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혁 1 : 19세기의 역사풍경 한길그레이트북스 176
위르겐 오스터함멜 지음, 박종일 옮김 / 한길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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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세기는 인류사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 


 위르겐 오스터함멜은 《대변혁》 시리즈를 통해 의미를 찾아간다. 그에 따르면 이 시기는 자연환경이라는 물리적 조건과 인류의 인지적 격자망, 곧 시간을 재고 공간을 상상하며 세계 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는 방식 자체가 이전 시대와 달리 재조직된 '세계의 변형(Verwandlung)'의 시대였다. 자연환경에 의해 느슨하게만 이어져 있던 연결망은 19세기를 거치며 더 촘촘하고 단단하게 결속되었고, 변화된 구조는 인간 사회의 새로운 위계와 인간-자연의 새로운 작용-반작용 관계를 형성하였다. 규범화된 시간과 위계화된 공간, 인간에 의한 본격적인 응전과 재구성 - 이것이 오스터함멜이 《대변혁1》에서 포착한 19세기의 시대상이다.


 세계는 시계를 가진 민족과 갖지 못한 민족으로 나뉘었다… 시계의 보급 범위는 증기기관보다 훨씬 더 광범위했다. 시계는 일종의 질서화, 규범화란 방식으로 사회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쳤다.  _ 《대변혁1 : 19세기의 역사 풍경》 (위르겐 오스터함멜, p.249) 


 위 인용에서 시간의 단일화와 질서화를 상징적으로 잘 보여주는 물건은 시계다. 표준시간이라는 기준이 개인의 일상에까지 침투하면서, 사물과 인간의 행위는 이전보다 더 쉽게 측정되고 비교되며 관리 가능한 단위로 정리되었다. 이러한 통일된 기준은 노동과 생산을 규율하고 조율하는 기초가 되었으며, 기계제 공업과 교통·통신망의 확장과 결합해 대량생산 체제를 뒷받침했다. 표준화된 시간이 대량생산 체제의 리듬을 뒷받침했다면, 거대해진 공장이 요구하는 막대한 원료와 시장은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조달될 것인가? 바로 이 지점에서 자원을 흡수하고 상품을 쏟아낼 '위계화된 공간'이 나타난다.


 인류의 시야는 더욱 넓어졌다. 오래된 중심은 점차 해체되었고 많은 지역이 어느 순간에 자신이 더 이상 세계의 중심이 아니며 새로 발전하고 있는 더 넓은 공간범주의 변두리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새로운 중심과 좌표가 끊임없이 생겨났다. _ 《대변혁1 : 19세기의 역사 풍경》 (위르겐 오스터함멜, p.326) 


 19세기에 본격적으로 확산된 증기선과 해저 전신 케이블 같은 기술, 그리고 군사적 포함외교가 결합해 벼려낸 지구적 연결망은 수많은 지역과 문명권이 지니고 있던 자기중심적 세계 인식을 흔들었고, 이들을 새롭게 팽창하는 서구 중심의 중심-주변 관계 속에 재배치했다. 이 거대한 공간 범주 안에서 연결망이 촘촘해질수록 다원성은 약화되고, 중심-주변부의 수직적 위계가 ‘제국’의 이름으로 세계를 단순화시켰다.


 그러나 19세기의 변형은 인간이 인간 사회를 조직하는 방식에만 머물지 않았다. 연결망이 촘촘해질수록 질병과 환경의 충격도 더 빠르게 확산되었고, 인류는 자연의 압력에 대해 이전보다 더 조직적인 방식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오스터함멜이 조명하는 이동과 연계의 역동성은, 인류가 거대한 위기와 압력에 맞서 전지구적 규모의 '작용-반작용'을 본격화한 시대였음을 보여준다. 콜레라 등 전염병에 대한 세균학 연구와 통계적 역학 조사를 통한 예방책의 강구, 대규모 상하수도 토목공사 등은 자연의 도전에 대한 선제적 응전이 보다 적극적으로 이루어진 사례였다. 비록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체계적이고 국제적인 대응의 맹아가 나타났다는 점에서, 이는 이전 세기와 다른 양상이었다.


 "세기는 시간의 한 조각이며, 그 의미는 후세가 부여하는 것이다. 기억이 시간을 정리하고 배열한다. 기억은 때로는 시간을 오래된 과거 속으로 밀어넣기도 하고 때로는 시간을 바로 눈앞의 현재로 끌어낸다. 기억은 시간을 늘리기도 하고 압축시키기도 하며 심지어 어떤 때는 없애 버리기도 한다." _ 《대변혁1 : 19세기의 역사 풍경》 (위르겐 오스터함멜, p.196) 


 객관적으로 표준화된 시간과 공간의 질서가 강해질수록, 각 사회는 그 질서 안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과거를 다시 배열하고 역사의 시간을 주관적으로 재구성해야 했다. 이 새로운 시간 질서는 중심부 유럽의 행정·경제·군사적 조율 능력을 강화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유럽은 자신이 제국의 중심임을 주변에 강요했다. 그리고 제국이 주변부로 이식한 전신망, 철도, 법률, 심지어 서구적 정치 언어로 정식화된 민족주의마저 역설적으로 주변부 민족들에게 저항과 독립을 조직하는 무기가 되었다.


 제국과 민족국가를 둘러싼 연결망 안에서의 작용-반작용, 인류와 자연 사이의 도전-응전. 이러한 관계를 통해 19세기는 각자의 역사가 모두의 역사가 되는 동시에, 수많은 주관적 해석으로 점철된 시기가 되었다. 《대변혁1》을 통해 19세기 역사의 배경을 이해했다면, 다음은 우리가 《대변혁2》를 통해 그 내부를 더 상세히 들여다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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