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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 파괴, 접속 1 - 세계 경제와 질병 ㅣ 케임브리지 세계사 15
J. R. 맥닐.케네스 포메란츠 엮음, 류충기 옮김 / 소와당 / 2025년 10월
평점 :
생산을 위한 파괴, 파괴를 위한 생산
인류세에 접어들기까지 몇 가지 큰 변화가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는 1750년 이후 화석연료의 도입과 에너지 사용량의 비약적 증가였다. 인류의 조상은 불과 언어의 사용을 통해 완전한 인간이 될 수 있었다. 농업의 도입은 도시, 문명, 국가 건설의 기반이 되었다. 화석 연료의 도입은 우리에게 근대를 가져다주었다. _ <생산, 파괴, 접속 1>, p108
기원후 1750년부터 현재까지를 다루는 케임브리지 세계사의 제목은 <생산, 파괴, 접속>이다. 독자들은 제목으로부터 직관적으로 산업화로 인한 대량 생산과 이로 인한 대규모 자연 환경의 파괴 그리고 연결되는 세계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며, 책의 주요 내용은 이러한 이미지를 잘 담아낸다. 이런 면에서 1권을 요약할 수 있는 문장은 '생산을 위한 파괴'로 정했다. 미리 앞서가자면, 현대 국제 정치를 주로 다룬 다음 권의 문장은 '파괴를 위한 생산'이 적정한 듯싶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리뷰에서 상세히 살펴보도록 하고 먼저 생산을 위한 파괴를 들여다보자.
1750년부터 2015년 사이, 전체 세계 에너지 사용은 90~100배가 증가했다. 이는 농경의 출현 이후 가장 혁명적인 과정이었다. (p112) ... 풍부하고 값싼 에너지는 인간의 환경영향을 넓혔다. 채굴, 운송, 연소의 명백한 환경영향에도 불구하고, 화석연료는 전례 없이 산업화를 촉진시켰다. 산업경제는 수공업 생산에 필요한 양보다 훨씬 더 많은 원자재를 필요로 했고, 그 대부분은 전 세계에 산재한 플랜테이션 농장에서 생산되었다. _ <생산, 파괴, 접속 1>, p115
<생산, 파괴, 접속 1>에서는 이전 시대 전체를 합친 것보다, 현재 인류를 제외한 다른 생태계 구성원들이 사용하는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는 인류의 역사를 조명한다. 다른 조건이 동등할 경우 집중적인 에너지의 흐름은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사회적, 물리학적 시스템의 뒷받침을 요구했고,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여 과학과 사회제도의 급속한 변화가 뒤따랐다. 빠른 시일 내 대규모 생산, 지원이 가능하도록 변화는 자본집약적으로 일어났고, 도시라는 한정된 공간 내에 제한된 인력을 대체하기 위한 이러한 발전방향은 노동 수요의 감소와 인구의 증가라는 이중의 문제를 낳게 되었다. 늘어난 인구의 부양을 위해 인류는 다시 자본집약적으로 산업을 발전시켜야 했고, 이는 더 많은 에너지의 사용이라는 악순환으로 빠져들고 말았다. 이러한 인구의 밀집은 필연적으로 전염병의 위기를 불러왔으나, 인류는 이 또한 기술과 국제적 공조를 통해 '관리 가능한 변수'로 만들어버렸다.
천연두를 세계적으로 퇴치하려면 대규모 백신 제조 기술도입이 필요했지만, 더 중요한 것은 백신의 냉장 보관 및 운송이 가능한 동결 건조 기술의 등장이었다. 또한 천연두 퇴치에서 기술의 문제 못지않게 중요했던 부분은 바로 당시에 등장했던 국제 정치의 이론과 관행이었다. 무엇보다 질병 통제가 지역 혹은 개별 국가의 과제가 아닌 전 지구적 과제라는 개념이 폭넓게 인정될 필요가 있었다.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거대 사업을 추진할 플랫폼, 즉 세계보건기구(WHO)의 조직과 운영이 필요했다. _ <생산, 파괴, 접속 1>, p438
이처럼 <생산, 파괴, 접속 1>에서는 도시화로 인해 부족한 노동력을 대체하려는 산업화가 가져온 여러 부작용들을 잘 보여준다. 모든 지역에서 산업화가 자본집약적으로 이루어진 것만은 아니었지만, 산업화의 결과로 인해 출산율이 증가하고, 사망률이 감소하면서 생겨난 많은 인구의 부양 문제와 에너지 사용 문제는 현재 진행 중이다. 이러한 생산을 위한 파괴가 1권의 주제라면, 우리는 '무엇을 위한 생산'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질 수 있다. 생산의 결과 우리는 과연 파괴된 것의 가치를 넘어서는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였는가? 이 물음이 중요한 이유는 생산을 위한 파괴가 이미 인류만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친화적인 개는 반려동물로 사랑받지만, 야생의 늑대는 멸종을 걱정해야 하는 현실은 이 질문의 무게를 잘 보여준다. 그리고, 우리는 이에 대한 진지한 답을 위해 남은 3권의 <생산, 파괴, 접속>을 만날 필요가 있다...
1950년부터 1990년 사이, 세계적으로 출산율과 생존율이 폭발적으로 성장해서, 인구 성장률이 매년 1.75퍼센트를 초과했다. 이와 같은 사례는 인류 역사상 전례가 없었고, 다시는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현대의 이와 같은 성장 속도는 인류 역사상 대부분의 시기에 나타났던 성장률에 비해 50배 내지는 200배에 달하는 빠른 성장세였다. _ <생산, 파괴, 접속 1>, p124
인류세는 육지와 바다를 막론하고 모든 생물학적 종의 진화 규칙을 바꾸어 놓았다. 생존과 재생산의 성공을 결정하는 생물학적 접합성은, 인간의 기획과 공존할 수 있는 생물의 역량에 점점 더 크게 좌우되었다. _ <생산, 파괴, 접속 1>, p144
모든 성공적인 혁신은 단위별로 투입되는 생산요소를 줄여서 생산비를 낮추는 것이지만, 그 효과는 생산요소에 따라 다르다. 경우에 따라 모든 요소를 동일한 비율로 축소하거나, 혹은 한 가지 생산요소만 축소하는 경우도 있고, 어떤 생산요소를 줄임으로써 다른 생산요소의 수요가 늘어나기도 한다. 윤작의 경우를 제외하면 농업혁신은 모두 자본집약, 다시 말해 종자, 기계, 비료 등을 추가로 투입하는 방식이었다. - P171
일본이나 중국, 기타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의 산업화는 서유럽보다 한 세기 남짓 늦게 시작되었다. 처음 산업화를 시작했을 때 아시아에서는 지역 범위 안에서 움직이는 노동집약형 경로(labor-intensive path)를 만들어냈다. 여기서는 산업화 과정에서 서유럽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바이오매스에 의존했다... 에너지 절감 기술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 기술 혁신의 방향을 결정하게 되면서, 자본집약형 산업화와 노동집약형 산업화의 전통적 구분은 의미를 잃기 시작했다. - P235
도시화는 광대하고 시끄럽고 무질서한 주택, 지나친 인구 밀집, 쓰레기, 배설물과 함께 쌓이는 산업 폐기물, 원활하지 못한 물 공급을 의미했다. 도시에서는 발진티푸스를 비록하여 수인성 질병이 자주 유행하여 주민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19세기 후반에 이르러 보건당국에서는 상하수도를 보급하고, 청결하고 안전한 공공 주택을 건설했다 - P265
에너지와 역사 사이에는 분명 양면적인 관계가 있다. 에너지 자원과 동력은 역사상 인류의 선택을 제한하며, 생활의 속도를 결정한다. 다른 모든 조건이 동등할 경우, 열역학적 차원에서 사회경제적으로 복잡한 구조의 사회에는 더 집중적인 에너지의 흐름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 P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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