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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질환에 도전하는 과학자들 - 고지혈증, 고혈압, 비만 신약의 역사
남궁석 지음 / 바이오스펙테이터 / 2023년 5월
평점 :
정리하자면 대사증후군이라는 개념이 등장한 이후 비만이 심혈관질환, 당뇨, 고혈압. 신장질환 등과 어떻게 직접적으로 관련되는지 분자 수준의 기전을 통해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대사증후군의 근본 원인은 인체에서 소모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영양이 공급되는 과영양 상태다. 대사증후군을 해결하려면 과영향 상태를 해소하는 것이 급선무다. 즉 식단을 조절하여 영양 과잉 공급을 자제하고 운동으로 더욱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생활 습관 개선'이 필요하다. _ 남궁석, <대사질환에 도전하는 과학자들>, p211
<대사질환에 도전하는 과학자들>은 고지혈증, 고혈압, 비만 등 성인병 치료제의 역사를 다룬다. 역사에 출현한 이후 인류는 오랜기간 동안 배고픔으로 인한 영양부족의 상태에 놓여 있었고, 여기에 더해 불결한 위생 환경으로 바이러스와 세균 등의 전염병 창궐은 혈관질환에 대한 인류의 고민을 허용하지 않았다.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수명연장의 성과가 죽음의 원인을 세포변이에 의한 암(癌)으로 돌려놓았다면, 질병의 원인은 호흡 등 외부 감염 대신 내부 과영양상태로 변화된다. 본문을 통해 불멸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연 수명을 다하며 늙어죽기를 바라는 소박한 소망은 과학가술의 발전으로도 쉽사리 이뤄질 수 없는 것은 아닌가 하는 물음을 던지게 된다.
울혈성 심부전 환자 중 관상동맥 질환 coronary artery disease이 있던 사람은 39%였으나, 이 중 29%는 고혈압 환자였다. 고혈압이 아닌 관상동맥 질환 환자 중에서 울혈성 심부전이 발생한 환자는 10%에 불과했다. 그리고 울혈성 심부전이 발생한 이후 5년 이내 사망자는 남성 환자 중 62%, 여성 환자 중 42%였다. 이는 고혈압이 울혈성 심부전의 확실한 위험 인자임을 보여 주는 결과로서, 혈압 관리가 심장질환에 중요하다는 점을 증거 기반으로 입증한 최초의 사례다. _ 남궁석, <대사질환에 도전하는 과학자들>, p129
<대사질환에 도전하는 과학자들>에는 여러 질병들이 언급되지만, 눈에 띄는 지점은 이들이 마치 에밀 졸라의 루공-마카르 총서의 작품처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특징에 있다. 고지혈증은 고혈압의 원인이 되고, 비만 환자의 대다수가 고혈압 증상이 보이는 것처럼 이들 질환은 다른 듯 같은 질병의 모습을 보인다. 이는 하나의 성공적인 약물로 많은 치료제의 개발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며, 빅파마들의 자본이 여기에 집중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보다 효과좋은 비만약 개발과 개발 완료된 효능 좋은 말라리아 백신의 보급. 이들 중 어느 쪽이 보다 시급한 문제인지는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지만, 자본과 과학기술의 흐름은 상식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시급하지는 않지만 심지어 실패한 약물마저도 블록버스터가 될 가능성이 있다면, 바이오테크의 길은 굳이 인륜(人倫)의 길과 같을 필요는 없기 때문이 아닐까...
여기서 특이한 부작용 사례가 보고되었다. 10일 이상 실데나필을 복용한 남성 환자 중에서 성기 발기가 자주 일어나고, 약을 복용하지 않았을 때보다 길게 지속된다는 것이었다. 연구진은 처음에 이 보고에 주의를 크게 기울이지 않았지만, 이러한 '부작용'이 빈번하게 보고될수록 관심을 보였다(p177)... 1990년대 말까지 화이자는 약 21종의 임상시험에서 4,5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실데나필의 효능을 테스트했다. 이후 1998년 FDA에 '비아그라' Viagra라는 이름으로 실데나필의 판매 승인을 받았다. _ 남궁석, <대사질환에 도전하는 과학자들>, p1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