선법으로 제시한 도리스 선법이 어떠한 방식으로 구현되어야 하는지 논의된다. 이를 통해 최종적인 '시가 교육'의 목적은 올바름을 추구하기 위한 교육이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전체적으로 합창가무는 우리에게 어쩌면 교육(paideusis) 전체였으며, 다시 그것의 일부가 리듬들과 선법들, 곧 음성(phone)과 관련되는 부분입니다.(672e).... 따라서, 혼에까지 미치는 음성과 관련되는 것들은, [사람으로서의] 훌륭함(덕: arete)의 교육으로서, 어떤 방식으로 해서인지는 모르나, 우리가 시가(mousike)라 일컬었습니다.'673a)


'따라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추구하는 사람들도 즐거우면 되는 음악(mousa)이 아니라, 옳은 것인 음악을 추구해야만 할 것 같습니다.'(688b)


제3권 나라의 정체(politeia)의 기원


나라 정체의 기원을 살펴보기 위해 대홍수 이전의 사회를 가정한다. 

대홍수 이후 인구 증가에 따라 정체가 등장하게 되었으며, 개인적 지배 체제에서 부터 정체(政體)가 등장하게 된다. 법률의 제정은 '전체적인 훌륭함'에 중점을 두고 이루어져야 하며, 전체적인 훌륭함은 사리 분별, 지성, 사랑과 욕구를 동반하게 된다.


'그러니까 시간이 경과하면서, 우리 인류도 증가하게 되었고, 모든 것이 현재의 모든 상태에 이르게 된 게 아닐까요?'(678b)..그런데 가난도 부도 함께 하지 않는 그런 생활공동체(synoika)에, 거기에 가장 고매한 인격(성품:ethos)들이 아마도 생겨날 수 있을 것입니다.'(679b)


'개인적 지배 체제(dynasteia)들에서 일종의 최선자들의 정체(最善者政體 : aristokratia) 또는 일종의 왕정(basilsia)을 만들어 내게 되겠으니, 그들은 통치 형태(나라 정체, 정체)의 이런 바뀜 속에서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681c)


'자, 모든 인간의 공통된 욕구 목표(koinon epithymema)인 한 가지가 이제 우리의 논의에 의해서 밝혀진 거죠?.. 최대한 모든 것이, 만약에 모두가 아니라면, 적어도 인간들은 제 마음(혼: psyche)의 지시대로 되는 것입니다.'(687c)


'[법률을 제정함에는] 전체적은 훌륭함(덕)(pasa arete)에, 무엇보다도 [사람으로서의] 전체적인 훌륭함(덕)을 선도하는 으뜸가는 훌륭함(덕)에 주목해야만 한다고 했습니다. 그건 사리 분별(지혜)과 지성이며, 또한 이것들을 따르는 사랑(eros)과 욕구를 동반하는 판단(의견: doxa)일 것입니다.'(688b)


정체를 해치는 가장 큰 악덕은 '무지'이며, 무지는 불협화음에서 생겨난다. 따라서, 입법자는 1인 통치 체제와 민주정체의 적도(適度)를 찾아내서 나라를 번영으로 이끌어야 한다.


'가장 큰 무지(he megiste amathia)가 그때 그 강국(强國) : dynamis)을 무너뜨렸거니와 지금도 그것이 본성적으로 똑같은 일을 한다고 말씀입니다. 따라서, 적어도 입법자는 가능한 나라들에 지혜(사려분별 : phronesis)가 생기도록 하되, 어리석음(지각없는 상태 : anoia)은 최대한 제거하도록 해야만 합니다.(688e).. 이성(logos)에 따른 판단(의견 : doxa)과 관련된 괴로움(고통 : lype)과 즐거움(쾌락 : hedone)의 이 불협화음(diaphonia)을 저는 가장 극단적이며 가장 큰 무지라고 주장합니다'(689a)


'나라 체제(政體 : politeia)들 가운데서도 어머니들과도 같은 것들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를 1인 통치 체제(1인 전제정체 : monarchia)라 일컫는 반면에, 다른 하나는 민주정체(demokratia)라 일컫는 것이 옳습니다.(693d)...결코 나라는 이 둘을 부분저으로 갖게 되지 않고서는 훌륭하게 다스려질 수가 없을 것이라는 주장은 옳은 말씀입니다.'(693e)


'전제적인 통치를 하는 유형들과 자유롭게 하는 유형들 각각이 어떤 적도(適度) 상태(metriotes)를 취하게 되었을 경우에는, 그럴 경우에는 그것들에 유달리 번영(eupragia)이 일었음을 보았습니다.'(701e)


제4권 최선(最善)의 정체와 신(神)적인 통치


3권 후반부에 크레테인 클레이니아스는 크레테의 새로운 이주지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아테네인과 메길로스, 클레이니아스는 이 크레테의 새로운 이주지에 대한 정체 이야기를 나눈다.


'(우리는) 이 나라 땅의 특성과 법질서를 고찰하고 있는 것입니다... 가장 귀중한 것은 가능한 한 가장 훌륭한 사람들로 되는 것 그리고 그런 사람들일 수 있는 그만큼의 기간 동안 생존하는 것입니다.'(707d)


이들은 논의를 통해 최선의 정체는 진리를 고수하는 입법자를 통해 법률로 구현될 수 있으며, 입법자는 지혜로움과 절제의 조화를 통해 만물의 척도인 신(神)의 기준에부합하는 통치를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 나라가 행복하게 경영되려면, 그 땅에 마땅히 갖추어져 있어야 할 다른 것들이 갖추어졌을 경우에도, 그런 나라에는 그떄마다 진리를 고수하는 입법자가 [때맞추어] 나타나야만 한다는 것입니다.(709c)...최선의 나라(ariste polis)가 그야말로 최상급의 입법자 및 절도 있는 참주와 함께 하는 참주체제(참주정체 : tyrannis)에서 생기는 것으로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710d)


'곧, 최대의 권력이 한 사람에게 있어서 지혜로움(phronein) 및 절제 있음(마음이 건전함)과 한데 합쳐질 때, 그때에 최선의 정체(나라 체제 : politeia he ariste)와 그런 법률의 탄생이 실현을 보지, 그 밖의 방법으로 결코 그리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712a)


'여러분! 신이야말로, 옛말도 그렇듯이, 존재하는 것들(ta onta) 모두의 시작과 끝 그리고 중간을 쥐고 있어서, 자연[의 법칙]에 따라 순환하면서 곧장 그 여정을 완결합니다.(715e)...우리에게는 무엇보다도 확실히 신이야말로 만물의 척도(metron)일 것이며, 누군가가 말하듯 어느 인간이 그런 것보다는 아마도 훨씬 더 그럴 것입니다.(716c)'


4권의 마지막 : 이상 전문(以上 前文)


'앞에서 말했던 것들은 모두가 우리에게는 법률의 전문(前文 : prooimion)들이었습니다... 모든 논의(연설)에는, 또한 음성이 관여하는 모든 것에는 서론 또는 전주곡(서곡, 서시 : proomion)들이 있거니와, 흡사 어떤 준비운동들처럼, 그것들은 그 다음에 올 것을 완결(연주)하는 데 도움이 될 어떤 기술적인 시도의 성격을 갖는 것들이라는 걸 말씀입니다.(722d)


전문의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나라는 '평화'를 위해 입법(入法)을 해야 하며, 입법의 기준은 용기, 올바름, 절제, 정의가 조화된 덕(德, arete)가 되어야 한다. 입법을 하는 자(입법자)는 연륜이 있어야 하며, 깨어있는 상태에서 정체의 유지를 위해 교육을 수행해야 한다. 

이상적인 정체는 전제정치와 민주정치의 균형을 통해 달성될 수 있으며, 지혜로움과 절제의 조화를 통해 '신적인 기준'으로 다가갈 수 있다. '신적인 기준'이 바로 만물의 척도다.


이후 제5권부터는 법률(法律)의 구체적인 내용이 다음의 주제로 나온다. 깊은 밤 잠이 오지 않는 분들을 위해 각 권의 내용목차를 정리한다. 


제5권 마그네시아의 적정 인구수와 토지, 과세 기준 재산

제6권 관직들의 확립(인사), 종교 졔례, 혼인 및 출산

제7권 양육과 교육, 교과목

제8권 축제들, 군사훈련, 각종 행사, 동성애, 경제 활동

제9권 형법(刑法) : 절도, 반역, 살인, 자살, 상해, 폭행 관련 법

제10권 종교 관련 문제

제11권 민법(民法) : 재산권, 법정 변호

제12권 외교, 보증. 공과금 부과 등


<법률>은 플라톤 사상의 종합편이라는 말처럼, 플라톤 사상의 여러 관점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그 중에서 몇 가지를 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1. 플라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정체(政體)

 

<법률>에서 나타난 플라톤의 민주정에 대한 태도는 부정적이다. 


'즉 시민들 가운데서 이것들에 대해 무지한 자들에게는 통치와 관계되는 것은 아무것도 맡겨서는 안 되며, 또한 무지한 자들로서 비난을 받아야만 한다고 말씀입니다.'(689c)


플라톤은 이상적인 정체는 전제정과 민주정의 적도(適度)형태이며, 가장 나쁜 정체는 '참주정치'다. 플라톤의 이러한 대략적인 정체 구분 이후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학>에서 체제의 변환까지 설명하고 있다. 이는 <정치학>을 읽은 후 <법률>과 연관해서 정리해야겠다.


2.  정체(政體)의 진화론적 관점


<법률>에서는 정체(政體)의 진화론적 관점이 보이는 것 같다.

진화론자들은 진화가 적자생존 또는 우연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주장한다. 플라톤은 <법률>에서 개인 지배 형태에서 시간의 경과와 우연적 사건에 의해 입법의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여러 체제가 나타났다고 주장한다. 이런 관점에서 플라톤은 정체의 형성과 기원이 진화론적(?)으로 설명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닐수도 있다.)


'그러니까 시간이 경과하면서, 우리 인류도 증가하게 되었고, 모든 것이 현재의 모든 상태에 이르게 된 게 아닐까요?'(678b)


'제가 말하려 했던 것은 인간들 중에서는 어느 누구도 결코 어떤 입법도 하지 않거니와 우연(tykhe)들과 온갖 방식으로 일어나는 온갖 종류의 사건들이 우리에게 모든 것을 입법해 준다는 것입니다.'(709a)


3. 플라톤의 형이상학적 접근과 은(殷)나라


플라톤은 <법률>에 의한 지배를 이야기하면서, 법률이 '신(神)'에 부합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플라톤의 주장을 보면서 신권 통치를 행하던 은(殷)나라가 연상이 되며, 보다 실증적인 학문을 추구했던 아리스토텔레스는 인문 통치를 행하던 중국 주(周)나라와 연결되는 것 같다. (시기적으로는 약 500년 정도 차이나겠지만)


'신이 모든 것을, 그리고 신과 더불어 우연과 시의(時宜, 기회 kairos)가 일체의 인간사를 조종한다는 것입니다.'(709a)


은(殷)나라는 갑골문을 사용하고, 점괘(占卦)를 통해 신의 뜻에 따라 지배되던 국가였다. 그리고, 출토되는 많은 제기(際器)들이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한다. 

플라톤이 말하는 적도(適度)라는 개념도 사실은 향연(symposion)에서 사용되는 적절한 포도주와 물의 혼합비율을 의미하는 것을 보면 관계가 아예 없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반면, 아리스토텔레스가 살던 헬레니즘 시대는 도시국가에서 벗어나 Cosmopolitan시대였고, 동서 문명이 교류되는 시기였기 때문에 플라톤의 시대와는 많이 달랐으리라. 그러한 관점에서 봤을 때 새로이 인문혁명이 발생한 주(周)나라 문명이 생각나게 된다.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고 그냥 그렇다는 것이다...)


<법률>은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중들에게 덜 알려진 작품이지만, 플라톤의 사상을 종합한 작품이기에, 일독(一讀)을 권한다. (유익하다는 점 이외에 나만 재미없는 것을 읽기에는 다소 억울하다는 점도 권하는 이유 중 하나다. ...ㅜㅜ) 


'따라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추구하는 사람들도 즐거우면 되는 음악(mousa)이 아니라, 옳은 것인 음악을 추구해야만 할 것 같습니다.'(688b)


플라톤은 노래 뿐만 아니라, <법률>에서 이러한 그의 사상을 정말 충실하게 반영했다. 다만, 그것이 옳은 것인지의 판단은 다음으로 미루고.


PS. 이제,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으로 갈 차례인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