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5 - 단종.세조실록, 개정판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5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1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단종시대는 치세가 짧지만 참 가슴아픈 시기다.
군주의 기개는 있었지만, 시대가 기다려 주지 않아 숙부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삶을 마감한 소년왕 단종.

단종 실록을 읽으며, 가슴이 저려오는 것은 왜 일까?
전 시대를 풍미했던 많은 인재들이 단종을 지키기 위해 애쓰다 사라져갔고, 그들의 이름 하나하나를 눈물을 흘리며 새기게 된다. 시대가 다름에도 애잔하게 다가오는 것은 고등학교 국어 시간에 배운 많은 시조의 작자와 배경이 이 시대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이들의 `신념`이 내게 더 가슴 깊이 느껴지기 때문인 듯하다.

사육신, 생육신 뿐 아니라 많은 이들이 정통성을 지키기 위해 처절하게 투쟁을 했다.
현재 우리의 시각으로 보면, `왕조의 정통성`이란 큰 의미가 없을 지 모르지만, 15세기를 살았던 그들에게는 소중한, 어쩌면 `전부` 였을 것이다. 그렇게 자신의 신념을 관철시키 위해 멸문지화(滅門之禍)도 두려워 하지 않았던 조정시대 지식인, 관료들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신념을 행동으로 옮기는 `행동하는 지식인`의 전형을 보게 된다. 이러한 행동하는 지식인의 모습은 후에 임진왜란 , 구한말 의병투쟁, 독립투쟁을 통해서도 발견할 수 있다. 조선시대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인식하는 당파만 앞세워 파벌싸움만 하던 시대가 아니라, 행동을 통해 자신의 신념을 표현하는 `행동하는 지식인의 사회`였음을 사육신, 생육신과 당시 벼슬을 거부한 수많은 선비등을 통해 발견하게 된다.

뒤를 이어 즉위한 세조는 정통성이 부족했기 때문에 강력한 왕권 구축이 필요했다.
반정으로 자리를 차지한 인물인 태종과 세조의 공통점은 자신의 사람을 철저히 챙겼다는데 있다. 정통성이 없기에 자기 주변만 챙기는 세조는 국방에 있어서도 중앙군만 정예화시키고, 지방군을 무력화시키는 정책을 추진하게 되었고, 그 결과 조선의 국방력은 현저하게 약화되었다. 이는 후에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의 참담함을 겪게 된 하나의 원인이 된다. 세조가 이러한 결과를 알고 그렇게 행동하지는 않았겠지만, 권력에 대한 비뚤어진 욕망의 결과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진 못하리라.

단종과 세조의 시대를 보면서 시대의 비극이 주는 아픔과 함께, 조선 지식인들의 신념과 행동, 그리고 권력의 욕망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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