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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테크 시대
제레미 리프킨 지음, 전영택 외 옮김 / 민음사 / 1999년 5월
평점 :
이제 저물어가는 금세기가 물리학과 원자력 기술의 시대였다면 다가오는 새 세기는 생물학의 세기가 될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기술은 유전공학 기술이 될 것이다._ 제러미 리프킨, <바이오테크 시대>, p198/235
20세기 말 제러미 리프킨는 다음 세기의 기술의 중심은 바이오 기술이 될 것으로 전망하는데, <바이오테크 시대>는 이제는 현실이 된 '생명공학 시대'의 저자의 기대와 우려가 함께 담겨있다. 이제는 거의 1/4세기 전에 씌여진 책이기에 책에서 제시하는 예시가 마치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처럼 지난 시대의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바이오테크 시대>가 제시하는 관점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간의 흐름 안에서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점을 일깨운다.
유럽이 광대한 토지를 엔클로우징하고 공유지를 사유 부동산으로 전환시킨 이후, 5세기에 걸쳐 전세계의 공유지도 사유화의 길을 걸었다. 오늘날 지구상의 모든 땅이 구획되어 개인 소유물이 되거나 정부의 통제하에 있다(p43)... 거의 1세기 동안에 걸쳐 전세계의 종자를 영리 목적을 위해 엔클로우저하고 사유화하는 행위를 언론은 지나치듯 보도하는 것 외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는 현대사에 있어서 중요한 발전의 하나이다. _ 제러미 리프킨, <바이오테크 시대>, p103/235
저자는 <바이오테크 시대>를 통해 제약/바이오 회사의 지적 독점권과 이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한다. 근대 초 잉글랜드에서의 엔클로저(Enclosure) 운동과 마찬가지로 공적 자산의 사유화되고 특허권을 통해 진입장벽이 세워지면서 새로운 세기의 부(富)가 바이오테크로 집중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유전공학의 발전을 통해 우생사회학이 보편적 이념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에 대한 우려점이 본문을 통해 표현된다.
유전공학의 비약적 발전과 함께 우생사회학(eugenic sociology)이 발전하고 있다. 이 새로운 사회학은 우생 사회가 출현할 수 있는 문화적 토양을 조성하는 데 도움을 준다. 사회생물학(sociobiology)은 하버드 대학과 기타 다른 고등교육 기관에서 그 학문적 토대가 형성되어 유전자 시대의 사회적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하게 되었다(p131)... 유전자 차별은 다른 기관에까지 확대되기 시작하고 있다. 학업 성취 능력에 있어서 유전 형질의 역할에 관한 애매모호한 생각이나 오해에 근거하여 학교에서 어린이들에 등급을 매기고 서로 분리하여 차별하는 사례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_ 제러미 리프킨, <바이오테크 시대>, p145/235
코로나를 거치면서 본격적으로 바이오 산업이 발전했고, 이러한 최근 연구결과와 영향은 <바이오테크>에는 담겨있지 않다. 그렇지만, 최근 바이오산업의 동향을 보면서 이미 오래전에 제기한 비판점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키트루다(Keytruda)를 비롯한 면역항암제들은 암(癌)으로 고통받는 많은 환자들에게 치료의 길을 열어주었다는 점에서 바이오테크는 분명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그렇지만, 이와 함께 최근 우리 사회에 불어닥친 비만치료제에 대한 과도한 관심은 본문에서 제기된 저자의 '우생사회학'에 대한 우려를 떠올리게 한다.
바이오테크 기술은 건강하고 오래살기를 원하는, 무병장수(無病長壽)의 삶을 원하는 인간의 오랜 바람을 이루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술임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은하철도 999>에서 철이가 원했던 불멸불사의 기계인간이 되기 위한 열차탑승권, 소수의 인간만이 행복한 엘리시움(Elysium)으로 안내하는 그런 모습이 과연 바람직할까. 특허권을 통해 치료제 개발 시 제약/바이오 사에게 돌아가는 막대한 이윤은 벤처캐피탈로서 승자독식의 자본주의 면모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그 결과 많은 희귀병 환자들에게 새로운 삶의 길이 보여졌다는 점은 긍적적이지만, 많은 이들이 식량과 예방접종의 부족으로 인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죽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예방조치에 대한 관심은 신약개발만큼 주목받지 못한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고, 그 이유가 돈이 되지 않기 때문임을 생각하면 씁쓸함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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