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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홀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정훈 옮김, 이중원 감수 / 쌤앤파커스 / 2024년 9월
평점 :
블랙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하려면, 블랙홀을 '중심에 특이점이 있는 고정된 원뿔'처럼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그것을 블랙홀을 발생시킨 별이 바닥에 있는 긴 튜브로 생각해야 합니다. 이 튜브는 점점 길어지면서 좁아지고, 미래에는 한 줄로 쪼그라듭니다. 특이점은 중심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후에 있습니다. 이것이 이야기의 핵심입니다. _ 카를로 로벨리, <화이트홀>, p33/91
많은 SF 작품 속에서 작가들은 블랙홀과 화이트홀은 웜홀(wormhole)을 통한 시간여행의 통로로 그려지며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해왔다. 덕분에 일반에게도 결코 낯설지 않은 블랙홀과 화이트홀. <화이트홀>을 통해 카를로 로벨리는 이론적으로 화이트홀의 개념을 설명한다.
카를로 로벨리에게 블랙홀과 화이트홀은 상대적 개념이 아니며, 그는 이미 전작들을 통해 공간이 공간 양자(space quanta)에 의한 연결망이며, 시간이 불완전한 정보에 의한 열적 흐름이라는 자신의 루프 양자 중력(Loop Quantum Gravity) 이론을 설명한 바 있다. 이를 토대로 시공간이 압축된 블랙홀의 특성을 설명하고, 블랙홀의 완성태로서 화이트홀의 모습을 추정한다. 특이점에서 일어나는 '바운스(bounce)' 현상, 즉 중력 붕괴의 마지막 단계에서 양자적 압력이 중력을 이겨내고 물질이 튕겨 나오는 과정을 통해 블랙홀은 화이트홀로 진화한다. 저자는 양자터널 효과로 블랙홀과 화이트홀을 양자역학으로 연결하고, 이들을 아인슈타인의 중력방정식으로 설명하는 논리 구성을 통해 독자들에게 간결함과 명쾌함을 선사한다.
아인슈타인의 이론에서 시간의 끝이라고 예측된 영역을 건너는 그 순간, 잠깐 동안 시간과 공간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공간과 시간의 양자적 속성이 빛을 발합니다. 우리는 아인슈타인의 이론에서 실재의 가장자리라고 불렀던 것을 넘어 반대편으로 갈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핵심입니다. _ 카를로 로벨리, <화이트홀>, p47/91
카를로 로벨리가 <화이트홀>에서 설명한 이론은 공인된 하나의 이론이 아니라, 여러 이론 중 하나다. 이 책은 화이트홀을 단순히 동경의 대상이 아닌 우주의 현상으로 바라보게 함으로써, 과학의 본질인 반증 가능성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는 점을 마지막으로 글을 갈무리한다.
바로 이것이 과학의 아름다움이라고 말하려는 겁니다. 자신의 주장을 철회하는 것은 잘못이 아닙니다. 그것은 뭔가를 배운다는 거니까요. 최고의 과학자는 자신의 주장을 철회하는 사람입니다. 아인슈타인처럼 말이죠. _ 카를로 로벨리, <화이트홀>, p17/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