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의 법률 헬라스 고전 출판 기획 시리즈 5
플라톤 지음, 박종현 역주 / 서광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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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의 <법률>은 아테네인(플라톤으로 추정되는)과 크레테인 클레이니아스, 라케다이몬(스파르타)인 메길로스간 이루어진 대화편이다. <법률>은 분량면에서 최대의 작품이면서, 죽기 전까지 손보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송나라 주희(朱喜)가 죽기 7일전까지 손을 보던 작품이 <대학(大學)>이라고 하니, <법률>을 서양의 <대학(大學)>이라 한다면 무리가 있을까.


<법률>은 <국가>에서 제시한 이상적인 정체의 모습을 보다 구체적으로 그려낸다. <국가>에서 제시한 이상적인 국가가 플라톤의 이데아(Idea)라면, <법률>을 통해서 제시된 국가와 정체는 이데아와 현실의 '적도(適度, to metrion)'라고 할 수 있다.


전체 12권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1권에서 4권까지 법률의 전문(前文)에 해당하는 기본틀을 제시하고 있으며, 5권에서부터 12권까지는 구체적인 법률의 본문(本文)의 내용이 기술되어 있다. '법률'이라고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로마법'같은 모습보다는 플라톤의 이념을 현실적으로 규정한 것에 더 가깝기 때문에 체계적이기보다는 자의적인 성격이 강하다. 

 예를 들면, <법률>에서 폴리스의 적정인구수는 5,040명(737e)이라고 규정한다. 5,040명의 의미는 1부터 7까지 수를 연속해서 곱했을 때 도출되는 수(數)이며, 조직 구분 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적정한 폴리스의 인구수로 산정되었다고 한다.(p374 주석) 


이처럼, 5권에서 12권까지의 내용은 상당히 구체적이면서 현재의 상황과 맞지 않기 때문에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읽을 때 와닿지 않는 부분이 많다. 마치, <구약성경>의 '신명기'에 나오는 고대 이스라엘 법률 내용을 읽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는다. 그래서, 관심있는 사람들은 주제별로 찾아서 읽어도 충분할 것으로 생각된다.


 <법률>의 큰 흐름은 4권까지의 내용으로 전체적인 흐름 파악이 가능한 것 같다. 그중에서도 1권은 전체를 포괄하는 내용이기에, 제1권으로 <법률>의 전체적인 윤곽을 잡고, 별도의 리뷰를 통해 2권부터 4권까지의 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제1권 법률의 제정 목적/덕목/교육의 목적/ 일반법과 치술


법률의 제정 목적


크레타의 법은 전쟁을 위해 입법된 것으로 나라가 훌륭하게 다스려진다는 것은 약한 다른 나라들을 이기기위한 목적이이며, 라케다이몬의 법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 병영(兵營)국가는 전쟁에서는 승리를 위한 제도가 '최선의 법제'로 여겨진다.


'이것들 모두(공동식사, 체력단련, 무기를 갖춤)를 우리로서는 전쟁에 대비해서 준비하게 되었거니와, 입법자도 제가 보기에는 이에 주목하고서 어쨌든 그 모두를 제도화 한 것 같습니다.'(625e)


'선생께서 훌륭하게 다스려지는 나라의 정의로 택하신 것은 전쟁에서 다른 나라들을 이기도록 그렇게 조직되어 다스려지는 것이어야만 한다고 선생께서는 말씀하시고 있는 것으로 제게는 생각되기 때문입니다.'(626c)


이에 대해, 아테네인(플라톤)은 최선의 것은 평화와 우의를  추구하는 것이며, 전쟁을 위해서 입법(入法)할 것이 아니라, 평화를 위해 입법해야 함을 주장한다.


'모든 입법자는 최선의 것을 위해서 일체의 법규들을 정하지 않겠습니까? .. 그렇지만, 최선의 것은 전쟁도 내란도 아니고, 이것들이 불가피한 상황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니, 서로 간의 평화와 함께 '우의'가 최선의 것입니다.'(628d)


법률의 덕목


그리고, 그러한 법률(法律)에는 용기, 올바름, 절제, 정의가 조화가 되어야 하며, 좋은 것을 추구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며, 좋은 것에는 인간적인(세속적인) 것과 신적인 것을 구분하여 제시한다.


'용기 그 자체 하나보다는 용기와 함께 올바름과 절제 그리고 지혜가 동일한 것에 합쳐지는 것이 더 나은 것과 거의 같을 정도이죠.'(630b)


'좋은 것에도 두 부류가 있으니, 한 부류의 것들은 인간적인(세속적인) 것들이나, 다른 부류는 신적인 것들입니다... 더 작은 것들 중에는 건강이 앞장서고, 준수함은 둘째이며, 셋째 것은 달리기나 그 밖의 모든 신체적 운동에서의 힘참이지만, 넷째는 부(富)인데... 신적인 좋은 것들 중에서도 제일 앞장서는 것은 물론 지혜이지만, 둘째는 지성을 동반한 절도 있는(절제하는) 혼의 상태요, 이들 둘이 용기와 함께 혼화(混和)됨으로써, 셋째 것인 올바름(정의)이 있게 될 것이나, 넷쨰 것이 용기입니다.'(631c)


또한 아테네인은 금욕적인 스파르타의 법률에 대해 비판한다. 스파르타에서는 어리석음을 제거하기 위해, 일체의 쾌락을 제거했지만(637a), 이러한 태도보다 '쾌락'을 이기기 위해 '쾌락'을 경험하는 것이 필요하다.(635d). 이러한 이유로 고통의 제거보다 고통을 이겨내는 것이 필요하며, 법률은 개인적, 국가적으로 즐거움과 고통의 문제를 다루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법률에 관해 두루 살피려는 사람들의 고찰은 거의 전부가 나라들에 있어서의 그리고 개인적인 인격(성격)들에 있어서의 즐거움(쾌락)들과 괴로움(고통)들에 관련된 것입니다.'(636d)


교육의 목적


갑작스럽게, 교육에 관한 논의가 시작된다. 교육에 대해서는 세 사람의 견해가 대체적으로 일치하고 있다. 이들이 정의한 교육은 완벽한 시민을 육성하기 위한 과정으로 올바르게 다스리고, 다스림을 받을 줄 아는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다.


'훌륭하게 교육을 받음으로써 훌륭한 사람들로 될 것이며, 그런 사람들로 됨으로써 다른 일에 있어서도 훌륭하게 처신하며, 더 나아가서는 전쟁을 하게 되어서도 적들한테 승리할 것이라는 말씀입니다.'(641b)


'교육의 요지를 우리는 바른 양육이라 말하는데, 이는 놀이를 하고 있는 아이의 혼을, 그가 어른이 되었을 때 할 일의 훌륭한 상태에 있어서 완벽함을 요구하게 될, 그것에 대한 사랑으로 최대한 이끌어 줄 것입니다.(643d).. 아이 적부터 (사람으로서의 ) 훌륭함(arete)과 관련된 교육, 곧 올바르게 다스릴 줄도 그리고 다스림을 받을 줄도 아는 완벽한 시민으로 되는 것에 대한 욕구와 사랑을 갖는 자로 만드는 교육에 대한 것인 것 같으니까요.'(643d)


일반법(koinos nomos)과 치술(治術 : politike)


이상의 논의를 통해, 훌륭함과 나쁨, 대담함과 두려워 함들의 성향과 습성을 알고 이를 다스리는 기술이 바로 치술이라는 결론을 이끌어 낸다.


'우리 안에는 이런 감정들이 있어서, 힘줄들이나 어떤 끈들처럼, 우리를 당기기도 하고, 서로 대립되는 것들로서 대립되는 행위들로 서로 끌어당기기도 하는데, 바로 여기에서 (사람으로서의) 훌륭함(arete)과 나쁨(kakia)이 갈라져 자리잡게 된다는 걸 말씀입니다.(644e). 한데, 이 헤아림(logismos)의 인도는 황금과도 같고 성스러운 것이어서, 나라의 일반법(koinos nomos)이라 불리는 것입니다.(645a)


'그러면 이 점을 상기하십시다. 즉 우리의 혼들 안에 있는 두 가지 것들을 보살펴야만 한다고, 곧 한편으로는 우리가 최대한 대담해지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그와 반대로 우리가 최대한 두려워하게 되도록 해야만 한다고 우리가 말했다는 걸 말씀입니다.'(649b)


'그러니까 이것은 즉 혼들의 성향(physis)들과 습성(hexis)들을 안다는 것은, 이것들을 보살피는 것이 그 일인 그 기술에는 가장 유용한 것들 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한데, 이걸 아마도 우리는 치술(治術 : politike)이라고 말할 것이라 저는 생각합니다.'(650b)


이전 대화편에서는 플라톤의 사상에서 이데아(Idea)가 강조되었다면, <법률>에서는 특히 적도(適度, metrion)가 강조된다. '좋음'의 이데아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일종의 필요악인 '고통'이 필요하고 이러한 고통을 통한 단련이 역설적으로 '좋음'을 실현시킨다는 것이다. <법률>에서는 이처럼 Idea 실현을 위한 방법으로서의 '적도'개념이 제시되며, 제1권에서 상세하게 이 관계가 다루어지고 있다. 


제2권에서는 교육의 목적과 내용에 대해서, 제3권에서는 나라 정체에 대해서, 4권에서는 그 외 법률의 나머지 전문(前文)을 다루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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