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전집 5 - 테아이테토스 / 필레보스 / 티마이오스 / 크리티아스 / 파르메니데스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플라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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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istence", according to this theory, can only be asserted of descriptions. We can say " The author of Waverley exists." but to say "Scott exists" is bad grammer, or rather bad syntax. This clears up two millennia of muddle-headedness about "existence," beginning with Plato's Theaetetus."

 

  Bertrand Russell, <History of Western Philosophy>

 

러셀이 플라톤의 <테아이테투스> 이래 2천년 동안 서양철학에  제기되었던 '존재론'을 '기술 이론'을 통해 해결했다고 선언한 문장이다.

기술이론의 개략적인 내용은 '고유 명사(Scott)가 존재한다.'는 말은 성립하지 않으나, 'Waverley의 저자는 존재한다.'는 말은 성립한다는 것이다. 명사를 정의하는 것은 개별 기술(description)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때문에, 여러 성격이 복합적으로 구성된 고유명사는 정의하는 것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러셀의 <서양철학사> 마지막 30장에 할애해서 논리를 편다. 

러셀의 기술이론에 대해서는 다음에 보도록 하고, 서양 철학 존재론의 시작이 된 <테아이테투스>를 살펴보자.

 

1. 지식이란 무엇인가?(151d) - 지식은 감각적 지각이다

 

가. 지식은 감각적 지각(151e) : 프로타고라스 - 인간은 만물의 척도이다.
1) 존재한다고 하는 모든 것은 운동과 변화와 혼합의 결과물(152d)이라고 주장하는 자들은 프로타고라스, 헤라클레이토스, 엠페도클레스 등이다.
2) 존재하는 것과 생성은 운동의 산물이고, 존재하지 않음과 소멸은 가만있음의 산물이다.(153a)
3) 자체로 하나(一者)인 것은 아무것도 없고 사물은 언제나 어떤 관계 속에서 생성되며, '존재한다'는 표현은 배제되어야 한다.(157b)

 

나. 소크라테스의 반론(164a ~ 164b)
1) 지각(본다, 듣는다) 또는 지각과 지식이 같다고 가정하자.
2) 그럴 경우, 자기가 본 것에 대해 지식을 습득한 사람이 눈을 감는다면, '그는 보지 못하고' 때문에 '알지 못하게 된다.'

 

다. 프로타고라스의 반론
1) 과거에 경험했지만 더는 경험하고 있지 않은 것에 대한 현재의 기억이 그때의 경험과 같은 성질의 것이라고 인정하리라 생각하는가?(166b)
2)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변화하는 것이며(167a), 존재하지 않는 것들을 생각하거나 자기가 느끼는 것들과 다른 것들을 생각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167a)

 

라. 인간은 만물의 척도라는 이론에 대한 소크라테스의 반론
1) 프로타고라스에 따르면, 한 국가가 정의롭다고 여기고 어떤 법을 제정하든 그 법이 효력이 있는 한에서는 그 법을 제정한 국가에는 정의롭다. 그러나, 때로는 '유익하'지 않게 된다.(177d)
2) 우리가 유익하다고 여기고 법을 제정하는 것은 '미래'에 유익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178a)
3) 그렇다면, 우리는 미래에 일어날 일들에 대한 판단 기준도 자신안에 가지고 있으며, 일어나리라고 여기는 것들이 생각한대로 일어나는가?(178c)
4) 모두의 판단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 지식이 없는 사람은 척도가 되어야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179b)

 

마. 만물은 변한다는 사람들의 주장
1) 변화는 달라짐과 운동, 두 종류의 변화다.(181a)
2) 만일, 만물이 움직이기만 하고, 달라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어떤 성질을 띄고 있는지 말할 수 있지만(182c), 달라진다면 우리는 어떤 것의 이름을 정확하게 사용했다고 자신할 수 없다.(182d)
3) 만일, 만물이 변화한다면, '이렇다'라는 표현을 사용할 경우 변화를 멈추게 하고, '이렇지 않다'라는 표현을 사용할 경우도 마찬가지다.(183b)
4) 따라서, 이론에 맞는 표현은 '어느 쪽도 아니다.'라는 표현밖에는 사용할 수 없다.(183c)

 

바. 우주는 정지해 있다는 사람들의 주장 : 파르메니데스
1) 혼은 모든 것에 공통된 것을 스스로를 통해 고찰하며, 존재는 혼이 스스로를 통해 파악하려는 사물들의 부류에 속한다.(186a)
2) 모든 경험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지각할 수 있지만, 성찰은 교육을 통해 어렵게 얻어지게 되며(186c), 이에 따라 지식은 경험에 대한 추론 속에 있게 된다.(186d)
3) 따라서, 지식과 지각은 다르다.
-> 지식은 감각적 지각이라는 논리 붕괴

 

2. 지식이란 무엇인가?(151d) - 지식은 참된 판단이다

 

가. 거짓된 판단은 생각과 지식의 혼동
1) 봤거나 들었던 것들은 기억하고 싶으면 밀랍 덩어리에 각인한다고 가정할 때,(151d) 다음과 같은 경우 거짓된 판단, 판단착오를 하게 된다.
2) 판단착오의 2가지 경우 : 거짓된 판단은 지각과 생각의 결합 속에서 발생함
가) A, B를 모두 알고 있으나, 한 사람만 지각할 경우 다른 사람에 대한 지식이 지각과 일치되지 않을 때(193d)
나) A, B를 모두 보거나 지각하지만, 각인된 표지가 지각과 일치하지 않을 때(194a)
3) 거짓된 판단은 생각만 할 때에도 발생할 수 있다.(196a)
->  거짓된 판단은 생각과 지식의 혼동이라는 논리 붕괴

 

나. 안다는 것=지식을 갖고 있는 것=지식의 소유(197a)
1) 갖고 있는 것과 소유하는 것의 차이(197b)
가) 어떤 사람이 외투를 사서 차지하고 있지만 입고 있지 않다면,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소유하는 것이다.
나) 지식들을 오래전부터 소유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다시 배울 수 있다. : 사냥의 비유(198d)
다) 다시 배울 때 엉뚱한 지식을 잡는다면 거짓된 판단을 하는 것이고, 붙잡으려던 지식을 붙잡을 때 실수하지 않고 참된 판단을 한다(199b)
2) 무지를 붙잡은 사람의 경우 거짓된 판단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자신이 참된 판단을 한다고 생각한다.
->  지식의 본성을 파악하기 전에는 거짓된 판단을 아는 것이 불가능하다(200d) , 지식은 참된 판단이라는 논리 전개가 불가능

 

3. 지식이란 무엇인가?(151d) - 지식은 설명이 수반된 참된 판단이다

가. 설명이란 본질적으로 이름들의 함께 엮임이다.(202b)


나. 지식은 설명이 수반된 올바른 판단의 세 가지 의미(208c)
1) 소리에 의한 생각의 모상(模像) : 논박
2) 요소들을 통해 전체에 접근하는 방법 : 논박
3) 대상을 다른 것들과 구분짓는 특징
가) 지식은 차별성을 통해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209d)

 

4. 지식이란 무엇인가?(151d) - 지식은 설명이 수반된 참된 판단이 아니다.

가. 특징이 각인되거나 저장되지 않은 경우에는 판단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209c)
나. 올바른 판단에 설명을 붙인다는 것은 무의미하다.(209d)
다. 우리가 이미 올바르게 판단하고 있는데, 다른 것들과 어떻게 차이나는지 올바른 의견을 붙이라는 요구에 불과하다.(209d) -> 지식에 대한 정의 실패

 

러셀의 기술이론은 아마도 우리가 올바르게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 사실은 설명에 불과하다는 것에 대한 것으로 "올바른 판단에 설명을 붙인다는 것은 무의미하다.(209d)" 논의에 대한 대답이 아닐까 생각한다. 모든 것이 기술(description)로서만 존재하기 때문에, 올바른 판단(또는 일자)의 존재 자체가 불가능하며, 새로운 설명등을 추가하여 하나의 존재를 보다 뚜렷하게 나타낸다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마지막으로, <테아이테토스>, <소피스트>, <정치가> 는 2일간 이루어진 논쟁 3부작이다. 바로 <테아이테토스>에서 프로타고라스의 가상의 논박을 바탕으로, 뒤의 논쟁을 암시한다. 마치 <Star Wars Series>예고편을 연상케 했다면 조금 과장일까.

 

"나는 또한 지혜롭고 훌륭한 정치가들도 자신들의 국가에서 정의가 무엇인가에 대한 불건전한 견해를 건전한 견해로 대치할 수 있다고 주장하오.(167c)" : <정치가>에서 논박

 

"같은 논리에 따라 제자들을 이런 방법으로 교육할 수 있는 소피스트 역시 지혜로우며 교육과정을 마친 제자들에게서 고액의 보수를 받을 자격이 있는 것이라오.(167d)" : <소피스트>에서 논박

 

<테아이테토스>를 읽고 나니 플라톤의 초/중기 대화편에 비해 갑자기 논의의 깊이가 깊어진 느낌이다. <소피스트>, <정치가> 이전에 먼저 읽어보는 것이 더 좋을 듯 하다.

이전 대화편들보다 더 치밀해진 논리 전개가 철학적 깊이를 더하며, 다른 대화편들과의 내용적 연계성 등을 고려했을 때, 비록 논리를 자세히 살펴보면 분명 반박할 내용이 보이지만, 생각하며 읽기에 매력적인 대화편임에 틀림이 없는 것 같다.

 

PS. 작품을 읽다보면 소크라테스/플라톤의 파르메니데스 지지 성명이 나온다. 이러한 지식 계보를 통해 플라톤의 사상을 큰 틀에 놓고 내용을 유추해 보는 것도 작품의 거시적 이해에 도움이 될 것 같다.

나는 특히 한 분을 누구보다 존경합니다. 파르메니데스 말이오.(183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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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젠의 후예 2016-07-15 22: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대단한 독량 입니다!ㅎ

겨울호랑이 2016-07-15 22:51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카이젠의 후예님 과분한 칭찬입니다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격려에 감사합니다. 행복한 주말 되세요^^

카이젠의 후예 2016-07-15 22: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정말 어려운 책이잖습니까? 가볍지 않은 ~~ ^^ 항상 독서에 습관을 들이지 아니하면,힘든 부분 이라서요. 항상 행복하시길 바랄께요~!

겨울호랑이 2016-07-15 22:58   좋아요 1 | URL
ㅜㅜ 네 좀 고생했습니다.
내공이 달려서요. 격려에 감사드립니다. 카이젠의 후예님도 행복 가득하세요^^ 어려움을 공감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ㅋ

카이젠의 후예 2016-07-15 23: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네~저두 이시간이 고요한 시간 인지라, 글 읽기가 참 좋아요. 글을 읽음으로서, 삶이 행복해지는게 저의 의지이자 목표 입니다~

겨울호랑이 2016-07-15 23:05   좋아요 1 | URL
멋지십니다^^ 이미 이루고 계신것 같아요. 꾸준히 책과 함께 행복한 삶 가꾸시길 응원합니다^^

카이젠의 후예 2016-07-15 23: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네~~ 저와 생각을 공유할수 있어서 넘 좋습니다~

겨울호랑이 2016-07-16 09:03   좋아요 1 | URL
비가 많이 오지만 책과 함께 행복한 주말 되세요^^

2016-07-16 1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겨울호랑이 2016-07-16 10:26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김영성님 누군가는 알면서 실천 못하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만, 이론적으로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은 다른 거 같아요.. 지속적인 자극을 통해 체화시켜야 하는데 어렵네요^^ 김영성님께서 알려주신 좋은 책으로 한걸음 나가보려 합니다.
비가 많이 오지만 행복한 하루 되세요^^
저도 김영성님 덕분에 읽은 책 내용을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닌 현실과 접목시킬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