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생명의 문 - 요한복음 묵상
안셀름 그륀 지음, 김선태 옮김 / 분도출판사 / 2004년 6월
평점 :
품절


나는 2002년 5월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때 나는 어떤 스님에게서, 자신은 요한 복음을 매우 좋아하며, 이 복음이 자신이 추구하는 도(道)와 잘 일치한다는 말을 들었다.... 나는 선(禪)을 추구하거나 또 다른 형태로 명상의 길에 들어서려는 서려는 사람들을 알고 있다. 그들은 요한 복음을 영성의 보화가 풍부하게 담겨 있는 책으로 여긴다..... 나는 모든 그리스도인과 모든 비그리스도인을 고려하여, 요한복음을 그리스도교의 신비와 그리스도교 밖의 신비와 연관되어 있는 신비의 복음으로 해석하고 싶다.... - 안셀름 그륀-

책 입문(入門)에 있는 저자의 말이다. 이 책의 성격을 잘 나타내주는 서문이라 생각한다. 요한복음은 AD100년경 씌여진 것으로 추정되는, 공관복음(마태오, 마르코, 루가복음)보다 후대에 작성된 복음이다. 공관복음과는 달리 모든 일련의 사건들이 의미를 가지도록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고, 모든 복음의 소품들이 상징적으로 표현되고 있으며, 전체적으로도 유기적으로 짜여진 '신비의 작품'이다. 요한복음이 공관복음과 특히 차별화된 것은 '상징'이라 생각된다.

요한 복음은 상징으로 이루어져있다.
이러한 상징은 요한 복음에서 자주 이용되는 3과 7의 숫자를 통해서도 나타난다. (p22) 3은 성삼위 하느님을 상징하고(삼위일체설이 확립된 것은 이보다 후대인 니케아 공의회일이지만, 저자는 그렇게 해석한다), 7은 신적 생명을 통한 인간의 영광스러운 변화를 의미한다. 불완전 숫자인 6과 완전한 숫자 7사이의 긴장은 가나혼인잔치의 여섯 물동이와 사마리아 여인이 남편으로 삼았던 여섯 남자들로 나타난다. 이 여인에게 일곱번째 남자인 예수께서 나타나 완성된 사랑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요한은 상징의 언어를 노련하게 다룬다.
사마리아 여인과의 대화(요한복음 4:1 ~ 26)에서 여섯 남자는 이집트, 아시리아, 바빌론, 페르시아, 그리스, 로마 등 이스라엘을 지배했던 6개 민족을 상징한다고도 하며, 돈, 권력, 성욕, 명예 등 우상을 의미 한다고도 한다. 저자는 같은 부분을 남자와 여자의 불완전한 관계(p84)로 해석한다. 이처럼 중의적 의미를 가지는 것이 다양한 종교를 가진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라 생각된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요한복음>을 기독교 시각에서만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자가 가톨릭 신부임에도, 개신교 신학자인 불트만의 견해가 책 전반에 소개되고, 유대교와 불교, 힌두교 그리고 그리스 신화와 영지주의(Gnosis)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관점에서 요한 복음을 바라본다.

말씀이 사람이 되셨다는 진술에서 찬미가는 절정에 이른다.(로고스 찬미가) 주석가들은 로고스의 단어가 필로Philo에게서 유래했는가라는 물음에 대해 연구했다. 이 머리말은 필로와 유사점이 분명 있지만, 유다 지혜문학과 더 많은 유사점을 지니고 있다.(p39)

초대교회는 바로 예수 안에서 탈혼과 무아경, 영광스러운 변화 등에 대한 디오니소스적 갈망이 실현되는 것으로 보았다.... 예수께서는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Nietzshe)가 한 때 생각했던 것처럼 디오니소스와 반대되는 인물이 아니라, 오히려 디오니소스를 완성하신다. (p62)

'발'은 또한 우리의 가장 나약한 면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리스인들은 아킬레스의 발꿈치-인간의 약점-에 관해 이야기한다. 영지주의자들은 발꿈치가 악마에게 점령되어 충동, 특히 성욕에 사로잡힌 것으로 생각했다. 또다른 종족인 인디언들은 정신과 육신이 교차되는 부분을 발로 생각했다.(p167)

종교가 다른 이들에게 기독교의 성경은 선뜻 다가가기 어려운 책일 것이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기독교 서적이 기독교인을 위해 씌여진 점때문에 그러할 것이다. 이 책은 불과 200페이지 정도의 얇은 책이지만, 보다 폭넓은 시각에서 <요한복음>을 바라본다는 점에서 기존의 책들과는 차별화되는 요소가 있다.

<요한복음>을 기독교인들은 보다 보편성과 다양한 해석을 통해 폭넓게 보여주고, 다른 종교를 믿는 이들에게는 자신의 틀에서 인간과 삶의 의미를 찾게 해주는 명상집이라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