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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에서 왕으로 - 국가, 그리고 야만의 탄생 - 카이에 소바주 2
나카자와 신이치 지음, 김옥희 옮김 / 동아시아 / 2003년 11월
평점 :
카이에 소바주 시리즈의 제2권에서는 '국가'의 탄생을 화제로 삼을 생각이다. 당시 우리 현생인류의 '마음'에서는 모든 사고가 이원성 binary를 토대로 이루어졌으며, 모든 것은 '대칭성'을 실현하도록 세심한 조정이 이루어졌다. 거기에는 아직 '국가'는 없었다. 국가 출현의 계기가 된 것은 대칭성을 파괴하고자 하는 인간의 의식에서 일어난 이런 변화였다. _ <곰에서 왕으로> 머리말 中
카이에 소바주 시리즈의 2권 <곰에서 왕으로>는 '국가'의 탄생과 이로 인해 발생한 대칭성의 문화가 비대칭성의 문명 세계로 변이되었음을 다룬다. 저자는 본문에서 '곰'으로 상징되는 신(神)과 인간과의 연결이 대칭성의 문화였다면, 신적인 권능을 인간 세계로 가져와 영속화시킨 것이 국가 출현 이후 문명의 특징으로 이들을 대조한다. 저자는 본문 전반에 걸쳐 대칭성의 문화와 비대칭성의 문명-야만 문제를 신화(神話)를 통해 서술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의 주제는 '문화 : 문명 = 대칭성 : 비대칭성'이라는 식으로 정리할 수 있을 듯싶다. 개인적으로 여기에 더해 '균형'의 문제를 생각하게 된다.
'문화'는 본래 '자연'과의 대칭적인 관계를 유지할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 것이었는데, 지금은 대칭성의 균형을 상실한 '문명'으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바로 동시에 '문명'과 '야만'의 차이도 의식하게 된 셈입니다. _ <곰에서 왕으로>, p17
문화는 자연과의 대칭 속에서 불균형을 해결하며 '자연스러운 균형'을 찾아갔다. 곰과 인간이 더불어 살며 육체와 정신의 세계를 함께 살아가던 신화의 세계가 바로 그것이다.
곰의 영혼과 육체를 분리시켜 육체는 인간 세계에 선물로 두고 가고, 그 영혼은 동물의 정령이 모여 있는 '마을'로 갈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인간의 역할입니다. 여기에는 아무래도 불균형이 존재하게 됩니다. _ <곰에서 왕으로>, p110
이에 반해 '국가' 탄생 이후의 문명 사회는 '강제된 균형'을 추구한다. 모든 것을 체제 내로 끌어들여 외부(자연)와 단절시키고, 이를 '야만'으로 이름 지어 멀리한다. 오직 내부의 역량만으로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려는 지점. 저자가 지적하듯, '문명'과 '야만'의 이분법적 분리도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것은 대칭성과 비대칭성이면서 동시에 균형과 불균형의 문제이기도 할 것이다.
인간사회의 내부로 들어온 권력을 체현하는 자, 그것은 바로 왕으로 불리는 존재입니다. 왕은 본래 '자연'의 것이었던 힘의 원천을 인간인 자신의 수중으로 끌어들여, 사회가 존재하는 한 계속 군림하고자 하는 사람입니다. 대칭성을 수호하는 사회에는 국가는 없습니다. _ <곰에서 왕으로>, p212
<곰에서 왕으로>는 국가 탄생을 기점으로, 문화가 문명이라는 '선'과 야만이라는 '악'으로 분화되었음을 신화를 통해 알기 쉽게 정리한다. 국가를 너무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현대 독자들이 낯설게 생각할 수 있는 주제를 통해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 글의 마지막은 한 가지 물음으로 갈무리한다.
비행기라는 현대 문명의 도움으로 현대인들은 고대인들보다 분명 높은 곳까지 갈 수 있게 되었다. 그렇지만, 과연 국경이라는 장벽이 세워진 오늘날 현대인들은 고대인들보다 더 멀리까지 자유롭게 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