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은 비서관들에게 두 가지를 당부했다. "첫째는 동이 트기 전에 끝내야 한다는 것. 출근길 시민들이 계엄군을 만나게 되면 자칫 흥분하고 그러다 유혈사태가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둘째는 동트기 전에 계엄을 해제하되 흠이 잡히면 안 된다는것. 우리 절차가 조금만 잘못되어도 저쪽에서 무효라고 할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절차를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죠." - P10
2024년 12월3일 밤, 국회는 분명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였다. 폭거가 문턱까지 쳐들어왔지만, 끝내 정의를 지켜냈다. 비상계엄 발령부터 해제까지 6시간이 걸렸다. 유례없이 신속하고 빠른 대응이었다. "짧은 순간 가장 최선의 판단을 내렸다. 합이 잘 맞았던 것 같다(조오섭)" "긴박한 순간에 각자가 있어야 할 위치를 지켰다(이시현)" "빠듯했지만 절차적 정당성을 목숨처럼 지키려고 했다(이관후)" 등 저마다 평가가 조금씩 달랐다. - P15
윤석열은 이후 오전 0시32분부터 이진우에게 1~2분 간격으로 연달아 세차례 전화를 걸고, 오전 0시48분 조지호에게 전화를 했다. 내란 특검은 윤석열이 이때 이진우에게 ‘아직도 못 들어갔어? 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 한 명씩 들쳐업고 나오라고 해‘ ‘문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고 지시하고, 조지호에게 ‘국회로 들어가는 국회의원들을 포고령 위반으로 전부 체포해‘라고 지시한 것으로 파악했다. - P19
특검은 수사 과정에서 압수수색 영장에는 뇌물죄를 적용한 적이 몇 차례 있지만, 최종적으로 김건희씨에 대한 뇌물죄적용 여부는 지금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재판 단계에선 더 엄격한 증명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핵심은 김건희씨와 윤석열, 두 사람이 모의했다는 게 인정돼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입증해야만 김건희씨가 공동정범으로서 공범이 된다. 부부 공모를 증명하는 과정에서 중요한건 윤석열의 인지 여부다. - P24
핵잠수함은 더 강력한 핵억지력과 역내 군사적 영향력을 한국에 줄 것이다. 더 큰 역할은 더 큰 책임을 요구한다. 핵잠수함 보유국으로서 한국은 미국의 군사안보적 압력에서 어떻게 자율성을 확보할 것인가? 핵잠수함이라는 ‘선물‘이 미국주도 ‘전략적 유연성‘의 수단이 되지 않게 하려면 어떤 외교적 안전망을 마련할 것인가? 핵잠수함 추진 승인은 이런 질문의 시작이다. - P28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인공지능을 사용했음을 밝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성형 AI 사용을 막을 수도 없고, 막는 게맞을지도 모르겠다. 만약 막을 수 없다면 우리가 지금까지 발전시켜 온,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인용하는 방법을 레퍼런스 삼아 학생들과 다시 합의해야 한다. 결국 생성형 AI 활용을 금지하기보다 가이드라인을 두고 투명하게 사용하도록 안내하는 것이 교육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나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 P33
그렇기에 고운사 사찰림과 같은 자연복원이 가능한 숲은 우리에게 축복이다. 이런 자연을 우리는 지금 "돈이 되는 자연으로 만들자"는 구호로 다시 깎아내리려 하고 있다. 산불의 상처를 치유할 기회가 새로운 개발의 명분이 되는 순간, 이 축복은 되돌릴 수 없는 손실로 바뀐다. - P36
사람들이 말하는 ‘안락사‘란 무엇인가. 생애 말기에 병원(요양원 포함)에서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받지 않고 세상을 떠나고 싶다는 바람, 통증 없이 죽고 싶다는 희망, 병원보다는 집에서 죽는 것이 더낫다는 믿음으로 보인다. 만약 그렇다면, 우리가 우선 주목할 것은 환자가 생애 말기에 어디서든 (집이든 시설이든) 통증없이 죽을 수 있도록 돕는 의료시스템이다. 그리고 연명의료결정제도의 확충이다. - P40
결국, 서양이 성공한 것은 유럽이 가진 지리적 이점과 서유럽인의 독특한 문화 때문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지리적 이점은 우연히 주어진 것이고, 특별한 문화역시 로마시대 교회가 우연히 결정한 가족제도 개혁에서 기원한 것이다. 한마디로 이 모두 우연의 산물이라는 뜻이다. 이제 동양은 지리적으로 불리하지만은 않다.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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