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폰네소스 전쟁사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투퀴디데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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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용감한 전사인 것은, 명예심과 자제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고 용기는 명예심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며, 우리가 현명한 조언자인 것은, 우리가 법을 무시할 만큼 너무 많이 배우지 않았고 법에 복종하지 않기에는 자제력 훈련을 너무 엄격히 받았기 때문이오.(제1권 84(3)) - 스파르테왕 아르키다모스 -

˝우리는 혹독한 훈련에 의해서가 아니라 편안한 마음으로, 강요에 따른 용기보다는 타고난 용기로 자발적으로 위기에 맞서는데, 거기에는 몇 가지 이점이 있습니다. 말하자면 나중에 당할 고통을 미리 당하지 않아도 되고, 또 막상 고통이 닥치면 우리도 늘 혹독한 훈련을 하는 자들 못지 않게 용감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것입니다.(제2권 39(4)) - 아테나이 페리클레스 -

같은 헬라스인이라는 것외에는 모든 것이 대조적인 두 국가가 부딪힌다.
페르시아 전쟁 이후 막강한 해양력을 바탕으로 제국을 건설한 이오네스족의 아테나이. 아테나이의 지속적인 제국주의적 팽창에 두려움을 느낀 펠로폰네소스 반도의 도리에이스 족의 스파르테.

아테나이 사람인 투퀴티데스는 아테나이의 성장을 시기한 스파르테의 질투로 벌어진 전쟁이라고 하지만, 전쟁의 승기를 잡기 위해 페르시아의 손까지 빌린 스파르테의 입장에서는 처절한 생존싸움일 수도 있다. 마치, 고구려-백제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 `당`을 끌어들인 신라처럼.

중무장보병 중심의 스파르테는 막강한 육군력을 바탕으로 아테나이 근처까지 진격하여 근처를 초토화시키지만, 아테나이 시민들은 성벽 아래로 피신하여, 경제력과 해군력을 바탕으로 전쟁을 장기전으로 끌고 간다. 아무래도 서로의 장점과 단점이 명확하니, 결정적인 승부는 나지 않는다. 마치, 세기적인 권투시합이라고 했던 `파퀴아오와 메이웨더`의 권투 시합같은 양상이었을 것이다. (재미없었다). 또는, 약 2세기 후에 지중해 패권을 둘러싼 로마와 카르타고 전쟁인 1차 포에니 전쟁과도 비슷했을 것이다.

이러한 고착된 전황을 타개한 것은 아테나이의 `시켈리아 원정 실패`라는 자충수였다. 이후 급격하게 델로스 동맹은 무너져갔고, 아테나이는 전쟁의 주도권을 상실하고 만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는 BC 411년, 전쟁 21년 차에 아테나이의 해전승리를 마지막으로 기록이 중단된다.

모든 전쟁은 참혹하지만, 내전은 후유증이 크다. 페르시아 전쟁의 승리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벌어진 내전 결과, 헬라스는 이후 마케도니아, 로마시대를 거치면서 점차 서구역사의 중심에서 변방으로 사라지게 된다.

˝이처럼 내란 때문에 헬라스 세계 전체가 도덕적으로 타락했으며, 고상한 성품의 특징인 순박함은 조롱거리가 되어 자취를 감추었다. 세상은 이념적으로 적대하는 두 진영으로 나뉘었고, 두 진영이 불신하는 것이 유행이 되었다.˝(제3권, 83(1))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통해 역사를 진행하는 주체로서 `인간`을 볼 수 있었다. 간혹 신탁을 청하는 내용이 나오지만, 큰 흐름을 좌우하지 않는다. 인간이 주체적으로 수행한 전쟁기록. 이러한 기록이 보다 생생하게 우리에게 다가오는 이유일 것이다.

˝이런 수모를 당한 것은 우리 힘이 달려서도 아니고, 더 강력해져 오만했졌기 때문도 아니며, 당시 상황을 우리가 오판했기 때문인데, 이런 실수는 누구나 저지를 수 있습니다. (제4권 18(1))˝

아테나이가 쇠퇴한 원인 중 하나인 `역병`에 대해서도, 투퀴티데스는 피해만을 언급한다. 호메로스가 <일리아스>에서 `아킬레우스의 분노`로 역병이 돌았다는 문학적 서술과는 차이를 보인다.

한편으로,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는 플라톤의 대화편 같은 느낌도 준다. 내용의 상당 부분이 연설문이며, 이 속에는 철학적 내용과 격언들이 담겨 있고, 실제로 ˝플라톤 전집˝ 중 <알키비아데스1,2>, <라케스> 등 대화편의 화자들이 나오기에 읽다보면, 플라톤의 대화편을 읽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알키비아데스는 여기에서도 주인공이다.)

신화의 명암을 빼고 인간의 색채로 역사를 서술한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읽으면서, 투퀴티데스가 우리에게 주는 조언이라고 생각하는 두 구절이 있다.

˝대부분의 동맹국은 고향을 떠나 전역에 종사하기가 싫어서 배정된 함선을 대주는 대신 그에 상응하는 액수의 돈을 부담했고, 그래서 동맹국들이 부담하는 비용으로 아테나이의 해군은 증강된 반면 동맹국들 자신은 동맹에서 이탈했을 때 준비 되지 않고 실전 경험이 없는 상태로 전쟁을 시작했기 때문이다.(제1권 99)˝

˝왜냐하면 우리가 우리끼리 전쟁을 하며 그들에게 도움을 청한다면(그들은 청하지 않아도 원정군을 파견하는 자들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우리의 비용으로 우리끼리 해코지함으로써 그들의 제국을 위해 길을 연다면, 십중팔구 그들은 우리가 지쳤다 싶었을 때 어느 날 대군을 이끌고 와서 시켈리아 전체를 자신들의 지배 아래 두려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제4권, 60(1))

자주국방보다 미국 군수산업 자본들에게 혈세를 갖다 바치는데 여념이 없는 이들과 주한미군 철수를 너무 우려하는 이들에게 <펠레폰네소스 전쟁사>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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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6-09 18: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그러고 보니 책의 분야가 전방위적이네요..^^..

겨울호랑이 2016-06-09 18:06   좋아요 2 | URL
안녕하세요? yureka01님 읽다보니 여러 분야가 나오네요^^; 앞 부분에서는 친절하게도 헤로도토스 「역사」리뷰도 해주더라구요

yureka01 2016-06-09 18: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저야 책이 좀 편식하는 편입니다.
산문집.시집, 그리고 사진관련 분야 책.
거의 정해져 있어요.

단, 직업이 건축이라서 관련 관심있는 책정도 될려나 싶습니다 ㅎㅎㅎㅎ

(산문집과 시집의 문학은 사진때문에 보는 편이니..그의 두가지로 압축되겠네요..ㅋㅋㅋ)

역사도 참 재미나는 분야이긴 한데 말이죠 ..ㅋ 잘봤습니다 ㅋ

겨울호랑이 2016-06-09 18:10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좋은 저녁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