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마니즘 까치글방 75
미르치아 엘리아데 지음, 이윤기 옮김 / 까치 / 199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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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격한 의미에서 샤마니즘은 시베리아와 중앙 아시아에서 특히 두드러졌던 종교 현상이다... 중앙 및 북아시아를 싸잡는 광대한 지역 전반에서 사회의 주술적/종교적 생활이 샤만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샤만은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 까닭은 탈혼망아(脫魂忘我) 체험이야말로 고귀한 종교적 체험으로 인정되는 지역안에서는 오직 샤만만이 접신의 전문가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위험 부담이 작은 정의는 샤마니즘=접신술이라는 정의가 될 것이다._미르치아 엘리아데, <샤마니즘>, p24


 미르치아 엘리아데는 샤머니즘(Shamanism)을 '엑스터시(Ecstasy)'로 이해한다. 사물에 수많은 정령들이 존재한다는 애니미즘(animism)을 바탕으로 이들과 우리 세계를 연결해주는 연결자로서 샤먼은 엄청난 힘과 지혜를 가진 존재였으며, 제정일치 시대 지배자이기도 했다. 혹독한 신체 고난과 이상한 소리 그리고 향정신성 재료의 도움으로 샤먼만이 종교적 환각 상태에 빠져들 수 있었고, 불안에 빠진 공동체를 구원할 수 있었다. 


 라만은, "샤마니즘은 본질적으로 수호영신과의 특수한 관계로 이어져 있다. 이 수호영신은 자신이 샤만을 영매로 선택할 경우 샤만의 몸 속으로 들어가 고도의 지식과 힘으로 샤만을 가르칠 경우 혹은 다른 영신들을 다스릴 때 자신을 드러낸다."고 생각한다. 이 정의는 북부 및 중부 인도의 샤마니즘의 특징에는 타당하지만, 샤마니즘의 다른 형태에는 적합하지 않을 듯 하다. _ 미르치아 엘리아데, <샤마니즘>, p374


 이상이 샤먼이 가진 보편성이라 했을 때, <샤마니즘>에서는 지역에 따른 샤머니즘의 차이를 보여준다. 그것은 우주관(宇宙觀)의 차이이기도 하다. 인도 등 남부아시아에서의 샤먼이 수직적인 위계 속에서 절대자와의 연결짓는 중개자라면, 동북아시아의 샤먼에서는 '조상신'이라는 존재가 절대질서 사이에 자리한다. 조상과 후손 사이의 긴밀한 유대는 인간들 사이의 수평적 세계관의 확장이라는 점에서 남아시아와 북아시아의 샤먼은 차이를 보인다. 


 불교 전파 이전의 퉁구스 인의 종교는 부가(Buga), 즉 천공신(天空神) 숭배가 지배적이었다. 이러한 풍토에서 이 종교를 거들어 나름의 역할을 맡아 하던 것이 사자의례(死者儀禮)였다(p424)... 라마 교의 영향은 주로 "영신"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이 영신들을  통제, 체현하는 데 사용되는 기술에서 나타난다. 샤마니즘의 특징적인 요소는 샤만에 의한 "영신"의 체현이 아니라, 샤만의 천계상승 혹은 지하계 하강에 의해 야기되는 접신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_ 미르치아 엘리아데, <샤마니즘>, p425


 엘리아데는 본문을 통해 이러한 차이가 불교 유입의 영향임을 밝히지만, 엄밀히 말해 불교가 남아시아인 인도에서 중국으로 전파된 것임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결론에 선뜻 동의하기 힘들다. 그보다는 인도/네팔에서 형성된 불교의 영향이 아닌 아시아의 민본(民本)주의에 기원을 찾거나, 유교의 제례에서 샤머니즘의 흔적을 발견하는 것이 더 타당하지 않을까. 


 조상 숭배의 유입과 더불어 시작된 개혁은 이 입문 도식의 구조에 특히 선명한 영향의 흔적을 남겼다... 우리는 아시아적 샤마니즘을, 그 원초적 바탕 이데올로기 - 인간으로 하여금 천상계 상승으로 직접적인 관계를 가능하게 해주었던 천상계의 절대신에 대한 신앙 - 가 불교의 침투를 정점으로 하는 일련의 기나긴 외래 문화의 유입으로 끊임없이 변형되어온 고대의 접신술로 이해해야 한다. _ 미르치아 엘리아데, <샤마니즘>, p430


 엘리아데의 <샤마니즘>은 고대 농경 사회에서 공통된 종교형태인 샤머니즘의 보편성과 차이점을 밝히려는 선구적인 연구라는 점에서 나름의 의의가 있지만, 서구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동양을 해석한 한계 또한 분명한 책이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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