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기술공화국 선언 - 강력한 기술, 흔들리는 가치, 인류의 미래는 어디로 가는가
알렉스 C. 카프 외 지음, 빅데이터닥터 옮김 / 지식노마드 / 2025년 8월
평점 :
우리의 핵심 주장은 다음과 같다. 첨단 인공지능 시대에 들어선 지금, 이 시대는 미국의 지정학적 경쟁자들에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미국의 지위에 도전할 강력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시대에 우리는 기술 산업과 정부가 긴밀히 협력하던 전통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혁신을 추구하는 정신과 국가적 목표의 결합, 그 조합만이 우리의 복지를 증진할 뿐 아니라 민주주의 프로젝트 자체의 정당성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_ 《기술공화국 선언》, 알렉스 카프, p.31
만약 시간이 없어 《기술공화국 선언》을 1분 만에 읽어야 한다면 위 문단만 읽어도 큰 무리가 없다. 이런 미국 우선주의와 기술패권의 언어가 제2기 트럼프 정부의 현실 정치와 맞물려 작동하는 지금, 새삼 길게 비판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오히려 이 책은 비판보다 관찰의 대상으로 읽는 편이 낫다. 그렇다. 이 책은 관찰의 대상으로서 가치를 갖는다. 미국의 기술패권을 강조하는 이들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보여주기 때문이다.
저자 알렉스 카프는 미국 기술 엘리트의 선민의식을 책 전면에 드러낸다. 그리고 이러한 저자의 주장에 대해 미국인이 아닌 독자가 거리감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마치 유대 경전 《토라》를 이방인 블레셋 사람이 읽을 때처럼, 그들의 선민의식과 사명감에는 쉽게 공감하기 어렵다. 놀라울 정도로 앞선 첨단 기술을 말하면서도, 그 정치적 상상력은 오히려 퇴행적으로 느껴진다. 국가 목표에 기술 산업을 종속시키려는 이 주장은, 첨단 기술의 외피를 두른 국가주의적 기술 엘리트주의에 가깝다.
이를 단순히 어리석은 생각이라 치부하기 힘든 것은 그들이 막강한 힘을 가졌기 때문이다. 좋든 싫든 세계는 한동안 이 흐름을 따라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이 책이 필요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ps. 굳이 재독할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