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의 『도덕의 계보』 입문
다니엘 콘웨이 지음, 임건태 옮김 / 서광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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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덕의 계보> 첫 번째 에세이는 니체의 유명한 구분, 즉 '좋음과 나쁨'의 차이에 기반한 귀족 도덕과 '선과 악'의 대립을 이용하는 노예 도덕 사이의 구분을 도입한다.(p30)... 이 야심적인 에세이에서 니체는 책임 개념의 기원과 발전에 대해 대안적 설명을 제시한다. 죄와 부채를 뜻하는 독일어 간의 유사성에 주목함으로써 니체는 현재의 도덕적 책임개념의 기원을 원시적이고, 전(前) 도덕적인 부채 개념으로 추적해 들어간다.(p33)... 마지막 에세이에서 니체는 금욕적 이상이 서구 문명의 발전에 그토록 강력한 영향을 미쳐왔다는 사실이 무엇을 뜻하는지 설명한다... 도덕적 시기의 인간 발전 내내 금욕적 이상의 우세는 고통을 겪는 인간에게 의미를 부여하는 데서 누렸던 독점 탓이었다.  _ <니체의 <도덕의 계보> 입문>, p38


 <니체의 <도덕의 계보> 입문>은 제목 그대로 입문서다. <도덕의 계보>를 가까이에서 또는 멀리에서 볼 수 있는 틀과 핵심 사항을 잘 정리해 독자들이 어려움을 덜고 독서여정을 더 쉽게 나갈 수 있도록 한다. 


 모두 세 개의 에세이로 구성된 니체의 <도덕의 계보>. 니체는 첫 번째 에세이를 통해 '선과 악', '좋음과 나쁨' 사이에 자리한 체계들 간의 오랜 지속적인 투쟁의 역사를 보여준다. 두 번째 에세이에서는 '죄', '양심의 가책'와 관련한 '책임' 문제가 주제다. 채권-채무 관계에서 발생한 신체적 형벌과 잔혹한 각인의 기억은 국가와 종교를 거치며 내면화되어 '양심의 가책'이라는 심리적 '죄'의 문제로 변형된다. 마지막 세 번째 에세이의 주제는 '금욕적 이상'이다. 금욕적 사제들에 의한 자기파괴적 처방이 가져온 폐해를 격정적으로 토로하면서 니체의 그리스도교 도덕에 대한 비판은 금욕적 이상이 보호한 '무에의 의지'를 폭로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절정에 달한다. 


 첫 번째 에세이의 결말은 '로마'와 '유대' 사이에 오랫동안 계속된 투쟁에 관한 '새로운 진리'를 전해준다. 이 부분은 니체와 독자들이 '로마'에 대한 그들의 충성을 역동적이고, 도덕과 무관한 역사 발전 모델에 대한 지지와 화해시켜야 한다는 점을 확인해 준다.(p33)... 두 번째 에세이 결말은 양심의 가책의 미래에 관한 '새로운 진리'를 전해준다. 양심의 가책이 지닌 힘을 자신에게 돌리고, 그럼으로써 우리의 반(反)정서적 사육에 대해 전쟁을 선포하는 일이 가능해도, 우리는 이런 임무의 책임을 떠맡을 만큼 충분히 강하지 못하다.(p37)... 세 번째 에세이에서 니체는 목표 청중들에게 '새로운 진리'를 전해준다. 금욕적 이상에 결코 반대하지 않은 채, 이 '인식하는 자들'은 남아있는 금욕적 이상의 최후 지지자들에 속해 있다. 니체는 그들이 그리스도교 도덕의 자기 파괴에서 최후의 장면을 주도하는 데 그와 함께 하도록 유도한다. _ <니체의 <도덕의 계보> 입문>, p41


 체계들 간의 오랜 투쟁의 역사와 금욕적 사제들에 의해 뒤틀려진 책임-죄의 문제에 대한 칼끝은 최종적으로 그리스도교의 도덕을 겨눈다. 일찍이 <도덕의 계보> 이전 <비극의 탄생>에서 '아폴론'의 '디오니소스'에 대한 승리를 비판했던 니체는, 첫 번째 에세이를 통해 그리스 문명의 계승자 '로마'와 '유대' 사이의 투쟁이라는, 확장된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의 투쟁을 거쳐, 헤브라이즘의 계승자인 그리스도교 비판으로 마지막 세 번째 에세이를 마무리한다. 결국, 니체는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이라는 유럽 문명의 양대 축 모두에 대해 비판을 전후기 사상을 통해 보여준다. 이러한 흐름의 끝이 '신은 죽었다'는 선언을 통과해, 외부의 도덕에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가치 입법자'로서의 인간으로 향한 것은 자연스러운 결론이 아닐까. 이 정도로 <도덕의 계보> 독서의 큰 틀을 잡고, 다음으로 넘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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