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전해지는 것은 사유뿐이다.
완전한 침묵 속에서만 듣는 것이 시작되며, 언어가 사라질 때에만 보는 것이 시작된다.
기행문인《묵상》에서 제8일과 제11일차 이야기의 제목이기도 한 위 두 문장을 통해 책에 담긴 큰 줄기를 발견한다. 르 코르뷔지에의 글과 그랑드 샤르트뢰즈 수도원에서 느낀 저자의 감상은 수도원이라는 공간과 공간에서 묻어나는 신성의 기원이 무엇인가를 어렴풋하게나마 독자에게 알려준다.
언어라는 주관적 인식과 표현이 중단된 그 시점에 참모습이 보이고, 인간적 사유가 멈춰진 그 시간부터 신의 뜻을 알 수 있다면, 수도원이라는 신과 인간의 대화의 공간의 참모습은 그 공간을 걷어내고 공간에 담긴 삶의 모습을 통해 비로소 드러나는 것은 아닐런지.
본문의 글과 사진을 통해 이성으로만 파악할 수 없는 의식의 저편을 그려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