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크리스토프 1 동서문화사 세계문학전집 32
로맹 롤랑 지음, 손석린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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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르주 상드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세상에는 표현하는 힘이 결여된 불행한 천재가 있다. 그의 명상은 남에게 알려지지 못한 채, 그는 무덤 속으로 그것을 가지고 간다. 저 뛰어난 벙어리와 말더음이 일족의 일원인 조프루아 생틸레르가 말한 바와 같다." _ 로맹 롤랑, <장 크리스토프 1>, p13/613


  베토벤을 주요 모델로 만들어진 천재 음악가 장 크리스토프의 일생을 다룬 로맹 롤랑의 <장 크리스토프>. 처음 이 책을 읽었던 중학생 때에는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불우한 가정에서 태어나 주변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미운 오리 새끼'와 같은 주인공에게 많은 공감을 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장 크리스토프가 가진 재능도 없었고, 그만큼 불우한 가정 환경도 아니었지만, 사춘기 시절을 보내며 주위와의 단절감을 느꼈기 때문에 그만큼 주인공에게 몰입할 수 있었던 듯 하다.


 오늘을 살아라. 하루하루에 대해서 믿음을 갖는 거야. 하루하루를 사랑하는 거지. 하루하루를 존경하는 거야. 특히 그것을 시들어 버리게 해서는 안 된단다. 그것이 꽃을 피우는 것을 훼방해서는 안 되는 거야. 오늘처럼 잿빛 하늘의 음산한 하루라도 사랑해야지. 걱정할 건 없다. 보려무나. 지금은 겨울이다. 모든 것이 잠자고 있지. 그러나 강한 땅은 또다시 눈을 뜰 거다! 억센 땅이기만 하면 되는 거야. 믿는 마음을 가져라. 그리고 기다리는 거야. 네가 만약 선량하다면 모든 일이 잘되어 가겠지. _ 로맹 롤랑, <장 크리스토프 1>, p290/613


 하루하루가 짙은 어둠에 싸여 있고 불안한 현실을 강렬한 의지를 갖고 헤쳐 나가는 모습이 어린 시절 인상 깊었다면, 세월이 흐른 지금은 주인공 크리스토프가 찾고자 했던 혼(魂)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 과거의 자신이 눈 앞의 문제밖에 보지 못했다면, 지금의 자신은 살아가는 방향과 목적에 대해 더 관심이 있다는 다른 방증이 될까.


 크리스토프는 이러한 힘을 단숨에 들이켰다. 독일인의 혼에서 흘러나오는 이러한 음악의 힘의 은총을 똑똑히 느꼈다. 그 힘은 흔히 평범하고 조잡하기도 했지만 그게 어떻다는 것이냐! 중요한 일은 힘이 있다는 것이며 그것이 가득 넘쳐 흐른다는 일이다. 프랑스의 음악은 파스퇴르식 여과기에 의해 간단히 밀봉된 병 속에 한 방울씩 모아서 담겼다. 그리고 이 맛없는 물을 늘 마시던 자들은 독일 음악에 대해 거부하는 얼굴을 짓는다! 그들은 독일 정신의 흠을 잡아낸다! _ 로맹 롤랑, <장 크리스토프 1>, p586/613


 시간이 흐른 지금도 <장 크리스토프>는 내게 인생책이다. 그가 겪은 불행에 함께 마음 아파했고, 그가 점차 불행에서 벗어나 자신의 뜻을 펼쳤을 때 자신의 일인 듯 기뻤으며 나도 그렇게 되고 싶었다. 시간이 흐른 뒤 이제는 책에서 보는 관점은 달라졌지만, 장 크리스토프가 성장할 수 있었던 힘과 그가 찾고자 했던 목적의 근원이 음악(音樂)이라는 것은 달라지지 않았다. 내게는 무엇이 음악을 대신하고 있을까? 이 부분에 대한 답은 2권을 읽으며 천천히 생각해볼까 싶다...


 음악이 그러한 기적을 이루었다. 음악은 여러 가지 대상을 어렴풋한 분위기로 감싸 줬고, 모든 것이 거기에서는 아름답고 고귀하고 바람직한 것이 되어 있었다. 음악은 사랑하고 싶다는 탐욕스런 욕망을 영혼에게 전해 주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숱한 사랑의 환상을 주어, 음악 자신이 파놓은 그 마음의 공허를 채우고 있었다. 어린 크리스토프는 감동으로 거의 넋을 잃었다. 음악의 온갖 대사와 동작과 악구(樂句)가 그의 마음을 흔들었다. _ 로맹 롤랑, <장 크리스토프 1>, p68/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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