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이 없다는 트리플A등급의 보험을 구매하고 싶을 경우에는 20베이시스포인트(0.20퍼센트)를 지불한다. 그보다 위험이 높은 A등급의 보험은 50베이시스포인트(0.50 퍼센트)를 구매한다. 안정성이 훨씬 더 떨어지는 B등급의 보험을 구매할 때는 200베이시스포인트, 즉 2퍼센트를 지불한다. 마이클이 찾는 것은 기초 모기지 풀의 15퍼센트만 무너져도 가치가 0달러까지 떨어지는 트리플B등급이었다. _ 마이클 루이스, <빅 숏>, p91
<빅 숏 Big short>은 세계 금융 위기 당시 숏(매도)포지션을 통해 큰 돈을 벌어들인 마이클 버리 등 투자자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버리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담보부증권(MBS)이 '부동산 불패'라는 신화에 근거한 약한 고리임을 간파하고 이를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상품 신용부도스왑(CDS)을 구매하는 포지션을 취한다. 이와 함께 향후 닥칠 금융 위기 상황에 대비한 금 등 안전자산에 대한 롱(매입)포지션을 취함으로써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성공한다.
모두 똑같은 이야기를 했죠. 그들은 지난 60년 간의 부동산 추세를 증거로 내세워 주택가격이 전국적으로 일시에 떨어질 리가 없다고 말했어요... 서브프라임모기지 거래는 주택가격이 일시에 하락하지 않는다는 단순한 가정에 기초한 것이었다. _ 마이클 루이스, <빅 숏>, p147
금융시장의 탐욕을 소재로 한 책이나 영화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완 맥그리거가 주연한 <겜블>은 파생상품 매매로 인해 결국 파산을 맞이한 베어링스 은행 이야기를 소재로 한 영화이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는 주가조작을 소재로 한 영화다. <빅 숏>과 <겜블>이 파생상품의 레버리지의 위력을 보여준다면,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는 주식시장에 자리한 인간의 욕망을 생생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조금 결이 다르다. 그렇지만, 이들 모두는 시장에서 자신의 예측을 실현시키는 과정을 통해 욕망을 충족시킨다는 점에서는 하나로 묶을 수 있을 것이다.
100여 명만이 서브프라임모기지 채권에 대한 신용부도스왑을 거래하는 신규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들 대부분은 서브프라임모기지의 붕괴에 베팅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부동산 관련 주식이나 채권으로 구성된 자신들의 포트폴리오 위험을 회피하려고 서브프라임모기지에 대한 보험을 구매했다. 이보다 규모가 작은 소수의 집단은 신용부도스왑을 이용해 서브프라임모기지채권 하나를 구매하는 동시에 다른 하나를 판매하면서 서브프라임모기지채권의 상대가치 relative value에 베팅했다. _ 마이클 루이스, <빅 숏>, p170
한국시간으로 29일 오전 6시에 예정된 엔비디아(NVIDIA)의 실적 발표에 세계 금융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는 지난 7월 세콰이어 캐피탈(Sequoia Capital)에서 제기한 AI 거품론에 대한 의문에 대한 답을 시장에서는 엔비디아의 실적을 통해 찾으려 하기에 내일의 발표는 AI 거품론에 대한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전망이다. 어쩌면 태풍 전야와 같은 고요함 속에서 투자자들은 저마다의 계산에 따라 롱(매수)과 숏(매도) 또는 롱-숏 포지션을 취하며 부지런히 자리를 잡는 모양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시장의 관심은 이내 다른 이벤트로 옮겨가고 또 다른 욕망의 장(場)이 서겠지만, AI, 친환경 에너지, 반도체 등 시장 관심을 받는 주제들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계속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